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는 미국의 개인투자자들의 다음 타겟으로 은이 지목된 까닭이다. 이들은 “은행들이 가격 조작을 통해 은 가격을 의도적으로 낮게 유지시키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을 고려한 은 가격은 1000달러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은의 선물·옵션 뿐 아니라 실버바 등 현물 은까지 쓸어담았다. 때문에 세계적인 귀금속 판매사 에이피엠엑스(APMEX)에서 “현물 은에 대한 전례 없는 수요 때문에 다수 제품의 경우 더 이상의 주문을 받을 수 없다”며 공지를 띄우기도 했다.
이들의 이번 작전은 ‘숏스퀴즈(공매도를 한 투자자의 생각과 달리 주가가 상승하면서 손실을 메우기 위해 주식을 되사는 일)’의 방식과는 조금 다르다. 게임스톱의 경우 헤지펀드들이 공매도에 나선 종목을 대거 매수하면서 숏스퀴즈를 야기시켜 헤지펀드들에 직접적 타격을 주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이번엔 직접적 손실을 입히기 위한 방식이 아닌 그동안 은값을 의도적으로 억눌러 싸게 매입해왔던 JP모건을 혼쭐내기 위한 데에 초점을 두고 있다. 혼쭐만 제대로 내 주면 은 가격은 1000달러까지도 올라간다는 얘기다.
앞서 JP모건은 초단타 매매를 하면서 호가 창에 대규모 허위 매수를 올려놓고 상대방이 사려고 하면 거래 성사 직전에 취소해 가격을 끌어내리는 수법(스푸핑 기법)으로 은값을 의도적으로 낮춘 뒤 은값이 낮아지면 은을 매집해 왔다. 현재 JP모건이 갖고있는 은만 무려 1억 9391 트로이온스(29일 기준)로, COMEX에 보관된 양의 약 절반에 달한다. JP모건은 2016년까지 최소 8년 동안 귀금속·채권 시장에서 관련 범죄를 저질렀다는 혐의로 2020년 9억 2000만달러(1조 755억원)의 벌금을 물기도 했다. 즉, 개인투자자들은 JP모건이 자신의 사욕을 위해 은값을 의도적으로 억눌렀다는 것에 분노해 행동에 나서게 된 셈이다. 단 은값이 오른다고 해도 JP모건이 직접 타격을 받는지 여부는 불분명하다.
증권가에선 이들의 행동이 성공하더라도 은값이 1000달러가 될 일은 없을 것이라는 데에 무게를 둔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인플레이션 헤지용으로 은값이 강세를 나타낼 것이라는 전망엔 동의하지만 물가를 조정했을 때 은값은 1980년 128.1가 최고가였다”며 “1000달러 전망은 과도하며 은값이 온스당 35달러 부근에 도달하면 중립적으로 대응할 것을 권고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