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김영수의 Question]한국씨티은행의 스마트 오피스 실험

김영수 기자I 2019.05.13 07:48:23
서울 새문안로에 위치한 씨티뱅크센터 빌딩. 이 건물에는 현재 한국씨티은행의 소비자금융그룹이 세일앤리스백을 통해 입점해 있다.(사진=한국씨티은행 제공)


[이데일리 김영수 기자] 한국씨티은행이 서울 중구 다동(청계천 일대) 사옥을 매각하고 이르면 올해 말 새문안로와 영등포 문래동에 각각 있는 씨티뱅크센터(옛 씨티코프센터)와 영씨티 빌딩으로 분산, 이전한다. 이번 다동 사옥 매각으로 씨티은행의 한국 내 직접 보유 부동산 자산은 경기은행 본점이었던 인천센터와 10여개 지점이 남게 됐다.

현재 다동 사옥에는 100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한국씨티은행 전체 직원이 3500여명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다동 사옥에 30% 정도의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는 셈이다. 다동 사옥은 한미은행이 1997년 터를 잡았던 곳으로 2004년 한국씨티은행에 인수·합병(M&A)되면서 줄곤 한국씨티은행 본점 사옥으로 사용돼 왔다.

한국씨티은행의 다동 사옥 매각은 글로벌 씨티은행의 점포 효율화 전략과 맞물린 ‘사무환경 개선 프로그램(Smart Office)’과 연계돼 있다. ‘스마트 오피스’는 지정좌석이 있는 기존 사무공간과는 다른 방식의 환경으로 직원들이 원하는 좌석에 앉아 근무할 수 있다. 한국씨티은행은 이미 직원들의 적응을 위해 다동 사옥 1개 층을 스마트 오피스로 시범운영하고 있는 상태다.

한국씨티은행의 스마트 오피스 도입은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된 근로시간 단축제도(주 52시간 근로제)에 대응하면서도 비대한 점포 축소에 따른 영업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포석이 깔려 있다. 디지털 금융을 실현하기 위한 기초 공사인 셈이다.

앞서 한국씨티은행은 지난 2014년 56개의 점포를 폐쇄하고 약 650여 명의 인원을 감축했다. 이어 2017년에도 대규모 지점폐쇄를 단행했다. 이에 당시 130개에 달했던 지점은 현재 44곳으로 줄었다. 한국씨티은행이 지점 폐쇄를 단행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지만 시중은행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실제 은행 거래의 95% 이상이 영업점이 아닌 전화와 인터넷, 모바일 등 비대면 채널에서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점포 축소는 당연한 시대적 흐름이다. 1000여 개에 이르는 점포를 유지하고 있는 시중은행들의 점포 운영전략이 되레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시중은행들은 한국씨티은행의 스마트 오피스 전면 도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스마트 오피스가 가져올 직원들의 근무환경이 정보통신기술(ICT)기업과 같게 된다면 전혀 다른 금융회사로 탈바꿈하는 촉매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 의견도 있다. 금융업의 특성상 스마트 오피스로 변화를 모색했다고 해서 업무능률이 향상되거나 실적이 눈에 띄게 좋아지지는 않을 것이란 것이다. 다시말해 카카오뱅크와 같은 인터넷전문은행의 오피스 환경과 견줄 수는 없지만 전통 은행업을 근간으로 하고 있는 만큼 큰 변화를 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는 얘기다.

한국씨티은행은 개방형 스마트 오피스 구현을 위해 연말까지 씨티뱅크센터에 대한 대대적인 리모델링에 들어갈 예정이다. 대규모 점포축소에 이어 본격적인 스마트 오피스에 나서는 한국씨티은행의 ‘마이웨이(My Way)’ 행보가 국내 은행산업에 어떤 변화를 미칠지 주목된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