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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좁아진 세계가 낳은 외래병해충 재앙

이명철 기자I 2020.05.21 06:00:00
박봉균 농림축산검역본부장.
[박봉균 농림축산검역본부장] 올해는 국제식량농업기구(FAO) 산하 국제기구인 국제식물보호협약(IPPC)이 2018년 12월 국제연합(UN) 총회에서 최종 승인·지정한 ‘세계 식물건강의 해’다. 세계 식물건강의 해는 식물병해충이 새로운 지역으로 확산해 많은 피해가 발생하자 식물 건강에 대한 일반 대중의 인식을 제고하고 정부, 학계, 산업체와 협력을 강화하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추진됐다.

지난해 12월 로마에서 개최된 세계 식물건강의 해 출범 행사에서는 핀란드, 아일랜드, 영국 등 주요 국가에서 참여한 농업장관들이 식물병해충 피해의 심각성을 논의하며 전 세계가 병해충 유입과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공동의 노력을 기울일 것을 호소했다.

그동안 인류는 식량 확보를 위해 건강한 식물을 재배해 수확량을 늘리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해왔다. 수확량을 늘리고 이를 유지하려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병해충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국제무역이 활성화되고 해외여행객이 많아지면서 다양한 경로를 통해 식물병해충이 새로운 지역으로 확산하면서 큰 피해를 끼치고 있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피해 사례는 이제 더는 다른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1988년 유입돼 소나무가 노랗게 말라 죽는 소나무재선충, 2015년 안성·천안지역에서 발생한 사과·배나무의 과수화상병, 2017년 부산항 컨테이너야적장에서 처음 발견된 붉은불개미 등은 우리나라의 농업과 자연환경에 경제적 피해를 끼치는 외래병해충이다. 이 병해충은 외국에서 들여온 수입물품을 통해 들여온 것으로 추정된다. 작년에는 옥수수, 벼 등의 잎을 갉아 먹는 열대거세미나방이 중국의 난기류를 통해 국내로 유입됐다.

외래병해충의 유입 경로는 식물류뿐만 아니라 공산품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이미 많은 국가들은 외래병해충의 피해를 인식하고 자국의 농산물을 보호하고 수출하기 위해 강도 높은 검역을 시행하고 수입국의 검역조치에 대한 과학적인 근거 제시를 요구하고 있다. 유럽연합(EU), 호주, 뉴질랜드 등은 중고자동차와 기계류에 대해서도 검역을 시행하는 등 식물검역을 지속 강화하는 추세다.

우리나라도 국가간 무역과 여행객의 이동 확대에 따라 식물검역의 수요가 지속 증가하고 있다. 수입검역량은 2000년 23만건에서 지난해 460만건으로 19배 이상 늘었고, 기후 온난화까지 영향을 미쳐 외래병해충 유입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검역병해충 2102종(4월 기준)을 지정해 공항만에서 검역을 통해 유입을 방지하고 있으나 정부의 노력만으로 차단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또한 메가(Mega) 자유무역협정(FTA) 등 통상환경 변화로 우리 농산물 수출확대를 위한 검역협상과 병해충 위험분석 업무가 갈수록 늘고 높은 수준의 전문성이 요구되고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국내 유일의 외래병해충 관리 전담기관이다. 외래병해충 조기발견 및 대응체계를 갖추기 위해 인천, 부산, 제주 등 3개소에 식물병해충예찰방제센터를 설치 운영하고 서울, 호남 등으로 확대 추진하고 있다.

늘어난 검사 수요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검역병해충 관리체계 개선을 추진하는 한편 외래병해충 차단을 위해 검역기술과 소독방법을 미리 개발할 수 있는 식물병해충 검역연구시설(BL3) 확충과 실험실 시설·장비의 현대화를 적극 추진 할 계획이다.

혼자서는 두 사람의 지혜를 넘지 못한다는 격언이 있다. 이제 사람·동물·자연의 건강은 하나로 상호 연계되어 원헬스(One Health)를 위한 다분야의 협력이 더욱 절실하다. 세계 식물건강의 해를 계기로 청정 대한민국을 위해 우리 모두가 식물검역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참여하기를 희망한다.

병해충 감염되지 않은 사전 관리된 식물류를 수입하고 해외여행에서 과일·채소 등 금지품 반입을 자제해야 하며 식물병해충 연구자, 재배자, 수입물품 취급자는 새로운 병해충이 발견되면 신속히 검역당국에 신고해야 한다. 코로나 사태 앞에서 각계각층이 한마음으로 대응했듯이 식물검역에 대해서도 이해와 관심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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