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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터전` 상대원시장에서 쏟은 눈물 [여의도 백드롭]

이성기 기자I 2022.01.30 11:30:00

`진심`과 `이미지 정치` 엇갈리는 평가
文긍정평가자 70%, 광주·전라 66%만 이재명 지지
유권자 공감, 설 연휴 이후 민심 지켜봐야

[이데일리 이성기 기자] “왜 억지로 꾹 참는지 모르겠어.”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한 핵심 관계자는 이재명 후보의 `아픈 가족사`를 주제로 얘기를 나누던 중 “나 같으면 통곡이라도 할 텐데…”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 후보를 가까이서 지켜보니 애써 감정을 억누르는 듯한 느낌을 자주 받는다고도 했다. 왜 그러는지를 두고 여러 추측들이 오갔는데, “`밀리면 안 된다`는 강박 관념이 강한 게 아닐까”란 말에 다들 어느 정도 공감하는 표정이었다. 척박한 가정 환경 속에서 `소년공`으로 어렵게 공부해 사법고시를 통과하고, 성남시장·경기지사를 지냈지만 여의도 정치권에서 `비주류` 취급을 받던 이 후보의 가슴 한 켠 깊숙한 곳에 `약한 모습을 보이면 진다`는 생각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는 탓 아니겠느냐는 얘기였다.

그랬던 이 후보가 며칠 뒤인 지난 24일 `대성 통곡`을 했다. `매타 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 경기 지역 일정 중 성남 상대원시장 무대에 오른 자리였다. 성남 상대원시장은 이 후보 가족이 경북 안동에서 올라온 직후 삶의 터전을 일구기 위해 발버둥치던 곳이다.

“이 자리에선 좀 다른 얘기를 할까 한다”는 말로 즉석 연설을 시작한 이 후보는 1976년 성남 정착 이후의 고된 가족사를 풀어냈다. 어머니와 여동생이 시장 공중 화장실 관리인으로 일했던 바로 그 곳이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24일 오후 경기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시장에서 열린 ‘매타버스’ 성남, 민심속으로! 행사에서 즉석 연설 도중 눈물을 닦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이 후보는 “열심히 일했고 깨끗하게 살려고 노력했고, 그래서 이 자리까지 왔지만 상처가 많다”며 눈물을 쏟았다. “우리 가족, 우리 형제들, 그리고 나와 함께 같이 공장에서 일했던 그 수많은 사람들, 어려운 환경에서도 최선을 다해 일하는 그 많은 사람들을 위해 지금보다 몇 배, 수십 배 더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는 “제 가족 삶의 터전이었던 곳이자 정치적 고향인 성남. 그런 성남에 와 시민 여러분 앞에 서니 만감이 교차했다”면서 “속상함, 죄송함, 그리고 따스함고 고마움. 실컷 울었으니 눈물을 닦고, 기대에 부응하고자 다시 속도를 내겠다”고 썼다. 이튿날 선대위 관계자들에게 이 후보는 “속이 좀 후련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후보의 `눈물`을 두고서는 `진심이 느껴진다`는 있는 평가와 `이미지 정치`라는 비판이 엇갈렸다.

순간 주체할 수 없는 감정 때문이었는지, 감성에 호소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이었는지 속내는 알 수 없다. 다만, 민주당 선대위의 캠페인 양상이 이전과 달라진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핵심은 `비우기`와 `내려놓기` 정도로 요약된다.

이 후보가 눈물을 쏟은 그날, 최측근 그룹인 `7인회`는 “이재명 정부에서 국민의 선택 없는 임명직은 일절 맡지 않겠다”며 `백의종군`을 선언했고, 이튿날에는 상임선대위원장인 송영길 대표가 차기 총선 불출마 선언과 함께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국회의원 보궐 선거 3곳에 후보를 내지 않기로 했다. 지지율 정체 위기 상황에서 기득권을 내려놓는 솔선수범의 자세로 지지를 호소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의 피말리는 경쟁 속에서 박스권에 갇힌 지지율을 설 이후 40%대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절박함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5~27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상대로 조사해 설 연휴 직전인 28일 공개한 한국갤럽 조사(표본오차 95%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 15.1%)결과를 보면 이 후보와 윤 후보의 지지율은 35% 대 35% 동률을 기록했다. 자신의 이념 성향을 `중도`라고 답한 사람 중에선 이 후보가 35%를 기록해 32%에 그친 윤 후보를 근소한 차로 앞섰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 긍정 평가자 가운데 70%,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 기반인 광주·전라 지역에선 66%만이 이 후보를 지지하는 데 그쳤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는 민주당 지지층의 결집 부족, 후보와 가족 리스크 등에 따른 여전한 비호감도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치 개혁 등 민주당의 쇄신이 부족했던 영향도 없지는 않겠지만, 전통 지지층과 중도층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어쩌면 다른 데 있을 지도 모른다. 이 후보의 `눈물`이 얼마나 공감을 얻었을지는 설 연휴 이후 민심을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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