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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심리 얼어붙게 하는 전염병…자영업 직격탄 우려
28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거리.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은 대부분 마스크를 쓴 채였다. 일부 거리는 한산했지만 약국에선 줄을 지어 마스크를 구매하는 모습도 보였다. A씨는 “약국에만 사람이 많고 다른 데는 지나다니는 사람이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4번째 확진자가 나오는 등 우한폐렴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때처럼 국내 소비 위축으로 영세 자영업자들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염병은 소비 심리를 위축시켜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 지난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대표적이다. 국내에선 2015년 5월 처음으로 확진 환자가 나온 뒤 그해 연말에야 공식적으로 종식 선언이 나왔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외환위기(IMF) 직후인 1999년(0.8%) 이후 최저치인 0.7%를 기록했다.
당시 자영업자들의 경제적 피해가 컸다. 2015년 한 해 자영업자는 9만8000명 줄었고 특히 ‘영세 자영업자’라고도 불리는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가 12만6000명 급감했다. 명동상인회 관계자는 “아직 사태가 초기라 눈에 띄는 건 없지만 이미 불경기로 손님이 끊기다시피 한 상황이라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28일 “연초 경제심리가 회복되는 상황이었는데 이번 사태로 심리가 영향을 받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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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한국 경제가 우한폐렴 사태가 발생하기 전인 지난해부터 바닥을 걷고 있었다는 점이다. 올해 초부터 미·중 무역갈등 같은 부정적인 대외 여건이 사그라지면서 반등 계기를 찾고 회복세로 접어들 것이란 예측도 나왔지만 예상치 못한 악재로 장기 불황에 접어드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관련 통계를 작성한 1965년 이래 처음으로 월별로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일각에선 디플레이션(경기 침체로 물가가 장기간 하락하는 현상) 우려마저 나왔다. 지난해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 역시 메르스 이후 가장 낮은 0.4%였다.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이는 도·소매, 숙박·음식점업 역시 이미 상황이 좋지 않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대표적인 내수 업종인 도·소매와 숙박·음식점업의 지난해 성장률은 1.1%로 세월호 참사가 있었던 2014년(1.0%) 이후 5년 만에 가장 낮았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당장 가족모임이나 회사모임부터 줄어들면서 외식업이 어려움을 겪고 관광산업 관련 업종의 피해가 예상된다”며 “임대료 부담이라도 덜 수 있게 정부에서 대출 지원책 등을 내놓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민간소비 위축을 우려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유통업과 도·소매업을 중심으로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해부터 소비심리가 계속 안 좋았던 상황에서 악재가 겹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도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메르스 사태 때와 비슷하게 숙박·음식업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