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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최순실 포비아에 좌불안석(종합)

문승관 기자I 2016.11.09 06:30:00
[이데일리 문승관 기자] 금융권이 ‘최순실 포비아(Phobia·공포증)’로 전전긍긍하고 있다. 최 씨의 금융거래내용 확보를 위한 검찰의 은행 수사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최순실 게이트에 이름이 거론되는 금융기관과 최고경영자(CEO), 금융당국 관계자에 이르기까지 연루설에 휘말릴까 좌불안석이다.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곳은 금융당국이다. 최씨와의 금융거래 정황을 파악해야 하는 상황에서 혹시 최 씨가 과거 금융당국 인사에 개입하지 않았는지 내부적으로 조사중이다.

◇금융당국·은행, 인사개입 의혹설에 ‘노심초사’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지금까지 최씨가 인사에 개입했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혹시 모를 연루설에 대비하기 위해 내부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권에서는 금융당국의 인사채용과 임원인사과정에서 최씨와 국정 농단의 또 다른 한 축인 문고리 3인방(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안봉근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의 영향력 행사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의혹설은 은행권 전반에도 확산하고 있다. 실제로 A은행장은 은행장 선임과정에서 이들에게 줄을 댔다는 설이 나온다. 당시 행장 선임과정에서 당초엔 후보군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으나 다크호스처럼 뛰어올라 단숨에 은행장 자리를 꿰찬 것이 최씨의 힘을 등에 업었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연임을 노리고 있는 A은행장은 최씨의 검찰조사에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B은행장은 가족 가운데 최씨와 친분이 있어 갑작스레 은행장 자리에 올랐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시중은행 한 고위관계자는 “금융권 내 이런 연루설과 의혹 제기가 있었지만 당시에는 그 배경이 누구인지 몰라 설로 끝났다”며 “최씨가 우리 사회 곳곳에 영향력을 끼친 정황이 속속 밝혀지면서 금융권 인사 배경의 속 사정이 곧 드러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최씨와 금융거래로 ‘전전긍긍’하는 금융사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최순실 게이트에 이름이 거론되는 금융기관들도 뒤숭숭한 분위기다. 최씨가 단순 송금거래로 이용한 은행들조차 이름이 언급될까 극도로 꺼리고 있다. 최씨와 연관된 거래로 자칫 불똥이 어디로 옮겨붙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중 최씨와 언니 최순득씨가 주로 이용했던 KB국민은행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최씨 자매가 국민은행에서 부동산을 담보로 수 억원의 대출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최 씨는 자신의 소유인 서울 강남구 신사동 미승빌딩을 담보로 국민은행 봉은사로지점에서 2억6000만원을 빌렸다. 강원 평창 땅 등을 담보로 빌린 돈을 포함하면 5억원 상당의 대출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씨 자매가 KB국민은행과 거래를 많이 한 것은 최순득씨 남편 소유 빌딩에 국민은행 봉은사로 지점이 입점한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논란도 일고 있다. 최순실씨가 한국 도착후 ‘31시간’동안 자유로이 활보하면서 국민은행에서 수억원의 돈을 인출한 정황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대한 조사도 강화하고 있다. 금감원은 KEB하나은행에 대한 종합검사 기간을 연장한 상태다.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에 대한 외화대출 특혜 의혹을 본격적으로 조사하기 위해서다. 금감원은 정 씨가 하나은행으로부터 ‘보증신용장’(Stand-by LC)을 발급받은 경위부터 살피고 있다.

상호금융사도 최순실씨 일가와의 금융거래로 금융당국과 검찰의 조사리스트에 올라 있다. 최순득씨가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자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곳은 영농농협(지역농협)이다. 최순실씨의 조카인 장시호씨는 제주에 있는 토지와 자신의 집을 담보로 서귀포수협(지역수협)에서 대출을 받았다. 이들 두 곳에서 대출 규모는 6억원대로 추산된다.

검찰은 지난달 31일 KB국민은행,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IBK기업은행, SC제일은행, 한국씨티은행 등 8개 은행을 차례로 찾아 압수수색을 한 바 있다. 미르·K스포츠 재단에 기부금을 납부한 삼성생명·화재, 한화생명 등도 이번 최순실 사태의 파장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최순실 `국정농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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