X

물 건너간 감산‥사우디 "그건 시간 낭비야"(종합2보)

안승찬 기자I 2016.02.24 06:35:26

"감산 합의해도 지키지 않을 것..시간 낭비할 생각 없다"
"시장의 수요 공급에 맡길 뿐"..美와 점유율 경쟁 지속 시사
감산 기대감 사라지며 국제유가 4.7% 급락

알리 알나이미 사우디 석유장관(사진=AFP)
[뉴욕=이데일리 안승찬 특파원]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산유국 간의 감산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혹시나 하던 감산 가능성은 사실상 물 건너간 것이나 다름없다.

23일(현지시간) 미국 휴스턴에서 열린 ‘IHS CERA 위크 글로벌 에너지 콘퍼런스’에서 알리 알나이미 사우디 석유장관은 “다음달에 산유국들이 모여 생산량 동결을 위한 회의를 하지만 감산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감산에 합의하더라도 많은 나라가 지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감산을 위해 시간을 낭비할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산유국 간의 신뢰가 부족하다”고도 했다.

사우디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을 이끄는 중동 석유시장의 맏형격인 나라다. 그런 사우디가 감산할 생각이 없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산유국 간의 감산 합의는 당분기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사우디는 미국 셰일가스 업체와의 점유율 경쟁도 포기할 생각이 없다는 뜻을 내비쳤다. 사우디가 자국의 시장 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미국의 셰일가스 업체들과 증산 경쟁을 벌이고 있고 이런 상황이 국제 유가를 떨어뜨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알나이미 장관은 “시장의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를 뿐”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전세계 석유시장은 석유수출국기구(OPEC)보다 더 크다. 우리는 OPEC과 비(非) OPEC 회원국 모두가 합의점을 찾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서로의 짐을 나눌 인센티브가 부족하다. 그래서 우리는 시장의 수요와 공급이 가장 효율적인 길을 찾도록 시장에 맡겨두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국제 유가가 지금보다 더 떨어지는 걸 원하지 않고 그래서 동결 합의에 나섰지만, 감산을 통해 석유시장의 공급과잉 문제는 적극적으로 해결할 생각은 없다는 얘기다.

국제 유가가 급락하면서 사우디의 부담도 만만치 않지만, 미국의 셰일가스 업체들도 타격도 적지 않다. 지난주 기준으로 가동 중인 미국의 셰일가스(석유) 채굴장비 수는 413개로 떨어졌다. 이는 지난 2009년 1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셰일 석유는 중동 산유국보다 생산단가가 높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2일 발표한 ‘중기 전망보고서’에서 미국의 셰일가스 하루 생산량이 올해 60만배럴 줄어들고 내년에는 20만배럴 더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알나이미 장관은 동결 합의에 대해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동결은 시작 단계”라면서 “시간이 걸리겠지만 현재의 공급과잉이 서서히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알나이미 장관의 발언이 전해지자 국제 유가는 또다시 급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4월 인도분은 전날보다 1.52달러(4.6%) 내린 배럴당 31.8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