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창조관광] "캐리어 이젠 끌고 다니지 말고 맡기세요"

강경록 기자I 2016.09.23 06:05:10

성공사례탐방 31 ''라온트래블스토리지''
즐겁고 편안한 여행 콘셉트로
여행객 대상 물품보관소 운영
방한 해외 배낭여행객 늘어
월 최고 이용객 3000명 달해
환전·택배 등 부가서비스 제공
작년 매출 3천만원서 올해 2억원

여행객 짐보관서비스사업을 하는 라온트래블스토리지의 이세진 대표가 짐을 맡기러 온 일본인관광객과 상담하고 있다.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박근혜 정부의 국정 운영 패러다임은 정부3.0이다. 개방·공유·소통·협력을 바탕으로 국민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일자리 창출과 창조경제를 지원하자는 데 목적이 있다. 관광분야에서도 창조경제 실현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추진하고 있는 관광산업의 융·복합을 위한 다양한 사업이 그 일환이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사업은 ‘창조관광사업 공모전’이다. 2011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관광부문의 창업과 연계,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관광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취지 아래 ‘창조관광사업 공모전’을 실시하고 있다. 공모전의 성과는 눈부시다. 5년간 총 297건의 창조관광사업을 발굴, 그중 205개의 아이디어를 사업화했다. 또 756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성과를 올렸다. 이데일리는 문화체육관광부·한국관광공사와 공동으로 공모전에 당선한 업체 중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한 업체를 찾아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여행 중 불편한 ‘짐’ 대신 보관하는 서비스

“한국으로 오기 전에 미리 온라인으로 예약했다. 무거운 캐리어를 이리저리 끌고 다니지 않고 편하게 여행을 다닐 수 있어 좋다”(일본 여행자 유키 구라모토·34).

여행 좀 다녀본 사람은 안다. ‘짐’이 진짜 ‘짐’이 된다는 사실 말이다. 특히 배낭여행객에게 가장 큰 고충은 ‘짐’이다. 짐이 무거워질수록 행동반경을 제약받기도 하고 범죄의 표적이 될 위험도 커진다. 그렇게 여행객인지 짐꾼인지 헷갈릴수록 여행경로는 복잡해지고 포기해야 하는 것이 많아진다. 분실의 위험도 커진다. 그래서 배낭여행전문가들은 반드시 필요한 짐만 간편하게 챙겨서 떠날 것을 주문한다.

그래도 짐을 줄일 수 없다면 방법은 있다. 바로 안전한 곳에 맡겨두는 것이다. 최근 여행객의 물건을 안전한 장소에 보관하는 스토리지(보관소)가 많이 늘이나고 있다. 여행객을 위한 신개념 물품보관소다. 스토리지는 나아가 여행객은 물론 개인이나 기업 등에 일정 공간을 임대해주는 공간대여서비스도 병행한다.

이번에 소개할 회사가 바로 이 같은 사업을 하는 ‘라온트래블스토리지’(이하 라온)다. 서울 마포구 양화로 홍대입구역 내에서 주로 외국인관광객을 대상으로 유인물품보관소를 운영하고 있다. 라온은 2014년 창조관광공모전에서 수상했다.

라온트래블스토리지 매장 내 상담 데스크 전경.


이 회사의 대표는 대학을 갓 졸업한 이세진(27) 씨다. 이 대표가 라온을 창업하게 된 계기는 ‘여행의 불편함’이었다. 이 대표는 “라온은 ‘즐거운’이란 뜻의 순우리말”이라면서 “즐겁고 편안한 여행을 제공해주자는 라온트래블스토리지의 콘셉트를 잘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평소 여행을 좋아해서 국내외 이곳저곳을 많이 다녔다. 학생이라 주로 배낭여행을 다녔는데 당시 가장 불편했던 것 중 하나가 짐이었다. 하지만 해외에는 여행객을 위한 물품보관소가 잘 구축돼 그나마 괜찮았지만 국내에는 이런 서비스가 거의 없어 많이 불편했다”면서 창업하게 된 동기를 설명했다.

조덕현 한국관광공사 창조관광사업단장은 “40여년 전 미국에서 처음 시작한 셀프스토리지사업이 이젠 여행산업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면서 “라온은 최근 급증하고 있는 방한 외국인관광객은 물론 내국인관광객의 물품까지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라 여행객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에 성장가능성이 높은 회사”라고 소개했다.

◇ 창업 2년 만에 8배 성장

라온트래블스토리지 매장 내 짐보관서비스를 이용한 여행객들이 남긴 메모가 빼곡하다.
어느덧 창업 3년 차. 라온은 그동안 양적·질적 성장을 이뤘다. 그 바탕에는 2014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주최한 ‘제4회 창조관광공모전’이 있었다. 당시 라온은 예비창업자부문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지원받은 사업화 자금은 약 3200만원. 여기에 2000만원을 보태 창업했다. 지난해 매출은 약 3000만원. 올해는 이보다 많은 1억 5000만~2억원까지 예상하고 있다. 최근에는 매월 2000~3000여명 정도가 라온에 짐을 맡기러 온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사업화 자금 이외에도 라온이 시장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지원을 보탰다. 이 대표는 “사업화 자금으로 홈페이지와 각종 브로셔 제작은 물론 초기 매장을 갖추는 데 큰 도움을 받았다”면서 “특히 담당 컨설턴트로부터 사업을 진행할 때 일어나는 어려움에 대해 즉각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어 초기에 자리를 잡는 데 큰 도움이 됐다”며 감사해 했다.

사업 전망도 밝다. 올해 방한 외국인관광객은 약 1650만명. 그중 약 70%가 개별 여행객이다. 이 대표는 “한국을 찾는 외국인관광객 중 개별 관광객의 비중이 점차 늘어남에 따라 수요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특히 최근 홍대 인근이 명동처럼 내·외국인관광객의 필수코스가 되면서 짐보관서비스 이용객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라온트래블스토리지 매장 내 벽면을 장식한 엽서 샘플.


하지만 위기도 있었다. 지난해 한국사회를 강타한 메르스로 폐업 직전까지 갔다가 구사일생했다. 당시를 회상하던 이 대표는 “그땐 하루에 한 명도 짐을 맡기는 고객이 없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2014년 12월 매장을 오픈하고 한참 자리를 잡던 지난해 6월 메르스가 발생했다. 당시 6월 한 달은 손님이 아예 없었다. 여러 업체가 문을 닫았다는 소식을 전해 들으면서 우리도 폐업해야 하는 건 아닌지 심각하게 고민했다.” 당시 영업손실은 월 300만원 이상. 그렇게 두 달을 간신히 버티고 나니 다시 손님이 찾아오기 시작하더란 것. 위기를 어렵게 극복한 것이다.

◇ “10년 내 관광비즈니스센터 운영하고파”

라온트래블스토리지 짐보관서비스 가격표
현재 라온은 짐보관서비스 외에도 다른 부가서비스를 제공한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짐을 공항까지 가져다주는 딜리버리서비스가 있다. 이외에도 국제배송, 한복대여, 엽서판매, 환전(중국인관광객 대상) 등을 병행한다.

이 대표는 “라온을 찾는 손님들은 단순히 짐을 보관해주는 서비스 외에 다른 부가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면서 “현재 라온에서 제공하는 부가서비스는 모두 고객의 요구를 분석해 만든 아이템”이라고 소개했다. 엽서나 우표서비스는 사소하지만 우체국을 찾기 어렵고 찾는다고 해도 의사소통이 불편하다는 점에 착안해 만든 서비스다. 국제배송서비스는 짐을 찾아가지 못했거나 쇼핑 등으로 짐이 많아져 공항까지 가져가기 번거로울 때 이용하는 서비스라고 이 대표는 설명했다.

라온트래블스토리지 ‘딜리버리서비스’ 가격표
사업이 안정화단계에 접어들면서 이 대표는 더 큰 꿈을 키우고 있다. 이 대표는 “원래 이 사업을 하고 싶어서 한 것이 아니라 이 같은 서비스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시작한 것이라 정확하게 목적을 정해놓지는 않았다”면서도 “하지만 앞으로 5년 내에 지점을 한 곳 내고 프랜차이즈 형태로 여러 관광지에 라온이름으로 매장을 내고 싶은 욕심은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여행객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더 크다는 이 대표는 “이제는 뚜렷한 목표를 세워야 할 시점이긴 한 것 같다”면서 “앞으로 5년이 될지 10년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공부를 더 해서 신생기업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컨설턴트도 해보고 싶다”고도 말했다.

궁극적인 목표는 사업을 하면서 체득한 여러 경험을 바탕으로 관광비즈니스센터나 커뮤니티를 만들어 운영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마케팅이나 영업 외에도 다른 서비스에 대해 도전해보고 싶은 것이 많다는 이 대표는 “아직 관광업계에 들어선 지 2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하면 할수록 노하우가 생긴다”면서 “앞으로 10년간 이 업계에 더 많이 도전하다 보면 언젠가는 실패와 성공의 경험을 다양하게 쌓게 될 것이고 생생한 경험과 사례를 신생기업에 전수해주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전했다.

분명한 건 이 대표가 어떤 사업 형태를 도입·변형해 운영하든 관광업계에 계속 머물러 있겠다는 것. 이 대표는 “여행은 누구나 좋아하는 일”이라면서 “앞으로 계속 관련있는 일을 하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목표를 세워나가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라온트래블스토리지 매장 내 짐보관서비스를 이용한 여행객들이 남긴 메모 중 하나.
이세진 라온트래블스토리지 대표.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