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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R킹맘]"자영업자·영세사업장도 육아지원해야"…해법은 '부모보험'

송이라 기자I 2018.06.08 06:30:00

육아휴직, 고용보험 가입자만 가능…자영업자·일용직 등 '사각지대'
스웨덴·캐나다 퀘벡주, '부모보험' 도입…육아기 소득보전
사회적 합의 쉽지 않아…국내 부모보험 도입 '글쎄'
정부, 고용보험 미가입자 대상 '출산지원금' 지급 논의

기획재정부가 지난 5월 9일 저녁 강남역 근처 한 스터디카페에서 주최한 ‘저출산, 삶의 현장에서 답을 찾다’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이데일리 송이라 기자] “출산휴가조차 눈치 보여 못쓰고 결국 퇴사했습니다. 임신과 동시에 퇴사가 현실이에요”, “직장을 마음 편히 다닐 수 있게 돌봄시설을 늘려주세요”, “자녀양육을 위한 보편적 재정지원이 확대됐으면 좋겠습니다”

지난달 9일 서울 강남역 근처의 한 스터디카페에서 열린 좌담회. 시민들은 행사를 개최한 기획재정부 관계자를 상대로 갖가지 요구를 쏟아냈다. 모든 대책이 그렇듯 정부의 저출산 대책도 가장 큰 걸림돌이 예산문제다. 육아휴직 확대, 보육지원 강화 등 돈이 들어가지 않는 곳이 없다. 나랏돈을 관리하는 기재부가 3회에 걸쳐 ‘저출산 정책수요자 그룹별 간담회’를 개최한 이유다.

◇ 비정규직 등 700만명 고용보험 미가입…육아지원 사각지대

문재인 정부는 ‘일하며 아이키우기 행복한 대한민국’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온종일 돌봄체제 구축, △육아기 자녀를 둔 부모의 근로시간 단축, △유연근무 활성화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 중이다. 저출산 대책의 중요한 축중 하나가 고용보험 미가입 노동자를 위한 출산지원금 등 재정투입이다.

현재 육아휴직은 고용보험 가입자에 한해 정부가 임금 손실을 지원한다. 자영업자나 일용직 노동자, 학습지 교사나 보험설계사 등 특수형태 노동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전체 임금 근로자 1962만 7000명 중 고용보험에 가입한 인원은 1262만161명(64.3%)이다. 700만6839명(35.7%)은 고용보험 미가입자다. 700만명이 넘는 영세업종 종사자나 임시·일용직 노동자 등은 임신하면 그야말로 퇴직밖에는 답이 없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모보험’을 도입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부모보험은 노사(勞使)가 낸 보험료를 재원으로 자녀출산과 육아휴직 기간 중 소득을 보전하는 사회기금이다. 정부에 세금을 내고 일하는 사람이라면 고용형태에 관계없이 누구나 부모보험을 통해 임신·출산·육아로 소득을 보전하면서 고용보험으로 육아휴직급여를 지급하는 현행 구조보다 더 많은 노동자들이 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해외에서는 스웨덴과 캐나다 퀘벡주 등이 부모보험을 시행 중이다. 스웨덴은 1974년 세계 최초로 부모보험을 시행해 명실공히 육아선진국으로 거듭났고 캐나다 퀘벡주는 2006년 55~75%까지 소득을 보장해주는 부모보험 도입 후 육아휴직 사용률이 급증했다. 2005년 7만6341명이던 퀘벡주 신생아수는 2012년 8만8700명으로 16% 증가해 같은 기간 퀘벡주를 제외한 캐나다 출생아 수 증가율(11%)을 앞섰다.

이삼식 한양대 고령사회연구원장은 “우리나라는 육아휴직이라는 일률적인 제도로 출산대책을 논하지만 지금의 고용보험 안에 있는 육아휴직급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부모보험처럼 자영업자나 영세업 종사자들까지도 이용할 수 있는 별도의 기금이 필요하다. 소득대체 방안도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해 이용자들이 상황에 맞게 고를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용보험 미가입자도 지원해야…부모보험은 글쎄

정부도 고용보험 미가입자들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공감한다. 그러나 부모보험 도입에 대해서는 신중한 모습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부모보험이 어떤 개념이고 해외에서 어떻게 시행 중인지 정도만 알고 있을 뿐 그 이상 논의된 바는 없다”며 “고용보험 미가입자들에 대한 소득대체를 위해 출산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저출산대책 범정부 콘트롤타워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조차 부모보험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정부가 부모보험 도입에 신중한 이유는 결국 시민들이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만큼 사회적 합의가 우선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인구보건복지협회의 ‘저출산 국민인식조사’에 따르면 부모보험 도입에 대해 80.8%가 긍정적으로 응답했지만 보험료의 개인부담에 대해서는 51.7%만 긍정적으로 답했다. 특히 20대의 88.3%가 부모보험이 필요하다고 봤지만 50대에서는 77.8%로 연령대별로도 의견차가 컸다.

임신·출산을 이미 끝냈거나 계획이 없는 노동자도 보험료를 부담해야 하는 사회보험 도입에 대한 사회적 합의 도출이 쉽지 않을 것임을 보여준다.

이 원장은 “저출산 극복을 위한 대책 필요에는 모두 공감하지만 그 비용을 부담하는 문제는 외면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부모보험 도입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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