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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시각)어닝 전야

전설리 기자I 2009.04.07 08:25:30
[뉴욕=이데일리 전설리특파원] 숨고르기 장세였다. 4주 연속 랠리로 숨이 찼고, 하루 앞으로 다가온 어닝시즌도 부담 백배였다.

때마침 월가의 대표적 비관론자로 꼽히는 마이크 마요 애널리스트의 보고서가 차익실현의 빌미를 제공했다. 은행권의 대출 손실이 대공황 때보다 커질 것이라는 그의 분석은 어닝시즌에 대한 경계감은 물론 해묵은 금융 불안감마저 끄집어냈다.

이번 어닝시즌은 의미가 깊다. 투자자들은 이번 어닝시즌을 최근의 랠리가 약세장 속에서의 기술적 반등이었는지, 강세장의 시작이었는지를 가늠해줄 리트머스 시험지로 여기고 있다.

수치상 1분기 어닝시즌 전망은 물론 어둡다. 전후 최악의 경기후퇴(recession)라는 터널을 지나고 있는 기업들의 실적은 8분기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을 전망이다. 톰슨 파이낸셜의 집계에 따르면 S&P500 구성 종목들의 1분기 실적은 전년동기대비 36.6% 급감했을 것으로 예상됐다.

시노버스 증권의 다니엘 모간 펀드 매니저는 이와 관련해 "나는 여전히 주식시장에 깔린 자신감에 대해 부적절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증시에 베팅할만한 펀더멘탈이 조성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눈높이가 상당히 낮아진 만큼 어닝시즌이 생각보다 혹독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씩씩한 랠리로 충전된 낙관론은 이같은 기대감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페더레이티드 클로버 인베스트먼트의 매튜 카우플러 매니저는 "정말 오랜만에 실적 발표를 앞두고 주식 매입에 대해 크게 우려하지 않고 있다"며 "마침내 기업들의 실적 전망과 투자자들의 기대 사이의 조정이 충분히 이뤄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실적의 배드 서프라이즈가 없지는 않겠지만 이전보다 적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낙관론의 기저에는 `역사상 모든 강세장들이 난리의 한복판에서 탄생했다`는 명제가 깔려 있다. 이날 재부각된 금융 불안감에도 불구하고 오후들어 저가 매수세가 유입된 배경이다.

미즈호 증권의 카마인 그리골리 전략가는 "역사상 대부분의 강력한 강세장은 금융위기의 깊은 절망 속에서 시작됐다"며 "금융위기로 비롯된 약세장은 통상 금융위기로 인한 압박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끝난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업들의 실적도, 강세장·약세장 논란도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는 일. 무엇보다 이번 경기후퇴가 쉽사리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는 신중론은 여전히 유효하다.

R.W. 베어드 앤 코의 브루스 비틀스 전략가는 "S&P500 지수가 750선에서 버틴다면 경제가 우려했던 것보다 취약하지 않다는 진단에 힘입어 뉴욕 증시가 여름까지 랠리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8월~9월쯤 경기부양책 효과가 소진되면서 회복 속도가 더뎌지면 또 다른 역풍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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