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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로 시작한 발레…발레 무용수 꿈 이뤘죠"

장병호 기자I 2017.07.13 06:00:00

무용 비전공자로 꾸린 스완스발레단
올해 초 창단…정식으로 무대에 올라
일반인 위안 무용단체 클래스도 인기
"엘리트 중심 무용 대중에게 다가가"

지난 1일 서울 마포구 대흥동 마포아트센터 아트홀 맥에서 열린 스완스발레단 창단 공연 장면(사진=스완스발레단).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평소 클래식·오페라 공연을 자주 보면서 자연스럽게 발레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집 근처에 취미 발레반이 있다는 걸 알고 호기심에 등록했죠. 발레는 전공으로 하거나 아이들만 배우는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주얼리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한여운(32)씨는 최근 발레리나로 무대에 섰다. 무용 비전공자로 이뤄진 스완스발레단 단원으로 정식 데뷔했다. 발레를 배운 기간은 5년 남짓이다. 한 씨는 “처음에는 다른 무용수와 함께 춤을 추는 게 낯설어 긴장도 되고 걱정도 많았다”면서 “한 번 무대에 서보니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 것에 또 다른 재미가 있어서 발레에 더 빠져들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원·변호사·주부…무용수로 무대에

관객으로 무용 공연을 감상만 하던 이들이 이제는 직접 무용을 배우고 있다. 일반인이 무용수가 돼 무대에 서기도 한다. 올해 초 창단한 스완스발레단이 대표적이다.

스완스발레단은 발레의 대중화를 위해 힘써온 와이즈발레단이 무용 비전공자를 중심으로 꾸린 발레단이다. 회사원·의사·변호사·방송작가·주부 등 취미로 발레를 배워온 일반인 40여 명으로 구성돼 있다. 올해 3월 ‘부라보 발레페스티벌’ 참여로 활동을 시작했다. 지난 1일에는 마포아트센터 아트홀 맥에서 창단 공연도 했다.

단원들은 취미로 발레를 배울 때와는 다른 재미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들은 매주 2~3회씩 저녁에 모여 연습한다. 각자 직업이 있는 만큼 개인 스케줄과 연습을 병행하기가 쉽지는 않다. 그럼에도 발레의 재미가 커서 연습을 포기할 수 없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무용 비전공자로 꾸려진 스완스발레단의 연습 모습(사진=스완스발레단).


전업주부인 홍성아(47)씨는 “취미 발레를 하면서 발표회 형식으로 무대에 선 적은 있지만 스완스발레단의 공연은 그것과 차원이 다르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시절 발레에 잠깐 관심을 가졌던 홍 씨는 7년 전부터 잊고 있던 발레에 대한 관심을 되살려 학원에서 발레를 배웠다. 홍 씨는 “학원에서 무대에 설 때는 스트레스가 너무 컸는데 지금은 스트레스 없이 즐겁게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직장인 이가경(36)씨는 고등학교 시절 포기했던 발레의 꿈을 스완스발레단에서 다시 키우고 있다.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발레를 배웠던 이 씨는 고등학교 시절 집안 사정으로 발레를 그만둬야 했다. 이번 창단공연에선 ‘백조의 호수’의 주역 오데뜨 역을 맡아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 씨는 “학생 시절엔 콩쿠르 외에 무대에 설 기회가 없었다”면서 “지금은 무대에 섰을 때의 기쁨이 너무 커서 가능하면 계속해서 스완스발레단으로 활동하고 싶다”고 말했다.

유니버설발레단·서울발레시어터에서 무용수로 활동했던 안무가 최진수가 스완스발레단의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 최 예술감독은 “발레를 배우는 것은 무대에 설 준비를 하는 과정인데 정작 일반인들은 분출구가 없이 연습만 하다 끝나는 경우가 많다”며 “취미 발레를 하는 이들이 느끼는 무대를 향한 목마름을 해소해주고 싶었다”고 창단 계기를 설명했다.

스완스발레단은 올 하반기에도 ‘수원발레축제’ ‘원주 댄싱카니발’ 등으로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무용의 대중화가 중요한 목표다. 최 예술감독은 “예술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대중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보다 많은 사람이 발레를 즐길 수 있게 하는 것이 스완스발레단의 중요한 역할이다”라고 말했다.

국립무용단 ‘향연’ 오픈클래스 현장(사진=국립극장).


△무용 클래스도 인기…“무용계 저변 확대 고무적”

무용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은 국공립 무용단체가 운영하는 각종 클래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립무용단은 2012년부터 ‘오픈리허설’과 ‘오픈클래스’를 진행하고 있다. 국립무용단 단원에게 작품의 주요 장면을 배우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다. 2016년 ‘묵향’의 ‘오픈클래스’부터 유료(참가비 1만원)로 행사를 진행해 보다 세부적인 프로그램 구성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무대 예술 관람객 중에서 무용을 관람하는 관객이 뮤지컬·연극·클래식 등보다 적은 터라 대학생과 직장인 등 일반인이 무용에 관심을 갖는 것도 관객 저변 확대에 긍정적이다. 국립극장 관계자는 “‘오픈리허설’과 ‘오픈클래스’ 대부분이 티켓 오픈 1주일 만에 매진되고 있다”면서 “참가자들도 ‘체험 시간이 더 길면 좋겠다’ ‘행사가 자주 열렸으면 좋겠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국립현대무용단은 안무가 차진엽·지경민이 강사로 참여하는 ‘무용학교’를 진행하고 있다. 참가자 대부분은 현대무용 공연을 통해 무용에 관심을 둔 일반인이다. 현대무용에 대한 경험을 쌓기 위해 참여한 경우가 많다. 자신감을 키워 삶의 질을 높이거나 현대무용 체험으로 건강을 키우려는 이들도 ‘무용학교’에 함께하고 있다.

심정민 무용평론가는 “건강을 챙기고 예술 향유로 삶의 질을 높이려는 대중의 마음이 무용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그동안 엘리트 중심이었던 무용이 대중과 함께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확대되는 게 고무적이다”라면서 “무용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높여가면서 동시에 순수 창작무용 지원을 병행한다면 무용계가 지금보다 더 건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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