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인천 법률칼럼]사업자 명의대여, 부탁도 허락도 하지 말아야

이종일 기자I 2020.05.09 08:41:00

사업 명의자와 실제 운영자 다른 경우 발생
사업자 명의 대여 행위 ''형사처벌'' 대상
사업 어려워지면 명의자에게 채무 남아
순간의 위기 타개하려다 더 큰 곤란 초래

이데일리는 새해 들어 ‘인천 법률칼럼’을 연재합니다. 인천지방변호사회 소속 변호사들이 칼럼을 통해 유용한 법률상식, 변호활동을 하면서 느낀 점, 일상의 잔잔한 감동을 독자와 나눕니다.[편집자 주]

이성연 변호사.


[이성연 변호사] 소송을 수행하다 보면 사업자등록상 명의자와 실제 운영자가 다른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불법영업으로 이미 한 차례 법적 처벌을 받은 뒤 추가 적발을 피해 동종 영업을 하고자 소위 바지사장을 내세우는 경우가 있다. 유흥업소를 운영하다가 성매매처벌법에 의해 처벌을 받고 타인 명의로 동종 영업을 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또 사업을 운영하던 중 적자로 사업을 중단하고 새로이 사업을 운영하면서 채권자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하여 타인 명의로 사업자등록을 마친 경우가 있다. 조세의 회피를 위하여 타인 명의로 사업자등록을 마친 경우도 꽤 흔하다.

특별한 인적관계에 있는 누군가가 사업자 명의만 잠깐 빌려달라고 부탁하면 이를 거절하기가 쉽지 않지만 그와 같은 부탁을 받을 경우 반드시 거절의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 사업자 명의를 대여하는 경우 감수하여야 할 불이익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우선 사업자 명의 대여 행위는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조세범처벌법 제11조 제1항은 조세의 회피 또는 강제집행의 면탈을 목적으로 타인의 성명을 사용하여 사업자등록을 하거나 타인 명의의 사업자등록을 이용하여 사업을 영위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했다.

같은 조 제2항은 조세의 회피 또는 강제집행의 면탈을 목적으로 자신의 성명을 사용하여 타인에게 사업자등록을 할 것을 허락하거나 자신 명의의 사업자등록을 타인이 이용하여 사업을 영위하도록 허락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해 사업 운영자뿐만 아니라 명의 대여자도 형사처벌 대상이 됨을 분명히 했다. 물론 이 법률상 처벌의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사업자 명의를 대여했다는 점만이 아니라 조세의 회피 또는 강제집행 면탈 목적이 있다는 점도 인정되어야 한다.

둘째, 사업 운영의 과실(果實)은 실제 운영자가 취하고 사업 실패의 책임은 명의인이 지게 된다. 사업이 잘 될 때 이익은 운영자가 가져가지만 사업이 어려워지면 채무는 명의자에게 남게 되는 것이다. 사업 운영과 채무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사업자 명의를 제공한 이상 운영을 위하여 사업자 대출을 받아주거나 리스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와 물품을 구입하여 물품대금 채무를 부담하는 것은 명의 대여의 다음 수순이 된다. 운영자와 명의자 사이에 내부적으로는 운영의 책임을 실제 운영자가 진다는 약정이 있더라도 이는 제3자에 대하여 효력이 없다. 따라서 운영자가 사업을 포기하는 경우 채권자들은 명의자에 대하여 법적인 책임을 물을 가능성이 높다.

나중에 폐업신고를 하거나 사업자 명의를 변경하면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폐업신고를 하거나 명의를 변경하더라도 과거에 발생한 채무가 소멸되거나 타인에게 자동으로 이전되는 것은 아니다. 사업 실패의 책임이란 채권자들에 대한 책임뿐만 아니라 조세에 대한 책임 역시 포함하는 것이므로 체납 처분의 효과도 명의자에게 귀속된다고 보아야 한다.

필자가 만난 사례 중에는 배우자, 부모, 형제 등 특별한 인적관계에 있는 사람들을 위하여 자신 명의의 사업자등록을 이용하도록 허락하였다가 파산신청에 이르거나 형사고소를 당한 경우가 제법 있었다. 파산선고 후 법원으로부터 면책 결정을 받은 경우에는 일반 상거래 채무, 대출금 채무 등은 그 책임이 면제되지만 조세는 책임이 면제되지 않아 명의를 대여한 사람들의 근심이 크다.

사용자가 사업 실패로 영업 중단에 이르게 되면 근로자는 실직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사용자에게 자신의 명의로 사업을 하도록 허용하기도 한다. 대외적으로는 사업자이지만 실제로는 월급을 받고 일하는 근로자인 경우로서 실제 사업주가 재차 사업에 실패할 경우 명의를 대여한 근로자는 실직에 더하여 막대한 채무까지 부담하는 피해를 입게 된다. 그러므로 사업자 명의 대여만큼은 부탁을 하지도, 허락을 하지도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순간의 위기를 타개하고자 한 시도가 더 큰 곤란을 초래할 수 있다.

◇이성연 변호사 이력

△연세대 철학·법학 전공 △전 법무법인 이일 변호사 △전 법무법인 소원 변호사 △현 이광덕·이성연 법률사무소 변호사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