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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권윤아 쇼피코리아 지사장 “동남아는 ‘코리아 홀릭’”

윤정훈 기자I 2021.02.03 05:30:00

국내서 동남아로 가는 파워풀한 수출 채널 목표
이마트·CJ올리브영 등 대기업도 동남아 시장 파트너로 선정
K팝 인기에 뷰티, 리빙 등 한국 상품 판매 ‘불티’…셀러 400% 증가

[이데일리 윤정훈 기자]‘동남아의 아마존’으로 불리는 쇼피는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회사 중 하나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코로나19는 이커머스 사업을 하는 쇼피에 기회가 됐다. 온라인 쇼핑이 활성화하면서 쇼피 애플리케이션(앱)은 지금까지 누적 2억명 이상이 내려 받았다. 판매자(셀러)도 1000만명을 넘겼다. 쇼피의 모회사인 씨그룹(Sea Limited)은 작년 나스닥에서 테슬라 다음으로 핫한 종목으로 떠올랐다. 작년에만 주가가 400% 이상 상승하며 시가총액 100조원을 훌쩍 넘겼다.

국내에서 동남아로 역직구 플랫폼 역할을 하는 쇼피코리아에는 작년 한 해 문의가 빗발쳤다. 동남아에 진출하고 싶은데 방법을 알려달라는 내용이다. 권윤아 쇼피코리아 지사장과 직원들은 이런 고객 문의에 대응하면서 정신없는 1년을 보냈다. 실제 권 지사장은 밤늦게까지 일하는 날이 대부분이다. 인도네시아 등 해외 관계자와 전화 또는 화상 미팅이 시차가 있어 대부분 오후 시간대 진행되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서울 강남구 쇼피코리아 본사에서 만난 권 지사장은 “협업하는 파트너가 늘다보니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졌다”며 “동남아로의 강력한 수출 채널이 되는 것이 쇼피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권윤아 쇼피코리아 지사장이 지난달 말 서울 강남구 역삼동 쇼피코리아 사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동남아 진출은 쇼피를 통해야 한다’

티(Tea)브랜드 ‘오설록’은 쇼피를 통해 대만과 싱가포르 시장에 진출해 성공한 사례다. 작년 9월 매출액은 진출 초기이던 2월 대비 무려 110배 성장했다. 박성준 오설록 이커머스팀 차장은 “동남아에 대한 전문적인 쇼피의 지원으로 새로운 시장 진출에 대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었다”며 “쇼피 한국팀과 브랜드에 적합한 마케팅 아이템은 무엇인지, 현지 팀과 어떻게 협업하는지 등을 논의해 초기에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오설록과 같이 국내에는 잘 알려져있지만, 동남아 경험이 없는 브랜드들이 쇼피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쇼피는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필리핀, 말레이시아,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 6개 국가와 대만까지 7개 국가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커머스 플랫폼이다.

CJ올리브영과 애경산업도 같은 이유로 쇼피에 입점했다. 권 지사장은 “뷰티 브랜드들의 문의는 2019년부터 계속 이어졌고, 작년에는 실질적으로 판매를 시작한 브랜드가 늘었다”며 “중국 시장을 경험한 브랜드에 동남아는 정치적 리스크가 적고 성장 속도가 빠르다는 점을 어필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동남아 고객들은 온라인몰에 대한 신뢰가 낮고, 국가마다 소비문화가 달라서 브랜드 단독으로 진출하기보다는 플랫폼을 통한 진출이 유리한 측면이 있다. 권 지사장은 “동남아에선 아직 현물을 직접 보고 사는 거래가 익숙하다”며 “쇼피 정도 인지도가 있는 플랫폼은 괜찮지만, 대다수 자사 몰은 보이스피싱을 당하듯 의심한다”고 설명했다.

국내 대형마트인 이마트도 직접 진출보다 쇼피를 거쳐 동남아에 진출했을 정도다. 권 지사장은 “이마트도 쇼피를 통해 대만에서 온라인 판매를 2년 전부터 시작했다”며 “한국 과자와 식품 판매가 잘되기 때문에 현재는 싱가포르 등 국가에도 진출했다”고 말했다.

물류센터 투자와 재고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쇼피 로지스틱스를 통해 국내에서 상품을 집하하기 때문이다. 권 지사장은 “주문이 들어오면 셀러는 해당 상품을 국내 자체 물류창고로 보내고, 이를 쇼피가 현지로 배송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며 “많은 브랜드가 재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서 선호한다”고 덧붙였다.

(사진=쇼피코리아)
‘메인드 인 코리아=프리미엄’ 인식…1년 만에 셀러 400% 증가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베트남 등 동남아 지역에서 한국 브랜드가 인기를 끌면서 작년 한 해 쇼피에 등록한 한국 셀러는 전년 대비 400% 이상 늘었다. 권 지사장은 “매달 기하급수적으로 셀러 수가 증가하고 있다”며 “한국 가수와 드라마 등 한류 문화가 인기를 얻으면서 관련 매출이 잘 나온다”고 했다.

쇼피는 지난 2018년에 걸그룹 블랙핑크를 메인 모델로 발탁하는 등 홍보 수단으로 K팝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지금은 아이돌 그룹 스트레이키즈와 여자친구 등이 쇼피 인도네시아 모델로 활동하고 있다.

권 지사장은 “상품 정보에 한국 수출 상품이라는 표기만 달려도 판매가 증가할 정도로 관심이 크다”면서 “일부 중국 셀러는 포토샵을 활용해서 자신이 이미지에 태극기를 그려 넣을 정도”라고 했다.

한국제품 중에서는 뷰티와 K팝 기획상품, 푸드, 리빙 제품군의 판매가 도드라진다. K뷰티 제품의 주문건수는 전년 대비 250% 성장했고, K팝 기획상품은 약 450%, 식음료 부문은 300% 이상 증가했다. 또 한국 리빙 제품의 주문 건수는 ‘집콕’ 영향을 받아 작년 대비 600% 늘었다.

권 지사장은 “지난해 다양한 K제품이 인기를 끌었고 특히 국내 중소 뷰티 브랜드들이 크게 활약하며 쇼피의 고객들을 완전히 사로잡았다”라며 “2021년에도 계속해서 한국의 셀러와 브랜드들이 동남아 시장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사진=쇼피코리아)
‘라방’하려고 교환학생 채용하기도

쇼피는 라이브커머스와 게임 등 다양한 서비스로 고객이 쇼피 앱 안에 머무는 시간을 늘리고 있다. 지난해 연중 최대 쇼핑행사인 ‘11.11 빅 세일’ 기간 동안 라이브커머스로 2000만 시간을 달성하기도 했다. 이 같은 트렌드에 따라 국내 셀러들도 라이브커머스를 활용하는 비중이 늘고 있다.

권 지사장은 “진입 장벽이 없기 때문에 한국 셀러도 계정을 등록하면 이용할 수 있다”며 “다만 언어 장벽이 있기 때문에 많은 문의를 주고 계신다”고 했다.

라이브 방송이 인기를 끌면서 국내 셀러들은 현지 언어를 할 수 있는 인플루언서를 직접 섭외하는 경우도 늘었다. 권 지사장은 “현지 언어를 사용하는 교환학생 등을 한국이나 현지에서 채용해서 방송을 진행하는 분도 있다”며 “음식 등을 소개하는 분 중에는 언어가 통하지 않는 상태에서 방송을 하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쇼피코리아는 올해 라이브 방송 등 콘텐츠 지원과 물류 서비스 등을 해나갈 계획이다.

권 지사장은 “많은 셀러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라이브 방송 채널을 더 만들고 소통창구를 늘릴 것”이라며 “물류에서는 더 무거운 물건도 수월하게 보내기 위해 현지창고에 미리 재고를 입고하는 방식의 서비스도 도입하는 등 채널을 다양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 지사장은….

△고려대 국제학 및 경영학 복수전공 △2012년 보스턴 컨설팅 그룹 한국 △2015년 보스턴 컨설팅 그룹 호주-멜버른 △2019년 쇼피코리아 한국 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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