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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發 돌발악재…제조업 불안 심리 '이상기류'

김정남 기자I 2018.02.28 06:00:00

2월 제조업 BSI, 1년여來 가장 낮아
일부 업종, 통상 압박 리스크 영향권
가계의 소비심리도 5개월來 최저치
1년만에 '3% 성장' 경로 이탈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주지사들과의 연례 회동에서 발언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공장들이 문을 닫고 있거나 이미 폐쇄됐다. 우리나라의 철강, 알루미늄 산업을 다시 소생시키고 싶다”며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면 부과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예기치 못한 미국발(發) 돌발악재에 경제주체들의 심리에 이상기류가 나타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 압박에 이번달 제조업의 경제 심리는 1년여 만에 최저치 하락했다. ‘경제 첨병’ 기업의 불안 심리는 경제 전반에 직접적인 악재가 될 수 있어 주목된다.

◇제조업 BSI, 1년여來 최저

28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및 경제심리지수(ESI)를 보면, 이번달 제조업의 업황 BSI는 75로 전월 대비 4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 1월(75) 이후 1년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BSI는 기업가의 현재 경영상황에 대한 판단과 향후 전망을 조사해 작성된다. 기준치인 100을 넘어설 경우 긍정적인 응답을 한 업체가 더 많다는 의미이며, 100 이하이면 그 반대다. 한은은 이번달 BSI를 위해 지난 9~20일 전국 3313개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제조업 심리가 악화한 것은 1차금속(-17포인트) 영향이 컸다. 조선업과 자동차업이 여전히 부진의 늪에 빠져있는 게 주요 요인이다. 한은 관계자는 “자동차의 경우 파업이 종료됐지만 생산이 확 늘지 않은 영향이 반영됐을 수 있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산(産) 철강에 ‘관세 폭탄’ 의지를 보인 것도 일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철강산업을 미국으로 다시 가져오고 싶다” “만약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면 부과하도록 하자” 등의 발언을 하고 있다. 한국산 철강이 미국의 추가 제재를 피할 가능성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아직 미국의 통상 압박이 기업 심리에 크게 반영되지는 않은 것 같다”면서도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반덤핑관세로 인해) 여태까지는 참을만 했던 일부 업종들이 이제는 힘들어진다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다른 주력 업종인 전자(-6포인트)도 하락했다. 디스플레이와 스마트폰 등의 판매가 부진해지자, 관련 부품의 수주도 저조해진 탓이다.

제조업 중에서도 수출기업의 부진을 주목할 만하다. 이번달 수출기업 업황 BSI는 86으로 전월 대비 2포인트 떨어졌다. 지난해 8월(84) 이후 최저다.

이번달 비(非)제조업의 BSI도 1포인트 내린 79를 기록했다. 지난해 10월(76) 이후 가장 낮다.

◇‘3% 성장’ 경로 이탈 가능성

경제 심리 이상기류는 가계도 마찬가지다. 한은에 따르면 이번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전달 대비 1.7포인트 하락한 108.2를 기록했다. 지난해 9월(107.4) 이후 5개월 만의 최저치다. CCSI는 소비자동향지수(CSI) 중 6개 주요지수를 이용해 산출한 심리지표다.

이 역시 미국의 통상 압박 탓으로 한은은 보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불과 1년 만에 ‘3% 성장’ 경로를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의 통상 압박 강화는 성장 하방 리스크(기존 전망보다 더 하락하는 리스크)를 높이는 요인”이라고 했다.

한편 이번달 BSI와 CSI를 합한 경제심리지수(ESI)는 99.0으로 1.7포인트 상승했으나, 순환변동치(계절적 변동 등을 제거해 산출한 수치)는 99.6으로 지난달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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