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빈곤 걱정이 없는 나라를 위하여

이지현 기자I 2017.08.31 06:00:00
[보건복지부 배병준 복지정책관]
배병준 보건복지부 복지정책관
우리나라 국민소득이 내년에는 3만달러를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전후 빠른 산업화를 통해 ‘한강의 기적’을 일구어낸 우리나라가 선진국의 상징이라 볼 수 있는 국민소득 3만달러를 목전에 두었다는 것은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세계 11위 경제대국의 이면에는 국민의 고통이 있다. 가난하지만 정부로부터 적절한 복지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광범위하고, 노인 빈곤율은 47.7%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조세 및 공적이전소득의 빈곤율 개선효과도 선진국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이로 인해 서민들의 삶은 나아지지 않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사회통합을 저해하고 있다.

이번 정부는 사회적 약자를 포용하고 모든 국민의 기본생활을 보장하는 ‘포용적 복지국가’의 건설을 지향한다. 복지를 시혜로 생각하는 성장 위주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국가발전전략의 핵심요소로 인식하고, 소득격차 완화, 가계소득 확충을 통해 ‘소득주도성장’을 이루고자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실업, 빈곤 등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국민 개개인의 삶을 보호할 수 있는 사회안전망 확충이 절실하다.

지난 10일 정부가 발표한 국가 빈곤대책은 이러한 배경 하에서 나왔다. 우리나라 빈곤제도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기초생활보장제도는 163만명의 빈곤계층을 보호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부양의무자 기준 등으로 혜택을 받지 못하는 비수급 빈곤층이 93만명에 이르고, 이 분들의 처분가능소득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의 70% 이하다.

이번 빈곤대책은 빈곤 사각지대의 획기적 해소와 빈곤 탈출 사다리 복원, 그리고 빈곤으로의 추락 예방을 통해 모든 국민이 희망을 갖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우선,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 기준을 단계적으로 폐지한다. 2018년 10월부터 주거급여에 대해 부양의무자 기준을 적용하지 않고, 2019년부터 생계급여와 의료급여에 대해서도 소득·재산 하위 70% 이하의 노인과 중증장애인의 경우 단계적으로 부양의무자 기준을 적용하지 않을 예정이다.

둘째,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보장수준도 대폭 강화하여 국민 최저선을 보장한다. 최저주거수준 임차료의 100% 지원을 목표로 주거급여 기준 임대료를 단계적으로 인상하고, 교육급여는 2020년까지 최저교육비가 모두 지원되도록 할 계획이다. 또한, 의료급여의 본인 부담도 더욱 경감한다.

셋째, 일을 통한 빈곤 탈출 사다리를 복원한다. 일을 하는 청년 빈곤층이 저축을 하면 정부가 지원금을 매칭하여 목돈 마련을 도와주는 청년 자산형성지원 통장을 신설할 계획이다. 또한, 자활기업 600개를 창업하여 1800개로 늘리고, 자활 일자리도 7000개를 창출하여 근로능력이 있는 수급자에게 일할 권리를 보장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빈곤으로의 추락을 예방하는 위기안전망을 구축한다. 기초생활보장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차상위계층에 대한 지원을 체계화하고,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에게는 자활·사회서비스 일자리 우선 연계를, 일할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는 지자체와 민간의 각종 복지자원 지원을 통해 빈곤을 예방한다.

이러한 빈곤대책과 함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할 대책도 필요하다. 한 의료급여 수급자는 최근 1년 동안 인공눈물 1만 7000관을 처방받은 것으로 확인 되었다. 국민 다수가 납세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한 결과로 부여된 수급권을 명백하게 오남용한 사례다. 수급권을 권리로서 보장한 기초생활보장법의 정신에 따라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일자리를 권리로서 지원하고 일을 하기 어려운 사람은 국가가 국민 최저선을 보장하되, 수급자는 제도를 합리적으로 이용하고 근로능력이 있는 경우 탈 수급을 위해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상호책무원칙(mutual obligation)을 통해 더욱 건강한 제도로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가난은 나라도 구제 못한다는 옛말이 있다. 그만큼 빈곤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뜻이다. 그러나 이제 우리나라가 국민소득 3만달러 달성과 함께 더불어 잘사는 나라, 국민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을 책임지는 국가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소득분배수준을 OECD 평균 수준으로 개선하고, 국민의 기본생활을 보장하는 것은 국가발전을 위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핵심과제이다. 복지 급여를 확대하고 공공부문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대폭 늘리면 공적이전소득과 임금소득을 통해 국민의 가계소득이 증가하게 된다. 이러한 ‘소득주도 성장’ 전략이 국민 모두가 행복한 경제대국으로 나아가는 유일한 길이라 믿는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