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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中, 쿠바에 2019년부터 도청기지"…블링컨 방중에 불똥튀나

김겨레 기자I 2023.06.11 10:40:18

백악관 관계자 "최소 2019년부터 도청기지 존재 확인"
"바이든, 취임초 해당시설 업그레이드 관련 보고받아"
中외교부 "유언비어…루머·비방은 미국의 전술" 일축
2월 정찰풍선처럼 이달 블링컨 방중에 영향 미칠수도

[홍콩=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중국이 2019년부터 ‘미국의 뒷마당’인 쿠바에 도청기지를 건설하고 첩보 활동을 해왔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달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방중을 앞두고 도청 기지 문제가 불거지면서 정찰 풍선 사건 때처럼 그의 방중이 또 미뤄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사진=AFP)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익명의 백악관 관계자는 이날 중국이 최소 2019년부터 쿠바에 도청기지를 두고 있었다며, 관련 사실을 확인한 이후 조 바이든 행정부가 전 세계에서 이뤄지는 중국의 광범위한 정보수집 활동을 억제하기 위해 다양한 조치를 취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바이든 대통령이 2021년 1월 취임했을 때 해외 물류와 기지, 정보수집 인프라를 확장하려는 중국의 여러 민감한 노력과 관련해 브리핑을 받았으며, 쿠바 내 중국 도청기지 존재도 포함됐다”면서 “중국이 2019년 쿠바에 있는 도청기지 시설을 업그레이드했다는 내용이 정보 문건에 기록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은 쿠바에서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며, 우리는 이를 방해하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WSJ은 지난 8일 중국이 쿠바에 도청기지를 건설하는 대가로 수십억달러를 지급하기로 비밀리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WSJ은 쿠바와 미 플로리다주의 거리가 약 100마일(160km)에 불과해 중국 정보기관이 미 남동부의 전자메일, 전화통화, 위성통신을 비롯한 시긴트(SIGINT·신호 정보)를 수집하고 미 선박의 통행도 감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과 쿠바는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전날 WSJ 보도가 유언비어라며 “루머를 퍼트리고 중상모략하는 것은 미국의 일반적인 전술”라고 일축했다.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도 이날 “이러한 루머는 미국과 중국 관계의 전환점이 임박한 것처럼 보이는 순간에 등장한다”며 “양국 관계를 손상시키고 대결로 몰아가는 검은 세력이 있다”고 비판했다.

쿠바 도청 기지 문제가 지난 2월 정찰 풍선 사태처럼 이달 블링컨 장관의 방중 계획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쿠바 문제로 최근 미·중 관계 해빙에 있어 중요한 단계인 블링컨 장관의 방중에 대해 의구심이 제기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블링컨 장관은 오는 18일 중국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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