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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만 보는 정부 재정관리…"경기침체·세수결손으로 재정건전성 더 악화시켜"

최정희 기자I 2023.10.29 11:48:18

국회예정처 ‘2024년도 예산안 총괄분석’ 보고서
"경제 성장의 '재정 마중물' 역할 과도하게 축소"
경기침체 장기화시 재정수입 부진, 건전성 악화
"R&D 예산·외국인 투자 유치 등에 재원 배분 확대"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윤석열 정부가 재정건전성 관리를 강화하고 있지만 이러한 정책 기조가 경기침체를 장기화시키는 데다 세수부진으로 이어져 오히려 재정건전성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국회 예산정책처(이하 예정처)의 분석이 나왔다. 또 내년 유사·중복 사업이 1700억원에 달하는 등 불필요한 예산을 줄여 계속사업까지 일괄 감액된 연구개발(R&D) 예산과 외국인 투자 유치 등에 대해 재원 배분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 “경기침체에 재정이 적시 대응 못해, 세수 부진”


국회 예정처는 29일 ‘2024년도 예산안 총괄분석’ 보고서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이 1%대 초반으로 하락하고 내년에도 2%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며 “재정이 경기침체 대응 및 성장 기반 확충 등 본연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불요불급한 세출예산을 구조조정해 대폭 축소된 R&D사업, 투자 활성화 및 국내 농수축산물 소비진작 등 보다 시급한 분야에 재원을 재분배해야 한다”고 밝혔다.

예정처는 ‘2024년 및 중기경제전망’을 통해 올해와 내년 성장률을 각각 1.1%, 2.0%로 전망하고 있다. 이존 종전 전망보다 각각 1.0%포인트, 0.2%포인트 하향 조정된 것이다. 예정처가 분석한 잠재성장률 2.1%보다 낮은 성장세다.

글로벌 교역 둔화에 따른 수출부진 지속으로 성장세가 약해지는 가운데 재정이 재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올해는 약 60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세수결손 발생으로 지방정부 등의 지출 축소 우려가 성장률 상승을 제한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예정처는 “올해 성장률 1%대 전망이 현실화된다는 것은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위기 이후 가장 낮은 성장세”라며 “우리 경제가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못했고 민간소비, 투자를 견인하고 경기안정화 기능을 수행해야 하는 재정의 역할이 여전히 중요함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정부의 ‘2023~2027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보면 총지출 증가율을 하향 조정하고 국가채무 비율을 60% 한도로 하는 등의 재정준칙 법제화를 통한 재정건전성 관리를 강화하는 방안이 담겨 있다.

이와 관련 예정처는 “국가채무, 재정수지 등 표면적 지표 관리를 우선시하는 정부의 재정 운용 방향이 경제 회복을 위한 재정의 마중물 역할을 과도하게 축소해 오히려 중·장기적으로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며 “경기침체 상황에 재정이 적시 대응하지 못해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국세 등 재정 수입 부진도 장기화돼 결과적으로 재정건전성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올해도 이같은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비율을 마이너스(-) 2.6%로 억제하고 총지출을 작년 결산(682조4000억원)보다 43조7000억원 축소된 638조7000억원으로 편성했다. 그러나 이는 올해 성장률이 2.1%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기반한 것인데 실제 올해 상반기 성장률은 전년동기비 0.9%에 그쳤다. 하반기에는 대규모 세수결손에 따라 지출이 축소될 전망이다. 올해 성장률이 1%대 초반으로 하락하는 주 요인 중 하나다.

내년 예산안의 경우에도 올해 총지출 증가율이 2.8%에 불과한 점을 강조하나 국세 수입 감소가 예상돼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3.9%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예정처 전망에 따르면 관리재정 수지 적자는 -4.3%까지도 확대될 수 있다.

“내년 예산안도 불요불급한 예산 수두룩, R&D로 재편성해야”

반면 예정처는 내년 예산안과 관련 “집행 가능성이 낮거나 유사·중복이 우려되는 사업, 투자유보액이 충분한 펀드에 대한 추가 출자 등 효과가 저조한 사업, 사업 계획이 부실하거나 예비타당성 조사 등 사전절차를 이행하지 않는 사업 등 불요불급한 예산이 상당 부분 편성돼 있다”고 지적했다. 예정처가 뽑은 부처 내·부처간 유사·중복 사업은 26개, 관련 예산안은 1637억원에 달한다. 예컨대 공정거래위원회의 하도급대금 연동제 지원, 중소기업벤처부의 남품대금 연동제 지원이 부처간 중복 사업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이번 예산안 심의를 통해 이러한 불요불급한 예산을 감액하고 해당 재원을 재정의 경기침체 대응, 성장기반 확충 역할 극대화 분야로 재배분해 재정 책임성 및 효과성 제고를 도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R&D분야의 경우 정상 추진 중임에도 면밀한 평가 없이 일괄감액된 계속사업 등에 대한 투자를 정상화하고 외국인 투자 유치, 국방첨단전력기술개발, 농수축산물 소비진작 등 투자 활성화, 경제 회복을 위해 필요한 분야에 재원 배분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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