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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 회장 라인 Vs 반대파'..대구은행장 선출 '진흙탕'

문승관 기자I 2018.04.27 06:00:00

'박인규 前 회장 대구상고·영남대 출신 장악
'폭로에 상호 비방전 난무'…반대파와 진흙탕 싸움
'제왕적 지배구조' 폐해…특정 집단 권력 집중 막아야

왼쪽부터 김경룡 DGB금융지주 부사장(회장 직무대행), 박명흠 대구은행 부행장(행장 직무대행), 노성석 전 DGB금융지주 부사장, 임환오 전 부행장.
[이데일리 문승관 전상희 기자] DGB금융지주 회장과 대구은행장 선출이 혼탁 양상을 보이고 있다. 사퇴한 박인규 전 회장의 영향력이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지난해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해 박 전 회장과 대립하다 ‘밀려났다’고 알려진 ‘반대파’와 대구상고·영남대 출신으로 구성된 ‘박 전 회장파’가 상호비방과 폭로전으로 치달으며 진흙탕 싸움을 거듭하고 있다.

DGB금융지주 회장직에는 외부인사가 선출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지만 대구은행과 지주 주요 핵심보직에 여전히 박 전 회장 라인이 대거 포진하고 있어 특정 집단의 권력집중에 따른 폐해가 우려되고 있다. 불법비자금 조성과 채용비리 의혹에 이어 대구 수성구청 펀드 투자 손실액 보전 정황까지 포착되면서 상황이 더욱 악화하고 있어 내부 개혁을 이끌며 조직안정을 가져올 후임 인사 선임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배력 큰 행장 선출 둘러싸고 충돌

DGB금융의 실제 지배력을 행사하는 대구은행장 선출은 전·현직 임원으로만 한정했다. 그러다 보니 박인규 전 회장 시절 사퇴를 종용받아 물러난 ‘반대파’와 ‘박 전 회장파’간의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지고 있다. DGB대구은행이 26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어 추린 1차 후보군에는 김경룡 DGB금융지주 부사장(회장 직무대행), 박명흠 대구은행 부행장(행장 직무대행)을 비롯해 노성석 전 DGB금융지주 부사장, 임환오 전 부행장, 최민호 대경 TMS 대표, 문홍수 DGB데이터시스템 부사장 등 총 6명이 포함됐다.

우세한 쪽은 김 부사장과 박 부행장 등 대구상고·영남대 라인이다. 이들은 현직 프리미엄을 앞세웠으나 박 전 회장이 단행한 인사에서 승진한 인물로 박 전 회장과의 고리를 끊기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노성석 전 DGB지주 사장, 임환오 전 부행장 등도 주목받고 있는데 지난해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해 박 전 회장과 대립하다 밀려난 대표적 ‘반대파’다. 이들은 박 전 회장파가 반대파를 고사시키기 위해 임추위와 짜고 모두 탈락시키려 한다며 객관적이고 투명한 절차로 선임할 수 있도록 과정을 모두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주와 은행 임원 18명 중 박 전 회장과 영남대, 대구상고 학맥으로 연결된 이들은 9명이다. 회장 직무대행인 김 부사장과 행장 대행을 하는 박 부행장도 박 전 회장의 영남대 후배다. 오동수 대구은행 부행장보와 임장욱 상무, 김태종 상무 등 영남대 인맥만 6명에 이른다. 차기 대구은행장을 정하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도 박 전 회장의 학맥이 절대다수다. 총 4명의 임추위원 가운데 서인덕 영남대 명예교수, 서균석 안동대 명예교수, 김용신 공인회계사 김용신 사무소 대표 회계사는 영남대 출신이다.

DGB금융은 은행장 후보를 ‘지주·은행 상임이사(상임감사위원 제외) 및 부사장(부행장) 이상으로 재임 중인 자’로 한정했다. 이 요건이면 영남대 출신이 대부분 후보다. 범위를 넓혀도 영남대나 대구상고 인맥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사회와 경영진 구성이 특정 출신 인사들로 국한되면 경영권 승계나 의사결정과정이 제왕적 지배구조로 이어질 수 있다”며 “조직이 경직되거나 각종 부작용이 양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7년 만에 회장·은행장 분리

DGB금융을 이끌 차기 지주 회장에는 이경섭 전 NH농협은행장, 이휴원 전 신한금융투자 사장 등 외부인사가 유력 후보로 물망에 오른다. 조직 분위기 쇄신을 위해 ‘외부인사 중용론’에 무게가 실리고 있어서다. 가장 유력하게 떠오르는 후보는 이 전 행장이다. 이 전 행장은 1958년 경북 성주 출신으로 1986년 농협중앙회 행원으로 입사한 이후 구미중앙지점장, 부속실장, 서울지역본부장 등을 거친 후 NH농협금융지주 회장직무대행과 부사장에 이어 NH농협은행장을 지냈다.

DGB금융 관계자는 “조직 쇄신을 위해 외부 인사 영입 카드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라 은행장 인선과 달리 회장 인선은 외부 인사도 지원 가능한 개방형 공모방식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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