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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프론티어]③레고켐바이오, "암세포 죽이는 혁신 기술로 세계 항암제시장 석권할 것"

강경훈 기자I 2016.09.26 07:00:00

LG생명과학 연구소장 출신이 창업
경쟁사 대비 우월한 기술 보유
동물실험 결과만 보고 외국기업이 눈독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 개요
[이데일리 강경훈 기자] 지난 11일 LG화학과 LG생명과학이 합병한다는 소식이 나왔다. 두 회사가 분리된지 14년만이다. 사람들은 ‘LG그룹이 본격적으로 제약업을 하려나 보다’ 정도로 생각했지만 김용주(60) 레고켐바이오(141080)사이언스 대표는 만감이 교차했다. 1983년 LG화학 기술원에 입사해 LG생명과학 신약연구소장직을 떠날 때까지 23년간 신약을 개발한 김 대표에게 두 회사는 친정과도 같은 곳이기 때문이다.

국내 개발 신약 중 처음으로 미국 FDA의 승인을 받았던 항생제 팩티브도 김 대표가 주도적으로 개발했다. LG생명과학이 분리되면서 그동안 연구하던 신약개발이 중단되자 김 대표는 미련 없이 자리를 박차고 나와 2006년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레고켐바이오)를 창업했다. 이후 김 대표는 레고켐바이오를 세계적인 수준의 ADC(항체-약물 접합)기술력을 갖춘 강소 바이오 기업으로 키워냈다. ADC 기술은 말 그대로 항체에 약물을 매달아 암세포를 공격하는 기술이다.

기본적인 항체
ADC기술로 항체에 약물이 결합한 형태
◇핵폭탄 매달고 적진에 뛰어드는 기술

특정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겨 세포가 계속 자라는 게 암이다. 화학 항암제는 암을 없애는 능력은 뛰어나지만 정상세포도 공격하는 한계가 있다. 반면 표적 항암제는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유전자를 찾아 더이상 기능을 못하게 하는데, 유전자 돌연변이가 적은 경우 약을 쓸 수 없다.

유방암 표적 항암제인 허셉틴의 경우 HER-2 유전자가 많아야 효과를 보는데 허셉틴이 듣는 유방암은 전체의 20~30%에 불과하다. 글로벌 제약사들마다 암세포를 죽이는 화학 항암제를 항체에 붙여 치료효과를 높이는 방법을 연구하는 이유다. 이 방법은 돌연변이 유전자의 양이 많지 않아도 암을 없앨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비유하자면 맨 몸으로 싸우는 백병전에서 허리춤에 핵탄두 하나를 차고 적진으로 뛰어드는 것과 같다.

항암제가 몸에 들어가면 보름 정도 혈액을 타고 온몸을 돌면서 암세포와 붙는다. 경쟁사들의 ADC 기술은 혈액을 도는 동안 항체에서 약이 떨어져 나간다. 그러면 약이 암세포 대신 정상세포를 공격하게 된다. 또 약이 달라 붙는 부위가 일정하지 않으면 효과가 둘쑥 날쑥하게 된다. 화이자, BMS, 바이엘 같은 글로벌 제약사들이 ADC 연구에 뛰어들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결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레고켐바이오는 항체에 약물을 안정적으로 매다는 원천 기술을 가지고 있다. 동물실험 결과 14일 정도는 항체와 약이 안정적으로 결합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용주 대표는 “대부분의 제약사들이 항체를 변형시켜 약물을 매다는 방법을 연구할 때 레고켐바이오는 화학적인 방법으로 항체의 변형을 최소화하면서 약을 연결하는 방법을 찾아냈다”며 “항체의 특정 부위에만 약을 매달 수 있어 약효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고 말했다.

ADC항체 모식도 1. ADC기술로 약물과 결합한 항체가 암세포에 붙는다. 2. 암세포 내부로 항체가 들어간다. 3. 붙어 있던 약물이 항체에서 분리된다. 4. 암세포 속에서 약물이 방출된다.
◇‘지방 회사 인력난’ 절감

기술을 파는 레고켐바이오에서 인력은 비용이 아니라 재산이며 투자다. 신약 연구에서 경험이 많은 박사급 연구원을 확보하는 것은 그만큼의 시간과 비용을 줄이는 길이다. 100명 안팎의 전체 임직원 중 연구개발직이 50명이 넘는다. 이 중 30% 정도가 박사급이다. 레고켐바이오가 처음부터 순항했던 것은 아니다. 김용주 대표는 “대전에 있는 이름도 없는 회사에 올인할 사람을 찾는 것은 쉽지 않았다“며 “리쿠르팅 행사에서 회사 소개를 하면 처음에는 관심을 보이다가 회사 위치(대전)를 말하면 자리를 뜨는 사람이 허다했다”고 말했다.

◇초기 투자했던 밴처캐피탈 상장 후에도 투자 지속

대부분의 벤처캐피탈들은 투자한 회사의 ‘상장’이 최종 목표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한국투자파트너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같은 국내 최대 규모의 벤처캐피탈은 레고켐바이오가 상장한 2013년 이후에도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투자를 거듭하고 있다. 지금까지 레고켐바이오에 약 200억원을 투자하고 있는 한국투자파트너스 관계자는 “레고켐바이오는 조 단위 이상의 가치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세진 레고켐바이오 최고재무책임자는 “창업자가 다른 데 한 눈 팔지 않고 지속적으로 연구에만 매달리는 것을 투자자들이 감명을 받는다”고 말했다.

상장으로 자금 여력이 생기면서 속속 결과물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중국 푸싱제약에 유방암 치료제인 허셉틴의 ADC 기술을 200억원에 이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푸싱제약은 이미 똑같은 ‘허셉틴-ADC 기술’을 개발 중인 엠브렉스라는 미국 회사를 인수한 상태였는데도 동물실험만 끝난 레고켐바이오의 기술을 사간 것이다. 김우식 레고켐바이오 IR 팀장은 “그만큼 레고켐바이오의 기술이 앞서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여러 글로벌 제약사들과 물질이전계약 협상을 진행 중이다. 레고켐바이오는 항체를 연구하는 회사들과 적극적으로 협업을 하고 있다.

췌장암 관련 유전자인 메소셀린에 약을 붙이는 연구는 녹십자와 공동으로 하고 있다. 김용주 대표는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서 다 하겠다는 것은 신약연구에 있어서는 불가능하다”며 “레고켐바이오는 항체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항체를 잘 아는 회사와의 협업은 필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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