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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송이는 모두 같은 모양일까 [물에 관한 알쓸신잡]

이명철 기자I 2022.01.15 11:30:00

눈 결정이 모두 육각형인 이유

[최종수 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 영화 ‘겨울왕국’, ‘러브스토리’, ‘블랙’, ‘러브레터’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모두 눈을 배경으로 한 로맨스 또는 멜로 영화입니다. 눈은 항상 낭만과 감성의 상징입니다. 찬바람 쌩쌩 부는 겨울에 눈마저 없었으면 얼마나 삭막했을까요?

온 세상을 하얗게 만드는 눈은 아이들과 어른들을 동심의 세계로 이끌어주는 마법 같은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늘에서 내리는 눈송이를 보고 있으면 정말 동요 가사처럼 하얀 꽃송이가 하늘에서 내리는 듯합니다. 눈은 내리는 모습도 예쁘지만 눈송이가 가지고 있는 모양을 자세히 보면 정말 명인이 만들어낸 세공품 같습니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눈송이는 보통 2mm 정도의 크기여서 육안으로 봐도 개략적인 모양을 알 수 있습니다. 눈송이는 정확히 말하면 눈 결정인데 육각형 모양입니다. 눈 결정이 육각형 모양이라는 것은 오래 전부터 기록으로 남아 있었지만 육안으로 관찰하고 손으로 그려야 하는 한계 때문에 자세한 모양을 표현하기는 어려웠습니다.

눈 결정의 다양한 모양에 대해 알게 된 것은 눈 결정을 사진으로 찍으면서부터입니다.

눈 결정을 처음 사진으로 찍은 사람은 미국의 윌슨 벤틀리입니다. 그는 어렸을 적부터 개인적 관심으로 눈 결정의 아름다움에 푹 빠져 있었습니다.

현미경으로 눈 결정을 관찰하던 그는 1885년에 마침내 세계 최초로 눈 결정 사진을 찍는데 성공합니다. 그때 그의 나이는 열아홉이었습니다. 눈 결정을 사진으로 찍기 시작하면서 눈 결정이 가진 아름다움과 복잡한 모양에 대해 알게 됩니다.

이후로 그는 거의 평생을 바쳐 눈 결정 사진을 찍어 5000장에 달하는 방대한 사진을 책으로 남깁니다. 이런 관찰을 통해 그는 모든 눈 결정은 다른 모양을 가지고 있다는 결론을 내립니다.

윌슨 벤틀리 덕분에 눈 결정의 모양은 알게 됐지만 눈 결정이 왜 그렇게 다양한 모양을 갖는지는 여전히 의문이었습니다. 눈 결정이 만들어지는 구름 속으로 들어가 볼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일본 홋카이도 대학교의 나카야 우키치로 교수가 1936년 세계 최초로 실험실에서 눈 결정을 만드는데 성공합니다.

나카야 교수는 눈 결정을 만드는 과정에서 온도와 습도를 달리하면 눈 결정 모양도 달라진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가 좋아하는 함박눈은 영하 10~20℃의 온도에서 습도가 과포화됐을 때 만들어집니다.

눈 결정은 습도와 온도에 따라 모양이 달라지기 때문에 똑같은 형태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확인된 눈 결정 모양만 6000가지가 넘을 정도입니다.

눈 결정 모양이 이렇게 다양하지만 한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모든 눈 결정은 육각형 형태를 갖는다는 것입니다.

눈 결정이 육각형 모양을 갖는 이유는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물이 얼어 고체가 되면 물 분자가 육각형 구조를 갖기 때문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육각형 구조를 갖는 아주 작은 얼음 알갱이에 수증기가 달라붙어 커지면 눈 결정이 되는데 눈 결정으로 커지는 과정에서 육각형 형태가 유지된다는 것입니다. 눈 결정이 만들어질 때 대기의 습도가 높아 공급되는 수증기가 많을수록 눈 결정은 잔가지가 많아지고 화려한 형태를 갖게 됩니다.

눈 결정이 자라는 과정. (이미지=최종수 박사)


눈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구름에서 비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유사합니다. 구름의 온도에 따라 비가 되기도 하고 눈이 되기도 합니다. 대기는 높이 올라갈수록 온도가 낮아지기 때문에 땅 위에서 증발된 수증기가 공기 중으로 올라가면 물방울이나 미세한 얼음 알갱이가 됩니다.

영하의 찬 구름 속에서 만들어진 미세한 얼음 알갱이는 주변에 있는 수증기가 달라붙어 크기가 조금씩 커지면서 눈 결정이 됩니다. 습도가 낮으면 공급되는 수증기가 적어 눈 결정은 크기가 작지만, 습도가 높으면 공급되는 수증기가 많아 눈 결정은 크고 화려한 모양으로 자라게 됩니다.

습도가 높은 조건에서 크고 화려하게 만들어진 눈 결정이 함박눈입니다. 우리가 보통 눈이 펑펑 온다고 표현하는 눈인데요, 함박눈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영하 10~20℃의 온도와 과포화 수준의 높은 습도가 필요합니다.

함박눈이 만들어지는 조건보다 습도가 낮아지면 눈 결정은 화려하게 자라지 못하고 육각형 기둥이나 육각형 판 모양을 갖게 됩니다.

우리가 가루눈이라고 부르는 눈으로 결정의 크기가 작고 가루처럼 내리는 눈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눈은 수분이 적어 잘 뭉쳐지지 않기 때문에 눈사람을 만들 수 없고 눈싸움을 할 수도 없습니다.

겨울에 눈을 기다리는 마음은 아이들도, 어른들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비슷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겨울에 눈이 내리는 횟수와 양은 점점 줄어갑니다. 기후변화 때문에 겨울에 눈이 내리는 날은 줄어들고 대신 비가 오는 날이 늘어나고 있다고 하니 아쉬움을 넘어 걱정이 앞섭니다.

■최종수 연구위원(박사·기술사)은

△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 △University of Utah Visiting Professor △국회물포럼 물순환위원회 위원 △환경부 자문위원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자문위원 △대전광역시 물순환위원회 위원 △한국물환경학회 이사 △한국방재학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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