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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용 실장은 이날 오전 워싱턴DC 인근의 댈러스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고 한·미 양국 복수의 소식통이 전했다. 지난달 8일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특사단장 자격으로 방미한 지 한 달여 만이다. 당시 정 실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고 싶다’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즉석에서 ‘5월 내’ 개최 시한까지 받아내며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을 이끌어낸 인물이다.
정 실장은 볼턴 보좌관의 전임자인 허버트 맥매스터 전 보좌관과는 꽤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왔다고 한다. 양국 외교·안보 현안을 수시로 논의해왔으며, 일본의 야치 쇼타로 국가안보국장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함께 ‘한·미·일 안보 협력’ 라인을 구축하기도 했다.
다만, 대북 강경파 중 강경파로 불리는 볼턴 보좌관의 등장으로 양국 컨트롤타워 간 관계가 맥매스터 전 보좌관 때보다 소원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곤 했다. 이번 회동은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키는 동시에 ‘정의용·볼턴’ 라인을 새롭게 구축, 향후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이끌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9일 취임한 볼턴 보좌관은 ‘민간인의 외교정책 관여’를 금지하는 로건법(Logan Act)에 따라 내정자 신분 때 정 실장을 비롯한 외국 관료들을 만나지 않았다. 볼턴 보좌관이 취임 나흘 만에 정 실장을 만나는 건 북핵 문제를 그만큼 중대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볼턴은 과거 북한과의 협상에 수차례 회의적 시각을 드러내 왔지만, 최근 들어 ‘강경파’란 평가를 의식한 듯 “그동안 한 발언은 다 지난 일”이라며 “중요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하는 말과 내가 그에게 하는 조언”이라고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