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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경제부→미래창조과학부→신성장부총리? ‘범부처 IT융합’ 쏟아지지만

김현아 기자I 2017.02.12 09:42:26

이명박 박근혜 정부, IT융합정책 비슷했다
국가정보화는 해당 업무 부처 전문성 중시로
진흥과 규제 분리가 낳은 참사 심각
정부 부처들, 행정학적 조직개편에만 몰두
혁신 방향성 맞는 규제 재설계 필요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인공지능(AI)과 데이터 기술이 전 산업 분야에 적용되면서 경제와 사회 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도 일자리를 유지하려면 어떤 정부조직을 가져가야 할까.

4차 산업혁명이 두려운 것은 인터넷 포털, 배달앱, e커머스 때 봤던 전단지 시장의 몰락이나 오프라인 유통의 침체 정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앤디 할데인 영국은행(BOE)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영국 최대 노조단체인 노동조합회의(TUC) 연설에서 수십년 내 로봇에 자리를 빼앗길 미국내 일자리는 8000만개에 달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2025년까지 미국에서 무인자동차가상용화되면 트럭, 버스, 택시운전사는 물론 자동차 보험, 렌터카 회사, 딜러와 AS 전문가등 무려 천만 명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충격적인 통계도 나와 있다.

우리나라는 조선·해양 같은 주력 산업 침체가 가시화돼 고용노동부가 올해 조선업 실직자에 대한 실업급여 지급을 최대 60일로 연장하는 걸 검토하고 있을 정도다.

전문가들은 정보통신부 해체 이후 지식경제부와 미래창조과학부로 대표됐던 ‘산업-IT융합’ 정책에 대한 정확한 평가 없이는 4차 산업 혁명 시대의 산업 고도화와 일자리 감소 대책을 마련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명박·박근혜 IT융합정책 비슷했다

2014년 6월 26일 박근혜 정부 ‘제조업 혁신 3.0’ 전략을 보면 2010년 10월 21일 발표된 이명박 정부 ‘IT융합 확산 전략’과 크게 다르지 않다. IT기술이 부품이나 모듈로 내재화돼 다른 산업 제품이나 서비스, 공정을 혁신하거나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든다는데 기반을 두고 있다.

다만, 전자정부라고 일컫는 국가정보화는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정통부가 해체되면서 해당 업무를 진행하는 부처로 이전됐다.

지금도 일부 기능을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 담당하나 정부전산센터가 클라우드 환경으로 완전히 바뀌면 해당업무를 맡는 부처의 전문성이 더욱 중시될 것으로 보인다.

같은 맥락에서 올해 정부 계획을 보면 ICT와 과학기술 선도 부처인 미래부 업무외에도 ▲빅데이터 분석, 인공지능을 활용한 맞춤형 교육 서비스와 도서벽지 고교 ICT 인프라 구축(교육부)▲ 드론·공간정보 융복합 서비스·물류스타트업 지원(국토부)▲스마트팜 단지 조성(20ha), 빅데이터 수집 등 생육·관리 S/W 개발과 무인자율주행 등 스마트 농기계 개발 확대(농림부) 등 부처별 ICT 업무 계획이 여럿 포함돼 있다.

국내 IT서비스 업계 관계자는 “전두환 정부때 국가전산망사업으로 시작한 정보화 추진 노력은 사실상 노무현 정부때 거의 끝났다”면서 “시스템통합(SI) 산업은 침체됐고 그래서 IT서비스로 관점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진흥과 규제 분리가 낳은 참사도

정부 부처들이 앞다퉈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ICT융합에 나서겠다고 공언하지만 비판도 만만찮다.

강홍렬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연구위원은 “영역별, 업종별, 산업별로 R&D 내용과 추진과정이 분산돼 있고, 부문별로 해당부처가 정책지분을 주장하면서 유사한 연구의 중복과 상호 소통부재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는 부처간 이해에 따른 소통부재의 개선 없이 행정학적 조직 개편만 모색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대우정보시스템, KT 등에서 활동한 ICT 전문가인 송희경 의원(새누리당)은 “자율주행자동차와 빅데이터, VR의 경우 수많은 부처와 규제가 혁신을 가로 막는 상황을 만들었다”며 “신성장혁신부총리 신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진흥 업무와 규제 정책이 분리되면서 스타트업을 비롯한 국내 기업들이 이중·삼중 규제에 시달리거나 예측가능성이 급속하게 떨어졌다는 점이다.

(사)한국핀테크산업협회(회장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는 기획재정부가 비트코인 해외 송금 서비스를 위법으로 판단한데 대해 그간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지원정책과 모순된다며 비판했다.

지난해 9월 비트코인 해외송금 스타트업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후원한 금융권 공동 창업경진대회에서 금융감독원장상을 받으며 비트코인을 이용한 해외송금 서비스의 혁신성을 인정 받았는데, 기재부는 비트코인 해외송금은 외국환거래법 위반이라며 금감원에 조사를 요청한 것이다.

방송·통신 분야도 진흥은 미래부가 규제는 방통위로 나뉘다보니 기업들은 시어머니 둘을 상대하며 어쩔줄몰라 한다.

방통위 한 상임위원은 “부처에서 가장 자주하는게 무슨 무슨 진흥계획을 만드는 일인데 대부분 책상에서 계획을 만들다 끝난다”면서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규제 혁신이나 규제 재설계 업무가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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