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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냅타임] 대학 성적 따라갔더니…내쳐버린 학창시절

박창기 기자I 2018.10.22 07:44:04


가고 보니 허탕…선택지 없어 졸업 기다리거나 편입하기도
대학 내 비리 수면 위로…학생들 ‘대학 이미지 망가질까 두려워“
대학생 10명 중 3명이 대학생활에 만족 못해

직장인 김정현(28?가명)씨는 전문대 3년제의 전자과를 졸업했다. 입학하기 싫었지만 부모님의 권유로 어쩔 수 없이 입학해야만 했다. 한 학기 등록금 400만원을 웃도는 금액에 비해 수업과 실험 환경은 너무 부실했다. 김씨는 “전공과 관련한 지식이 하나도 없을뿐더러 어정쩡한 학점은 취업의 걸림돌이었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현재 직장을 다니며 학자금을 갚느라 정신이 없다”라며 “내가 왜 이 대학을 나왔는지 후회된다”라고 토로했다.

서울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시민들이 꽃구경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입학을 앞두고 캠퍼스 라이프를 꿈꾼다. 하지만 말 그대로 꿈일 뿐 누구나 즐길 자격을 주는 건 아니다. 기본적으로 보장돼야 할 권리임에도 누군가에게는 소망이자 특권이다.

진학 후 비싼 등록금을 충당하기 위해 알바는 물론이요, 제대로 된 학교생활은 꿈도 꿀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재수가 두려워 들어간 대학은 간신히 졸업장 하나 건질 뿐이다. 결국 남는 것은 등록금 고지서와 취준생에게 닥친 현실의 벽이었다.

지난 9월 교육부에서 ‘2018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 결과를 대학마다 통보했다. 정부가 선정한 부실대학 11곳을 제외하고도 문제점을 개선해야 할 대학들이 늘어 청년들의 고민은 나날이 깊어져 가는 상황이다. 어쩔 수 없이 입학한 대학에 청년들은 이른바 ‘현타(현자타임)’를 느낀다.

전북에 위치한 대학교가 폐교 수순을 밟을 것으로 알려진 2일 오전 학생들이 교정을 걷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월 전북에 위치한 대학교가 폐교했다. 학교 총장의 비리로 정상적인 운영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교육부는 지난해 11월 폐쇄명령을 예고했다. 하루아침에 갈 곳 잃은 방랑자 신세가 된 대학생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편입이나 취업을 준비해야했다.

직장인 신수지(24?가명)씨는 폐교한 이 대학교를 졸업했다. 신씨는 “졸업장이 있어도 없느니만 못하다”고 말했다. 신씨는 “부모님께 죄송해 억지로 4년을 버텨 졸업장을 받았다”라며 “회사 지원 후 면접을 볼 때마다 자존심 상해 눈물을 참아야 했던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라고 토로했다.

전북 전주시 덕진구 전북대학교 교정(사진=뉴시스)


지난해 잡코리아에서 ‘대학생활’에 대해 조사한 결과 대학생 10명 중 3명이 현재 대학생활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대학 내 문제점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학생들의 불안이 고조된 시점이다. 어느덧 대학 내 만족도는 성적과 비례하는 추세가 돼 버렸다. 과거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는 문구와 대비되는 모습이다. 이에 입학을 꿈꾸는 예비대학생들은 어느 대학을 가야 되나 걱정만 앞설 뿐이다.

대학생 임수용(22?가명)씨는 지난해 인서울 대학교로 편입했다. 편입 전 몇 달여의 기억은 임씨에게 잊고 싶은 악몽과 같았다. 당시 수원에 위치한 대학교에 재학 중이었던 그는 학교 내 상당한 불만을 가진 상황이었다. 총장의 사학비리로 기부금 수입처리, 이사회 부당 운영, 부적절한 교원 재임용 등의 문제를 일으켜 대학 이미지를 망가뜨리는 것이 원인이었다.

임씨는 “학교가 학생에 대한 애정과 진정성이 없다”라며 “내가 왜 이런 학교에 다녀야 하나 의문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신입생의 설레는 대학 생활이 학교 내 문제들로 박살나버렸다. 학교에 대한 애정이 변질해 미움으로 바뀌다 결국 떠나야만 하는 상황을 연출했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번 재정지원사업 매뉴얼 개정을 통해 입시·학사비리 등 부정·비리가 적발된 대학에 대해서는 재정지원 수혜를 보다 엄중히 제한함으로써, 대학이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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