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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총선서 여당 재집권…혹독한 긴축정책의 첫승

장순원 기자I 2015.10.05 08:18:06

코엘류 총리 과반 확보는 실패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4일(현지시간) 치러진 포르투갈 총선거에서 중도우파인 사회민주당 연립여당이 이겼다. 유럽에서 구제금융 지원을 받은 국가 가운데 긴축을 추진한 집권당이 승리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과반확보에는 실패해 반쪽 승리란 평가가 나온다. 포르투갈 여당의 승리는 유럽 내 반(反)긴축흐름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긴축 추진한 집권당 첫 승리…과반확보는 실패

페드루 파수스 코엘류 총리가 이끄는 사회민주당 연립 여당은 이날 개표결과 39%의 득표율을 기록해 32%에 그친 중도 좌파 야당인 사회당을 제치고 승리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코엘류의 사회민주당 연립여당은 총 230석인 의석 가운데 100석 안팎을 얻어 과반(116석) 확보에는 실패했다. 130여석을 얻었던 4년전 총선과 견줘 의석수가 쪼그라든 것이다.

안토니오 바르소 테네오 인텔리전스 애널리스트는 “선거결과는 야당의 패배지만, 집권당의 승리도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수적으로 우세한 야당의 공세가 이어지면 정치적 불안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야당은 총선 유세 기간 정부가 추진한 긴축을 폐지하겠다고 공언했다.

◇몸에 쓴 약 긴축…작년부터 서서히 효과

포르투갈은 지난 2011년 유럽 재정위기 속에서 채권단에서 870억달러(약 103조원) 가량의 구제금융 지원을 받았다. 그해 집권한 코엘류 정부는 대신 임금삭감, 연금과 복지 축소 같은 강력한 긴축을 통해 재정건전성을 회복하는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야 했다. 긴축정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포르투갈은 3년간 경기침체(recession)에 빠졌다. 파업과 시위가 지속하며 정치적으로 불확실한 상황이 지속했고 야당의 인기가 치솟기도 했다.

그렇지만 경제가 회복하면서 사회민주당은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작년 5월 구제금융을 졸업한 이후 각종 경제 지표가 개선됐다. 작년엔 4년만에 처음으로 0.9% 성장했고, 올 상반기 경제(GDP) 성장률은 작년 같은 기간과 견줘 1.5% 성장했으리라 추정된다. 2013년 17.5%까지 치솟았던 실업률도 지난 7월 12%대까지 떨어졌다. 또 1993년 이후 21년 만에 처음으로 작년에 무역 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유로화 약세와 원자재값 하락 같은 대외적인 조건도 유리했지만, 수년간의 가혹한 경제 개혁 효과도 반영된 결과다. 코엘류 총리는 “우리는 그동안 많은 희생을 하면서 힘든 시간을 보냈다”면서 “긴축은 결과적으로 옳은 일”이라고 말했다.

지난 6월 그리스의 예금 대량인출(뱅크런)을 목격한 포르투갈 유권자는 당장은 힘들더라고 긴축을 견디는 게 낫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포르투갈 유력지인 푸블리코는 “적어도 앞으로 15년간 성장을 막을 장벽을 걷어치우기 위해 올바른 방법을 찾은 것”이라면서도 “고령층과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역, 높은 부채비율과 치솟은 실업률은 해결과제”라고 지적했다.

◇유럽 정치 지형에도 영향 줄 듯

포르투갈의 집권당이 재집권하는 데 성공하면서 유럽 내 정치 지형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유럽 재정위기 이후 최근까지는 구제금융을 지원받은 국가를 중심으로 반긴축 세력이 힘을 얻는 분위기였다. 혹독한 긴축이 경제살리기 효과는 거의 없고 서민들의 삶만 피패하게 만든다는 비판이 커졌다. 그리스에서도 반긴축을 내세운 급진좌파연합(시리자)가 잇따라 총선에서 승리했다. 스페인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감지됐다.

하지만 이번에 긴축을 앞세웠던 포르투갈의 사회민주당이 승리하면서 이같은 분위기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집권당의 총선 승리는 엄격한 재정규율을 강조하는 독일식 접근법의 정당성을 입증한 결과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강조했다.

특히 이번 선거는 올 연말과 내년 초 예정된 스페인과 아일랜드 총선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신문은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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