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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껏 풀 죽은 펀드시장…회사 떠나는 펀드매니저들

김기훈 기자I 2016.11.15 07:01:00

펀드성과 부진에 매니저수 3년째 감소
대형주 장세 변화 속 젊은 매니저 이탈 두드러져
중소형사 줄고 대형사는 늘고…양극화 심화



[이데일리 김기훈 기자] 끝을 알 수 없는 펀드시장 침체 속에서 `자본시장의 꽃`으로 불리던 펀드매니저들이 속속 회사를 떠나고 있다. 시장 변동성 확대로 수익률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 부진한 성과에 실망한 투자자 이탈이 계속되며 입지가 갈수록 약화하고 있는 탓이다. 그야말로 펀드매니저들의 수난시대다.

◇펀드 성과 부진에 매니저 수 3년째 감소세

1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1월초 현재 자산운용사에서 공모펀드를 운용하는 전체 펀드매니저 수는 586명이다. 지난 2007년 금투협에서 집계를 시작한 이후 지난 2007년 11월 387명, 2008년 11월 452명, 2009년 11월 543명, 2010년 11월 576명, 2011년 11월 590명, 2012년 11월 606명 등으로 가팔랐던 펀드매니저 증가세는 2013년 들어 주춤하기 시작하더니 2014년 11월 602명, 2015년 11월 592명, 올해 586명으로 3년째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펀드매니저 숫자가 갈수록 줄어드는데는 펀드 성과 부진이 주된 이유로 꼽힌다. 올들어 국내 주식형펀드 수익률은 -1.82%, 1년 수익률의 경우 -4.00%에 그치고 있다. 특히 펀드매니저 운용역량에 따라 성과가 좌우되는 국내 일반주식형 펀드(액티브 펀드)의 연초 후 1년 수익률은 각각 -5.27%, -7.25%로 더 부진하다. 펀드 수익률이 은행 예금 이자를 웃돌기는커녕 마이너스(-)에 머물면서 자금 유출이 계속되고 이로 인해 회사 안팎의 압박이 심해지자 견디다 못한 펀드매니저들이 회사를 떠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대형주 장세 변화 속 젊은 매니저 이탈 두드러져

펀드매니저 중에서도 특히 젊은 운용역들의 이탈이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8년이었던 전체 운용사 펀드매니저 평균 경력이 8년10개월로 1년 새 최근 몇 년간 증가세보다 눈에 띄게 늘었고 같은 기간 평균 근무기간 역시 5년3개월에서 5년10개월로 급격히 길어진 것이 이를 방증한다.

자산운용업계는 작년 중소형주 강세장에서 화장품, 바이오주 등에 과감히 베팅해 재미를 봤던 ‘용과장(용감한 30대 과장급 매니저)’들이 올 들어 장세가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형주 중심으로 급격히 변화하면서 맥을 못 추고 있는 반면 대형주 중심의 보수적인 운용을 고수하던 ‘소부장(소심한 40~50대 부장급 매니저)’들이 다시 빛을 보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중소형사 줄고 대형사는 늘고…양극화 심화

개별 운용사 상황을 보면 대형사보다는 중소형 운용사들의 펀드매니저 퇴사가 빈번하다. 전체 인원 자체가 적긴 하지만 마이애셋자산운용은 펀드매니저 4명 중 50%인 2명이 회사를 그만뒀다. 멀티에셋자산운용은 14명 중 4명이 퇴사했고 KTB자산운용도 12명 중 4명이 사직했다. 다만 KTB운용의 경우 사모펀드에 치중하면서 전체 인력은 늘었다. 이와 대조적으로 대형 운용사들은 오히려 펀드매니저 인력이 증가하는 추세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7명 늘어난 것을 비롯해 삼성자산운용과 KB자산운용도 각각 5명, 1명씩 증가했다. 업계는 펀드시장 침체가 장기화할수록 중소형사에서 인력이 이탈하고 대형사로는 오히려 인력 유입이 늘어나는 양극화가 앞으로 더 심화할 여지가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박스권 장세가 수년째 이어지면서 상당수 중소형 특화 운용사들이 성과 부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반면 대형 운용사들은 중위험·중수익 상품에 집중하면서 대체투자 분야 등에서 초과수익을 올리기 위해 펀드매니저 채용에 꾸준히 나서고 있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운용사 규모에 따라 펀드매니저 인력 양극화는 더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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