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집 근처 킥복싱 도장을 다녔다는 A(21)씨는 대학생 신분에 15만원이라는 큰 돈을 지불하면서 별 의미가 없는 단증을 따야만 하는 운동문화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UFC, 한국의 ROAD FC 등 이종격투기가 국내에서 큰 인기 스포츠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종주국에도 없는 단증제가 유독 국내에서만 시행되고 있다. 협회 및 도장이 돈벌이 수단으로 단증을 운영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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킥복싱은 1960년 초 태국의 고유무술인 무에타이가 일본으로 들어가 가라데와 접목돼 만들어진 무술. 태국 무에타이에 원류를 두고 있어 단증문화가 뿌리깊게 자리잡은 일본에서조차 단증제도가 없다.
태국 무술인 무에타이 역시 한국에서만 단증제도를 운영한다. 대한무에타이 협회 소속 도장은 전국에 220개가 있다. 연간 1000여명이 단증을 딴다. 무에타이 단증도 킥복싱과 마찬가지로 단증 취득에 평균 15만원의 비용이 든다. 이 가운데 3만5000원은 협회가, 나머지 11만5000원은 도장 관장이 나눠 가진다.
협회에서는 스포츠 대중화를 위해 단증제도가 효과적이라는 입장이다. 대한무에타이협회 관계자는 “단증이 자격증과 마찬가지다 보니 더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며 “단증 제도가 실보다는 득이 많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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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단증 남발 기현상에는 정부도 한몫하고 있다. 정부는 경찰청 공무원 시험등을 치를때 태권도와 마찬가지로 이들 종목의 유단자에게도 가산점을 주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2~3단은 3점, 4단 이상은 4점의 가산점이 부여된다. 자격증 전문교육기업 에듀윌 관계자는 “경찰공무원 시험은 경쟁률이 평균 100대1이 넘는데 3~4점의 가산점은 합격 당략을 결정지을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단증제도는 한국의 고유한 문화”라며 “킥복싱이나 무에타이가 한국에 들어와 우리문화에 맞게 자리잡은 측면으로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단증남발의 피해는 고스란히 수련생에게 돌아간다. 수련생들은 비용이 너무 과하다고 푸념한다. 경기도에서 무에타이 도장에 다니고 있는 김종찬(30) 씨는 “아직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입장에서 단증이 15만원인 것은 지나치게 비싼 것 같다”며 “돈벌이 수단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중요한 건 전적을 비롯한 실력 아니겠느냐”고 하소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