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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멱칼럼]글로벌 자동차업계 중국발 지각변동

김형욱 기자I 2024.11.06 05:00:00

현대차·기아 세계 3위 등극 놀랍지만
중국차 거센 추격 물리쳐야 할 상황
美 대선 후 불확실성 부담도
배터리 중심 공급망 경쟁력 키워야

[구기보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 현대차·기아가 토요타, 폭스바겐에 이어 자동차 판매량 세계 3위(합산 기준)에 등극했다. 미국의 GM·포드, 일본의 혼다, 프랑스 르노와 일본 닛산·미쓰비시가 결합한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 등의 쟁쟁한 자동차 기업을 넘어선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심지어 폭스바겐을 넘어서리란 전망도 나온다. 참으로 자축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냉정하게 현대차·기아가 이처럼 약진하게 된 원인을 짚어보고 향후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계속 선전하기 위한 해결 과제는 무엇인지 생각할 때다.

현대차·기아가 약진하게 된 것은 무엇보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빠르게 전환하는 시점에 경쟁력 있는 전기차를 출시한 것에 기인한다. 전통적으로 내연기관차 시장의 강자는 독일과 일본의 자동차 기업이며, 미국 자동차 기업도 자국 시장을 기반으로 상당한 경쟁력을 갖춰 왔다. 그러나 전기차 시장이 확대되면서 테슬라를 제외한 미국 자동차 기업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올해 들어 중국 일부 공장을 폐쇄했고 독일 공장마저 생산라인 축소를 검토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자동차 강자들이 밀려난 것은 현대차·기아의 경쟁력이 높아진 것보다는 중국 전기차 기업이 급부상한 것과 관련이 크다. 중국 자동차 시장이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급전환하면서 현대차·기아는 물론 토요타, 폭스바겐도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폭스바겐은 중국 시장뿐 아니라 유럽 시장에서도 현대차·기아와 중국 전기차 기업에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올해 들어 전기차 안정성 문제로 판매 증가세가 주춤해지는 ‘캐즘’(chasm)이 나타나면서 그 대안으로 하이브리드차가 부상했고 이 덕분에 토요타는 전기차 시장에서의 열세를 하이브리드차로 만회하기도 했다.

중국 BYD는 테슬라를 넘어 전기차 판매량 1위 기업으로 부상했다. 창청(長城) 등 다수의 중국 전기차 기업이 약진하면서 중국 내 외국계 자동차 기업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또한 중국의 자동차 수출 역시 지난해 처음으로 일본을 넘어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중국 전기차는 동남아나 남미 등 개발도상국 시장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에도 위협이 되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기존 25% 관세를 100%로 올렸으며 유럽연합(EU)도 중국산 전기차에 관세를 45.3% 부과하기로 확정했다.

우리나라 기업은 이러한 견제 덕분에 미국 시장에서 어부지리를 얻고 있다. 그러나 EU 시장에서는 중국 자동차 기업이 우리 기업의 점유율을 떨어뜨리고 있다. 다수의 현지 공장이 완공된 이후엔 경쟁이 더 격화할 전망이다. 미국 시장 전망도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미 대선 유력 후보인 트럼프는 전기차 및 배터리 보조금을 축소·폐지할 것을 공언했다. 동맹국이라도 대미(對美) 무역흑자가 큰 나라에 대해 관대하지 않다. 현대차가 GM과 손잡고 차량을 공동 개발하기로 한 것은 이런 상황을 극복하는 데 일조할 것이다.

향후 현대차·기아가 폭스바겐이나 토요타를 넘어 1위 자동차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중국 자동차 기업의 거센 추격을 물리쳐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전기차 캐즘 시기에는 하이브리드차에 집중하면서 장기적으로 전기차 시장의 성장에 대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내 자동차 업계와 전기차 배터리 업계의 포괄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현대차·기아는 전기차 부문에서도 자체 부품 라인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전기차는 배터리 비중이 절대적임을 고려해 국내 배터리 기업과 협력을 통해 안정성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현대차·기아는 이와 함께 전기차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전기차 배터리 생산기업과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기술력 제고를 위해 협력해야 한다. 이와 함께 미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전기차 배터리 기술을 선점하기 위해서도 배터리 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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