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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누군가의 꼭두각시일 수 있다

김용운 기자I 2016.11.09 06:04:30

열등감에 빠진 이 의지할 곳 없는 이
불법 다단계 등에 세뇌 당하기 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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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조작의 비밀
오카다 디카시|296쪽|어크로스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2011년 11월 서울 송파경찰서는 관내 거여동과 마천동에 거주하는 젊은이에 대한 수사에 들어갔다. 수백 명의 젊은이가 집단적으로 합숙하며 인근 공원과 골목을 배회하고 소란을 피운다는 신고가 빈발했기 때문이다. 경찰이 수사를 진행하면서 이른바 ‘거마대학생’들의 실체가 드러났다. 그들 대부분은 불법다단계에 빠져 가족마저 버리고 일확천금을 꿈꾸던 대학생이었다.

일본의 정신의학자인 저자는 오랫동안 소년원 등에서 임상의로 근무하며 특이한 사람을 많이 만났다. 그 과정에서 심리 조작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심리 조작은 사고나 감정에 영향을 미쳐 자신이 원하는 대로 타인을 행동하게 만드는 기법이다. 육체적·정신적·성적 착취를 당한 피해자 중에는 반사회적 집단이나 인물에게 심리 조작을 당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20세기에 접어들면서 심리학과 정신분석을 바탕으로 심리 조작은 체계적으로 발전해 왔다. 냉전시기에는 정보기관이나 국가가 직접 나서 심리 조작을 통한 비윤리적인 만행도 일삼았다. 저자는 심리 조작의 이론과 역사를 알기 쉽게 서술하며 여러 사례를 통해 심리 조작의 메커니즘과 위험성을 알려준다.

저자에 따르면 불법다단계에 빠진 대학생은 심리 조작 이론에 의해 세뇌당한 대표적인 경우다. 불법다단계 교육은 외부 세계와 격리하고 외부 사람과 교류할 기회를 차단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이어 끊임없는 강의와 토론으로 뇌를 지치게 한 다음 서로의 동료가 되면 멋진 인생을 시작할 수 있다고 세뇌한다. 아울러 소속 집단 내 인간관계를 끊는 것을 배신으로 간주하며 스스로 판단하는 것을 금기시한다. ‘거마대학생’들의 집단 합숙이 바로 이러한 심리 조작의 첫 단계였던 것이다.

저자는 타인의 눈치를 보며 지나치게 상대방을 배려하거나 모든 정보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사람, 높은 이상을 꿈꾸지만 마음속에 열등감을 지니고 있는 사람. 극심한 스트레스로 정신이 약해지거나 주변에 믿고 의지할 대상이 없는 사람들이 특히 심리 조작에 잘 빠져들 수 있다고 경고한다. 무엇보다 스스로 생각할 여유를 잃고 수동적으로 살아가는 현대인 대부분이 ‘심리 조작’에 당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결국 심리 조작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방법은 마음의 면역력을 기르는 것. 저자의 우려가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가시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책장을 넘기는 마음이 가볍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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