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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농업환경 갈수록 악화…안정적 생산체계 스마트팜 필수”

이명철 기자I 2020.11.20 06:00:00

한국판 뉴딜, 스마트팜 실증·고도화와 차세대 기술개발 추진
파프리카 스마트팜 탐진들 “재배 넘어 유통까지 정책 마련해야”
복합환경제어기 제조사 “기자재 기술 표준화·검인증 지원 필요”

[전남 강진군·광주시=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스마트팜은 기후 환경 조건이 열악해지면서 신선한 농산물을 안정하게 생산하기 위해 필수적인 사업입니다.”(김종운 농업회사법인 탐진들 대표)

전남 강진에 위치한 탐진들의 파프리카 유리온실 전경. 이데일리DB
“스마트팜 기업들마다 기술과 규격이 다 다릅니다. 기술의 표준화와 검인증, 데이터 취합 등을 위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합니다.”(배임성 그린씨에스 대표)

농업의 디지털화로 생산을 혁신하는 스마트팜은 국가 프로젝트인 ‘한국판 뉴딜’ 중 대표 농업 분야 정책이다. 정부는 현장 실증·고도화와 차세대 기술 개발을 통해 스마트팜을 확산해나갈 방침이다.

지금도 전국 곳곳에서 디지털 장비를 갖추고 농작물을 생산하는 농장들이 적지 않다. 이상 기후와 인력 부족으로 고민을 겪는 상황에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스마트팜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고 농장주들은 입을 모은다. 스마트팜 기자재 업체는 기술 개발과 함께 업계가 고르게 커나가도록 표준화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종운 탐진들 대표가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이데일리DB
◇스마트팜만 20년 이상…수출 경험·기술력 축적해

전남 강진군에는 약 20ha(약 6만평) 규모로 조성된 유리온실이 자리 잡고 있다. 파프리카 생산법인들이 손잡고 세운 탐진들 농업회사법인이 운영하는 스마트팜이다.

스마트팜이란 자동화 설비와 정보통신기술(ICT)로 농축산물 생육환경을 자동·원격 진단해 최적의 환경으로 제어·관리하는 농장이다.

농작물을 기를 여건이 불리해지면서 스마트팜 기술을 적용한 온실 내 재배는 보편화되고 있다.

김종운 탐진들 대표는 “환경 변화 대응이 힘들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서 안정적인 농사를 해서 채산성을 맞추기 위해서는 스마트팜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탐진들은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이용해 복합환경제어기를 가동, 차양·창문을 열고 닫거나 배양액을 주입하고 환풍기·분무기 등으로 온도와 습도를 자유자재로 조절한다. 하루 전체의 햇빛량이나 온도 등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내부 환경을 설정한다. 화석 연료 사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하 열을 이용한 냉난방 설비도 갖췄다.

파프리카는 일반 흙이 아닌 코코넛 등으로 구성된 배양토에 심고 성장을 돕는 배양액을 주입해 재배한다. 열매가 일정한 크기까지 자라도록 지속 관찰하며 솎아내기 등의 작업도 진행한다.

탐진들은 스마트팜은 물론 파프리카 자체가 생소하던 1990년대 중반에 사업을 시작했다.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일본 등 주변국과 국내 파프리카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예측이 적중했다. 전체 생산량의 55~60% 가량을 일본 등에 수출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매출액 1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 대표는 “앞으로 우리 농업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고민 끝에 유리온실을 짓고 첨단 농업에 뛰어들었다”며 “초창기 재배 기술력이나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농업 선진국인 네덜란드의 컨설팅을 받는 등 수십년간 공부를 해왔다”고 설명했다.

탐진들은 1년을 주단위로 구분해 데이터를 저장하고 있다. 11월 19일 현재가 46주차라면 과거 같은 시기의 데이터를 비교해 생육환경을 조절한다. 지금은 후발 농가들이 농사를 안정적으로 지을 수 있게끔 그간 축적한 데이터를 책자로 만들어 배포하고 있다.

농촌 고령화와 인력 감소 등 주변을 둘러싼 여건이 불리해지면서 정부 차원의 스마트팜 확산 노력은 지속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김 대표는 “농업 환경이 갈수록 열악해지는 가운데 식량 안보 차원에서 수입에만 의존할 수도 없기 때문에 스마트팜 생산을 통해 균일한 품질의 농작물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며 “지금까지 스마트팜 정책이 재배 환경에 초점을 맞췄다면 앞으로는 유통까지 접목해 소비자들의 편의를 높일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배임성 그린씨에스 대표가 스마트팜 복한환경제어기를 소개하고 있다. 이명철 기자
◇“스마트팜 환경 제어, 단순 공장 자동화와 달라”

광주에 위치한 그린씨에스는 스마트팜의 핵심 기자재라고 할 수 있는 복합환경제어기와 양액공급기를 제조하고 있는 회사다. 본사 앞마당에는 복합환경제어기 운용을 시험할 수 있는 연구용 온실이 자리했다.

배임성 그린씨에스 대표는 “2010년대 들어 농업에 정보기술(IT)을 접목하려는 시도가 늘어나면서 난방·천장·커튼 등을 컨트롤 할 수 있는 환경제어기의 수요가 늘었다”며 “2015년 직원 5명으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직원 열두명, 연매출 30억원대 회사로 성장했다”고 소개했다.

회사의 복합환경제어기는 온실 내외부 일사량·강수량·풍향·풍속·온도·습도 등을 모니터링해 미리 설정한 생장 환경 프로그램에 따라 온실 내 각종 시설물을 자동 제어한다.

원예학과를 졸업한 배 대표는 오랜 기간 복합환경제어기 개발과 제작·운영에 매달렸다. 그는 “공장 자동화기기 제조업체들이 환경제어기 생산에 뛰어들었다가 실패한 사례가 많다”며 “공장 자동화는 노동력을 줄이는 것이 목적이라면 환경제어기는 작물 재배까지 감안해 농장 환경을 조성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스마트팜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작물 적용이 필요하지만 쉽지만은 않다는 판단이다. 현재 스마트팜 분야는 파프리카·딸기·토마토 등 일부에 그치는데 이들 작물만 설치비용 대비 수익, 즉 채산성이 나은 편이기 때문이다.

배 대표는 “아예 디지털 활용이 힘든 고령농업인 등을 빼면 이미 시설작물에는 스마트팜 기술이 대부분 적용된 상태”라며 “원예나 축산 등 구조물에서 키우는 분야로 스마트팜 확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노지 채소에도 스마트팜을 적용하겠다는 정부 정책에 대해서는 “온실 등 구조물이 없기 때문 관수 같은 제한적인 도입에 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배 대표는 정부가 스마트팜 관련 표준화와 검인증, 데이터 제공 등을 노력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그는 “회사마다 환경제어기 기술이 다른 만큼 유지 관리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표준화와 기술 검인증 작업이 필요하다”며 “농가들의 데이터를 한 곳에 모아 빅데이터를 만들면 기술 발전에도 도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본 기획물은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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