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12·16대책 1년]전국 집값 뜀박질…"시장 왜곡 부른 실패작"

김미영 기자I 2020.12.15 06:00:00

투기수요 잡아 집값안정 꾀했지만
‘9억 아파트’ 아래 풍선효과…늘어난 세부담, 집값에 더해져
전문가들 “시장 왜곡 역효과…양도세 완화카드 다시 내야”

[이데일리 김미영 김나리 기자]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12·16대책은 ‘집값 안정 기여’라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실패한 정책이란 평가다.

주춤하던 부동산은 국지적으로 슬금슬금 오르더니 올해 하반기부터는 정부의 잇단 후속조치에도 전국적으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강력한 대출규제와 세부담 확대에도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전국 집값이 뛰고 있는 현 상황은 12·16대책이 실패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전문가들은 규제 강화가 부채질한 집값 상승세를 잡으려면 당장 12·16 대책 일부라도 고쳐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노도강, 수용성, 오동평…풍선효과 릴레이

정부는 12·16대책에서 부동산 투기수요를 막기 위해 먼저 집을 살 수 있는 돈줄을 묶었다.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서울 등에서는 시가 9억원이 넘는 주택은 9억원 초과분에 대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종전 40%에서 20%로 낮췄다. 15억원 넘는 초고가 아파트 주택구입용 주담대는 원천금지했다.

시장은 ‘풍선효과’로 반응했다. 9억원 아래 아파트들의 ‘키맞추기’ 현상이 벌어졌다. 고가 아파트가 몰린 강남3구의 집값 상승세는 주춤해진 데 비해 상대적으로 중저가 아파트가 많은 노도강(노원, 도봉구, 강북구) 아파트 집값이 오르기 시작했다. ‘수용성’도 12·16대책이 낳은 신조어다. 서울 밖 비규제지역인 수원, 용인, 성남시 집값이 교통호재까지 업어 크게 부풀었다. 한국부동산원 조사에서 수원 아파트값이 2월 둘째주 한 주 사이 2%가 넘는 폭등하는 등 과열 양상이 나타나자 정부는 결국 2·20대책에서 규제지역으로 묶였다. 하지만 ‘안시성(안산·시흥·화성)’, ‘오동평(오산·동탄·평택)’, ‘김부검(김포·부천·검단)’ 등 풍선효과 지역은 계속 나왔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현 정부 규제의 내성이 생겨 12·16대책 효과는 시장에서 한 달여 밖에 가지 않았다”며 “강남권은 일시적으로 냉각됐지만 이외 지역에서 중저가 아파트 랠리를 불러왔다”고 했다. 그는 “12·16대책에서 강남을 묶자 서울 강북권과 경기 일부 지역에서, 이후 2·20대책으로 조정대상지역을 넓히자 다시 그 바깥으로 집값이 뛰는 연쇄효과가 벌어진 것”이라며 “규제의 사각지대로 ‘투기수요’가 꾸준히 이동해 대책의 효과가 컸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대책은 다주택자들이 시세차익을 노린 추가 주택 구입을 못하게 막는 효과가 있었다”면서도 “시중의 유동자금이 많고 저금리현상 장기화 등으로 전세시장 불안이 생기면서 중저가 주택 구입으로 이동하는 것까진 막기 어려웠다”고 평했다.

대출 묶고 세부담 올렸는데 집값 올라…“양도세라도 풀어라”

12·16대책의 가장 큰 역효과는 역설적으로 집값을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단 점이다. 이는 정부의 의도와는 정반대되는 결과다.

정부는 대책에서 특히 고가주택 보유자·다주택자에 대한 세 부담을 늘리면서 집을 팔라고 압박했다. 고가 1주택자에게 적용하는 세율을 기존 0.5∼2.7%에서 0.6∼3%로 올리고, 3주택 이상 또는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 세율을 기존 0.6∼3.2%에서 0.8∼4%로 크게 높였다. 그러면서 다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 내에서 10년 이상 보유한 주택을 올해 6월 말까지 양도하는 경우 한시적으로 양도세 중과를 배제하고,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적용해주겠다고 약속했다. 매물 유도로 집값을 안정화하려는 ‘당근책’이었다.

그러나 일단 매물이 예상보다 적었다. 마지노선이었던 올해 6월에만 15억원 초과 아파트의 거래량이 전달보다 75% 증가했을 뿐 시장 전체에 체감할 만한 영향은 주지 못했단 평가가 많다. 6월 이후엔 늘어난 세부담 몫까지 얹어지면서 오히려 집값 상승에 가속도가 붙었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보유세를 올린 뒤 정말 부담이 커졌다는 걸 체감하도록 시간차를 뒀다가 양도세 중과 배제를 한시적으로 시행했다면 매물이 더 늘고 가격 안정에 도움이 됐을 것”이라며 “순서를 바꾸지 않았고, 유동성의 크기를 간과하면서 정책 효과가 반감됐다”고 평가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급을 늘리는 정책 대신 세금을 늘려서 수요를 옥죄다보니 공급이 위축돼 시장이 왜곡됐다”며 “공시가격 현실화 등까지 더해서 가계소득보다 세금이 더 빨리, 더 많이 올라서 가계에 부담을 주는 정책이 됐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시장 정상화를 위해선 12·16대책 일부라도 되돌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우병탁 팀장은 “양도세 완화를 다시 고려해야 한다”며 “보유세 부담을 충분히 인식했으니 오히려 매각할 기회로 볼 가능성이 있고, 1년 새 대출 규제를 더 강화해 (가격을) 받아주는 사람이 줄어서 집값은 자연스럽게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임대차법까지 시행해 시장 혼란이 커지고 공급을 줄이는 역효과만 냈다”며 “종부세 강화 등 선진국에서 쓰지 않는 대책들은 모두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