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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배틀그라운드`가 불 댕긴 `글로벌 게이밍 노트북 전쟁`

양희동 기자I 2018.06.06 10:00:00

대만 '컴퓨텍스 2018' 사실상 게이밍 전시회
에이수스·에이서·MSI 등 게이밍 사업 확대
삼성·LG 등 국내 업체, 게이밍 노트북 열세

에이수스가 ‘컴퓨텍스 2018’에 별도로 마련한 게이밍 브랜드 ‘ROG’ 전시관. [양희동 기자]
[타이베이(대만)=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한국의 ‘배틀그라운드(Battleground)’가 몰고 온 PC 게이밍 열풍이 세계 노트북 시장 판도를 뒤바꾸고 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모바일에 밀려 하락세 지속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PC시장이 게이밍 노트북을 통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아시아권에서 게이밍 노트북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곳은 에이수스(ASUS)와 에이서(ACER), MSI 등 대만 기반 글로벌 업체들로 최근 게이밍 전용 스마트폰까지 출시하며 시장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만 타이베이에서 지난 5일부터 오는 9일까지 열리고 있는 아시아 최대 ICT 전시회 ‘컴퓨텍스(COMPUTEX) 2018’에서 이들 업체는 대규모 부스를 마련하고,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게이밍 노트북 등 신제품들을 대거 공개하고 있다. 이번 전시회는 △인공지능(AI) △5세대 이동통신(5G) △블록체인 △사물인터넷(IoT) △혁신과 스타트업 △게이밍 및 VR(가상현실) 등 6개 주제를 선정했지만, 사실상 게이밍 박람회를 방불케 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마켓리서치퓨처에 따르면 글로벌 게이밍 노트북 시장은 2016년 이후 연평균 22%씩 성장해 2023년엔 220억 달러(약 23조 5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대만 업체들이 가장 앞선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번 컴퓨텍스에서 최대 규모 전시관을 마련한 에이수스의 경우 게이밍 브랜드 ‘ROG(Republic of Gamers)’의 별도 부스를 마련했다. 이곳에선 에이수스의 게이밍 노트북 신제품과 게이밍용 스마트폰 ‘ROG폰’ 등을 전시해 방문객 사이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또다른 업체인 에이서도 게이밍 브랜드 ‘프레데터(PREDATOR)를 중심으로 대형 전시관을 꾸며 눈길을 사로잡았다.

에이서가 게이밍 브랜드 ‘프레데터’를 중심으로 만든 전시관.
MSI의 경우 ‘트루 게이밍(TRUE GAMING)’이란 주제와 함께 부스 전체를 게이밍 제품으로 구성했다. 부스 내에는 다양한 게이밍 노트북 신제품을 전시하고 실제 게임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해 관람객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또 홍콩에 본사를 둔 글로벌 PC브랜드 조텍(ZOTAC)도 게이밍 제품 중심으로 전시장을 채웠다. 이들 업체들이 시연하고 있는 게임은 단연 배틀그라운드였다.

PC제조업체 외에도 마이크로소프트(MS)나 스토리지 기업 씨게이트(Seagate) 등도 자체 부스를 만들고, 게이밍에 적합한 소프트웨어나 게이밍 노트북 업체와의 협업 결과물, 서버 등 특화 제품을 소개했다.

이번 전시회에 참가한 업계 관계자는 “게이밍 제품은 고성능·고사양을 요구하는 특성상, 프리미엄 제품군을 형성할 수 있다”며 “업체 입장에선 기존 PC에 비해 수익성이 좋고 시장 전망도 밝다”고 설명했다.

컴퓨텍스 전시회장 내에 있는 MSI 부스에는 배틀그라운드 등 고성능 게임을 직접 체험하려는 관람객이 많이 찾았다.
하지만 중국 등 아시아권 최고 인기 프로게이머인 ‘페이커(본명 이상혁)’와 배틀그라운드 등으로 대표되는 한국발 게이밍 열풍이 프리미엄 PC시장에 변화를 몰고 있지만, 이번 컴퓨텍스에선 우리 주요 기업들의 부스를 찾아볼 수 없었다. PC시장 위축과 함께 컴퓨텍스도 해가 지날수록 규모가 축소되며 대만 현지업체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지만, 한국 기업들이 노트북 분야에선 내수 시장에 안주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 노트북 시장에선 삼성전자(005930)LG전자(066570)가 약 70%를 점유하고 있지만,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영역을 확대하면 시장의 50% 이상을 에이수스, 에이서 등이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삼성 노트북 오디세이 Z’, LG전자가 ‘LG 게이밍 노트북(모델명 15G870)’ 등을 각각 내놓고 게이밍 노트북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아직은 걸음마 단계란 평가도 나온다.

컴퓨텍스에서 만난 한 현지 업체 관계자는 “삼성·LG 등이 한국에서는 노트북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중국·일본·대만·동남아 등에서는 존재감이 미미하다”며 “대만 업체들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게이밍 노트북 수요가 가장 많은 한국 시장 공략에 더욱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에이수스가 이번 컴퓨텍스에서 공개한 게이밍 노트북 ‘ROG 스나이퍼 GL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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