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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최고수 '타짜'와 벙어리 장갑

류성 기자I 2016.10.24 06:55:00

이동통신업계, 한국전력, 교육부가 최고 타짜
복잡한 서비스,제도로 국민호도하는 최고 고수들
현란한 손기술은 삼척동자도 할수 있게 단순화해야

[이데일리 류성 벤처 중기부장] 지금껏 본 한국영화 중 가장 인상깊은 작품을 꼽으라면 ‘타짜’를 들고 싶다. 현란한 손놀림으로 상대를 현혹하는 조승우(고니역)의 연기는 이 영화의 압권이다. 최고 경지 전문도박사를 일컫는 타짜라는 제목이 말해주듯 이 영화는 도박사 세계를 다룬다. 도박꾼들이 보여주는 절묘한 기술과 목숨을 건 짜릿한 승부도박 장면은 영화상영 내내 관객 시선을 사로잡는다.

도박꾼 세계에서 타짜는 승률이 가장 높은 게임 플레이어다. 타짜로 등극하려면 상대가 눈치챌수 없는 속임수를 누구보다 능수능란하게 구사하는 기술이 필수조건이다.

타짜를 꺼낸 이유는 영화속 타짜 뺨치는 실제 타짜들이 우리 사회에서 판치고 있어서다. 물론 도박판이 아니라 각 분야에서 활약하는 타짜들 얘기다. 이들은 상대편이 어떤 피해를 입든 속임수나 눈가림으로 자신이익을 키우는데 있어 최고기술을 뽐낸다. 일부 이견이 있을수 있지만 국가대표 타짜로는 통신업계,한국전력(015760),교육부 등이 첫손에 꼽힌다.

특히 ‘호갱’이라는 단어를 전국에 유행시킨 통신업계는 최고타짜로 평가받는다. 이들이 보유하고 있는 현란한 손기술은 고객 누구도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난해한 요금체제다. 요금체제 자체가 고객이 해독 불가능한 암수표다. 통신사 앞에만 서면 제아무리 똑똑한 고객이라도 호갱으로 전락하는 이유다. 호갱 주머니는 통신사의 화수분이다. 정부에서 단통법이라는 해법을 내놓았지만 이 절대고수 타짜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다.

올여름 기록적 폭염에 ‘전기요금 누진세 폭탄’으로 전국민을 더욱 열받게 했던 한전도 국내 간판타짜로 손색이 없다. 전기요금 누진세도 통신요금제처럼 국민이 알기 어려운 복잡한 계산방식으로 눈가림을 하고있다. 타짜 기술은 상대가 눈치채지 못해야 진가를 발휘한다는 철칙을 한전은 본능적으로 체득하고 있다. 전기요금 원가를 공개하라는 국민요구를 외면하는 것도 눈가림 술수가 드러날 경우 더이상 타짜로서 군림할수 없다는 두려움이 커서일 것이다.

국가부처인 교육부도 국가대표 타짜로 꼽힌다. 이제껏 정부가 시행한 제도 중 가장 복잡한 대입제도라는 교묘한 손기술로 전국민을 호도하고 있는 타짜로 정평이 나있다. 대다수 학부모들은 이 제도 또한 통신요금제처럼 난수표 그 자체여서 이해하기를 포기한지 오래다. 오죽했으면 자녀가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한 성공3요소 중 ‘아빠의 무관심’이 자리하고 있을까. 전업주부도 파악하기 힘든 난해한 대입제도를 아빠가 이해하고 자녀 입시준비에 훈수를 두다가는 ‘사람잡는 선무당’이 되기 십상이라는 얘기다. ‘대입 호갱’으로 전락한 학부모를 뒤로하고 교육부는 대학마저 마음대로 요리할수 있는 ‘꽃놀이패’를 휘두른다.

이들 국가대표 타짜는 독점 또는 과점체제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본업은 뒷전이고 현란하고 복잡한 서비스 및 제도개발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도 닮은꼴이다. 누구나 눈치챌수 있는 단순 손기술은 타짜생명을 절단내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들 타짜로부터 피해를 당하는 게임의 상대편은 항상 국민이다.

이 타짜들을 개과천선시키는 가장 효과적 방법은 ‘단순화’다. 이들의 복잡한 서비스 체제 및 제도를 삼척동자도 알수 있을 정도로 단순화하는 순간 타짜의 손기술은 무력화된다. 그렇잖아도 국민은 팍팍해지는 현실에 힘들어하고있다. 통신요금,전기료,입시제도 등은 온국민이 피할수 없는 삶의 일부다. 이런 기본적 삶의 구성요소들이 복잡해지니 우리 삶도 힘들어지는 것이다. 복잡한 삶은 불행의 씨앗이다. 행복한 삶은 단순함에서 온다. 타짜들의 화려한 손기술에 단순화라는 ‘벙어리 장갑’을 끼우는게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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