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하반기 현재까지 총 54곳(스팩 제외)의 상장사가 유가증권시장(코스피)과 코스닥 시장에 새롭게 등장했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SK바이오팜(326030)에 이어 에스씨엠생명과학(298060), 젠큐릭스(229000) 등 바이오 및 의학 관련 종목이 12곳에 달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2차전지 제조 및 장비에 관련된 에이프로(262260), 티에스아이(277880) 등의 종목이 상장했으며, 솔트룩스(304100), 바이브컴퍼니(301300) 등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관련 종목들도 새롭게 등장하며 업종 다변화가 나타났다.
이중 4곳의 상장사는 2차전지와 IT 등 현재 시장에서 각광받는 업종과는 다른 부문에서 제조업을 영위하고 있다. △미세모 제조기업 비비씨(318410) △가스센서 제조기업 센코(347000) △조명 제조기업 소룩스(290690) △배전기기 제조기업 제일전기공업(199820)이 그러한 경우다.
다만 하반기 첫 타자였던 비비씨의 흐름은 좋지 않은 모습이다. 2008년 설립된 비비씨는 ‘테이퍼’ 소재를 활용해 칫솔모 등에 사용되는 미세모를 제조하고 있다. 지난 8월 상장을 위한 수요예측 당시 경쟁률이 464대 1을 기록하며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같은 달 수요예측을 진행했던 카카오게임즈(293490)(1478.53대 1) 피엔케이피부임상연구센타(347740)(1373대 1)과 비교하면 경쟁률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것이다. 공모가는 희망밴드(2만7100~3만700원)의 최상단에 결정됐지만 30일 주가는 1만8500원으로, 공모가를 40% 밑돌고 있다.
다만 비비씨 이후 상장한 3곳 모두 현재 주가는 공모가를 웃돌고 있다. 지난달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패스트트랙을 통해 상장한 센코(347000)는 848.37대 1이라는 경쟁률을 기록, 네 자릿수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공모가를 희망밴드 최상단인 1만3000원에 확정지었다. 이어 상장 첫 날 14% 오른 후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상장 한 달여만에 주가가 공모가의 두 배를 웃돌고 있다.
이어 지난 6일 상장한 소룩스 역시 공모가를 밴드 최상단(1만원)에 결정지은 후 상장 첫 날 ‘따상’(공모가 2배로 시초가 형성 후 상한가 기록)에 성공한 이후 이튿날에도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에 힘입어 현재 공모가의 158% 수준을 보이고 있다.
가장 최근인 지난 26일 상장한 제일전기공업(199820)은 상장 첫 날 ‘따상’까지 갔다가 하락세를 보였지만 30일 종가 기준 2만6650원으로 공모가를 57% 웃돌고 있다.
이날 코스피 상장을 앞두고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청약을 마감한 자동차 부품업체 명신산업은 청약경쟁률 1476.64대 1을 기록해 역대 최고 기록을 다시 썼다.
이들은 모두 자신의 영역에서 높은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 공통점으로 꼽힌다. 비비씨는 P&G, 유니레버 등 글로벌 기업뿐만이 아니라 LG생활건강(051900) 등 국내 대기업들과도 오랜 장기 거래를 통해 칫솔모 시장에서 국내 시장점유율 70%라는 독보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3분기 영업이익 역시 3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3% 넘게 증가했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속적인 신제품 출시, 다양한 소재 기술력 등을 바탕으로 시장을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소룩스는 LED 조명 부문에서 디자인과 제품 생산 등이 모두 가능해 독보적인 입지를 갖췄다는 점이, 제일전기공업은 전기 배선 부문에서 65년이나 되는 업력을 바탕으로 한 스마트 배선, 사물인터넷(IoT) 기술 등이 각각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여겨진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미래에 대한 사업 전망 등으로 상장하는 특례상장보다는 꾸준한 영업이익을 통한 안정적 흐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중으로 총 두 곳의 제조업 관련 기업들이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이날 수요예측을 마친 작물보호제 제조 업체 인바이오, 청약을 마친 자동차 부품업체 명신산업은 오는 12월 각각 코스닥, 코스피 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