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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포커스]초고층 내려놓고 실리높인 한전부지 개발

김성훈 기자I 2015.10.03 07:00:00
△ 새롭게 수정된 ‘현대차 GBC’의 조감도. 기존 높은 건물 2개동에서 낮은 건물 2개동이 추가됐다.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지난해 9월 10조 5500억원에 현대차그룹의 품에 들어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옛 한전부지 개발사업(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이 새 국면을 맞았습니다.

현대차 그룹은 올해 1월 내놓은 사업제안서에서 신사옥 높이를 571m(최고높이 115층)로 제안했습니다. 국내 초고층인 잠실 롯데월드타워(555m)를 16m 웃돌고 서울 남산(262m)을 2개 포갠 것보다도 47m 높은 국내 최고층입니다. 강남 중심부에 대한민국 초고층 빌딩을 세우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는데요.

그로부터 8개월여가 흐른 지난달 30일. 현대차 그룹은 서울시에 제출한 ‘GBC 수정 개발계획’에서 최고층 타이틀을 내려놨습니다. 세부적으로 최고층 높이가 571m에서 526m(층수를 115층→105층)로 낮아졌습니다. 2개 동으로 계획된 나머지 한 동의 높이도 62층에서 51층으로 낮아졌습니다.

업계에서는 주어진 용적률 내에서 충분히 노려볼 수 있던 최고층 자리였기에 의아하다는 반응이었습니다. 높은 건물이 으뜸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성공적인 GBC 착공을 위한 과정이 숨어 있는데요.

현대차 그룹은 건물 높이를 낮추는 대신 짓기로 한 건물 수를 2개 동에서 4개 동으로 늘렸습니다. 이번에 추가된 낮은 건물 2개 동은 전시·컨벤션시설과 공연장으로 활용될 예정인데요. 공연장은 1.5만㎡에서 2.2만㎡로 면적을 늘리고 다목적 공연장(1800석)과 챔버홀(600석) 2개로 이뤄집니다.

현대차그룹은 시의 요청에 따라 시민에게 열린 공간을 제공하고 간선도로변에 적합한 다자인을 도입해 도심 경관을 개선할 목적에서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초고층은 포기했지만 GBC 주변 지역 인프라를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GBC 사전협상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공공기여금 규모가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속도감 있는 협상을 진행하기 위한 결정이라는 이야기도 있죠.

현대차그룹은 옛 한전부지의 공공기여금으로 1조 7030억원을 제안한 상황입니다. 그러나 서울시는 재감정평가에서의 부지 감정가격에 따라 공공기여금 총액도 달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사전협상 뒤 이뤄질 재감정평가 과정은 국토부가 선정한 10여개 감정평가 업체 가운데 한국감정원을 포함한 2~3개 업체를 제비뽑기 등의 형식으로 뽑아 여기서 나온 감정가의 평균 금액을 반영할 예정입니다.

한전 부지는 올해 2월 24일 기준 표준지 공시지가가 2조 470억원(1㎡당 2580만원)으로 1년 전(1㎡당 1948만원)보다 32.4% 급등했습니다. 지난해 8월 한국전력공사가 매각에 앞서 실시한 감정 평가액은 3조 3346억원. 현대차그룹의 자체감정결과(5조 38억)도 한국전력공사의 감정 평가보다도 50%이상 치솟은 가격이죠.

공공기여금 말고도 넘어야 할 산이 하나 더 있는데요. 해당 부지의 자치구인 강남구와의 갈등이 그것입니다. 서울시는 공공기여금을 현재 추진 중인 국제교류복합지구 사업에 쓸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국제교류복합지구는 강남구 옛 한전부지뿐 아니라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일대까지 포함됩니다.

강남구는 서울시가 구와 협의 없이 종합운동장 등을 포함한 지구단위계획을 발표해 공공기여금을 다른 데 쓰려 한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강남구는 현대차그룹이 지난 6월 제출한 옛 한국전력 별관동 건물 지하에 있는 변전소(3924㎡) 이전·증축 신청을 반려하면서 불편한 심기를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자 서울시도 차질없는 GBC 신축을 위해 나섰습니다. 진희선 서울시 도시재생본부장은 “한전 부지 개발은 국제교류 복합지구 민간개발의 선도사업으로 변전소 이전이나 강남구 주민의 행정소송으로 개발이 지연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올해 안에 사전협상을 마무리 짓고 2016년 말∼2017년 초 착공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라는 말이 있는데요. 착공까지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은 상황에서 초고층을 고수하면서 시간을 허비하기보다 성공적인 착공을 위한 신속한 결정이라는 결론이 나옵니다. 앞서 거론된 문제들이 해결돼 내년 이맘때쯤 한전부지에 신사옥 착공이 성공적으로 들어갈수 있을까요. 유심히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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