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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이 작품에 핸드폰이나 삐삐가 등장한다면 두 주인공의 이야기가 덜 아름다울 것 같다고 농담삼아 말한 적 있다. 지금 시대의 시선으로 보면 답답한 이야기다. 이 답답함 속의 애틋함이 낭만적으로 다가온다는 것이 우리 공연의 가장 큰 무기다.” (옥주현)
19일 서울 중구 흥인동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하이라이트 시연회에서 여자주인공 프란체스카 역을 맡은 옥주현은 “시대가 발전할수록 로맨틱함이 사라진다. 그래서 들꽃 같은 감정을 건드리는 우리 작품이 더욱 소중하다”며 애정을 나타냈다.
이날 공개된 작품은 대극장 뮤지컬임에도 연극적인 요소가 두드러졌다. 강한 비트의 음악과 잘 짜인 군무 등의 볼거리는 없다. 대신 서정적인 음악과 배우들의 열연이 그 빈자리를 채운다. 옥주현은 “그동안 전형적인 쇼 뮤지컬을 많이 했다. 한 번쯤 가슴을 울리는 깊이 있는 이야기를 할 때라고 생각했다”며 작품 선택 이유를 설명했다.
작품 분위기에 맞게 발성과 노래에서도 변화를 주고 있다. 옥주현은 “악보에 가장 많이 쓰인 말이 ‘샤콘느’(바로크시대에 유래한 기악곡의 형식 중 하나. 슬프고 우울한 음악을 표현하기도 한다)다. 평소의 센 소리 대신 서정적이면서도 그리움이 묻어나는 소리를 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자주인공 로버트 킨케이드 역의 박은태는 “캐릭터의 진심을 전달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털어놨다. 작품 속 로버트와 프란체스카의 사랑이 ‘불륜’으로 묘사되는 것을 피하기 위함이다. 박은태는 “로버트가 프란체스카에게 ‘떠나자’는 말을 하기 전까지 거짓 없는 감정을 보여주는 것을 신경쓰고 있다”고 했다.
상반신 노출 장면이 많은 점도 부담 중 하나다. 박은태는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때는 그냥 마른 모습만 보여주면 됐다. 이번에는 마르면서도 멋있어야 해서 열심히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작품 속에서 프란체스카는 로버트를 만나 잊고 지냈던 진짜 자신의 모습을 찾는다. 다락방에서 그림만 그려도 행복했던 자유로움이다. “공허하죠. 어릴 때 꿈꾸던 건 이런 게 아니었는데”라는 프란체스카의 대사가 이를 잘 보여준다. 연출가 김태형은 “이 작품은 남녀간의 사랑 이야기지만 프란체스카가 잃어버린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다”고 설명했다. 또한 “대극장 뮤지컬에 기대하는 스타일의 작품은 아니다. 그 어떤 공연보다 배우에게 깊이 몰입해 함께 감정을 나누는 공연이 될 것”이라고 했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이번이 국내 초연이다. 로버트 제임스 월러의 동명 소설을 무대로 옮겼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메릴 스트립이 주연한 영화로도 유명하다. 옥주현·박은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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