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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칼럼)김정근 대표, "한국형 바이오벤처, 그 게임의 법칙"

임종윤 기자I 2007.07.02 10:00:00
[오스코텍 김정근 대표]  “목적을 위해 수단이 필요하다면, 그 수단은 새로운 작은 목적이 된다.” 소년시절에 읽은 어느 책에선가 나오는 구절인데 글의 근간과 크게 연관은 없었지만 기억이 생생한 구절이다.
 
우리는 살아가며 얼마나 본래의 목적만을 위해 애쓰는가? 따지고 보면 인생에서 여러 가지 목적을 위해 투여하는 대부분의 시간과 정열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수단을 얻기 위한, 다시 말해 새로운 작은 목적을 추구하기 위해 쓰여 지는 것 같다.  
 
농부가 씨를 뿌리고 수확하기 위해서는 농토와 쟁기를 구해야 하고, 어부가 물고기를 잡기 위해서는 배와 그물을 마련해야 한다.
 
현대화된 산업시설이 들어서기 위해서는 제반 인프라의 구축이 선행되어야 하고, 첨단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교육과 연구 개발에 지속적인 투자가 이루어져야 하며, 국가가 물류, 금융, 교통의 허브가 되기 위해서는 국가의 신인도와 브랜드 가치를 높여야 할 것이다.
 
미국에서 휴먼게놈 프로젝트의 완성으로 국내에 촉발된 바이오에 대한 광풍은 불과 이 삼년 만에 막을 내렸고, 너나 할 것 없이 바이오벤처의 창업대열에 합류하였던 많은 과학자들은 시장의 냉혹함에 좌절을 맛봐야 했다.
 
이렇게 국내 역사에 태동하다시피 한 바이오 붐의 싹이 채 트기도 전에 시든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부분일 단연 자금경색일 것이다.
 
한국과 미국의 벤처기업의 활동에 있어 투자, 특히 바이오벤처투자에 대한 확연한 차이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년간 평균 미국에서는 약 26조 원의 자금이 벤처에 투자되었으며 이중 26% 정도가 바이오 분야에 투자되었다.
 
반면 같은 기간동안 국내에서는 약 8천억 원의 자금이 투여되었고 이중 8% 정도가 바이오 분야에 투자되었다. 액수로 비교하면 바이오기업에 투자되는 자금 규모가 미국의 1%에 불과하다.
 
또한 투자자금의 회수기간에 있어서도 미국과 비교하면 턱없이 짧아 신약개발과 같이 장기간, 수차례에 걸쳐 충분한 자금이 투여되어야 하는 대부분의 바이오기업으로서는 연구개발에 소요되는 자금조달이 신약개발 자체에 못지않게 스트레스를 가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미국은 본래 연구개발에 많은 자금이 들어가고 한국은 적은 비용으로도 신약 개발이 가능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 대부분의 국내 바이오벤처들은 다국적 제약사를 기술이전의 대상으로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기술이전을 하고자 하는 신약후보물질의 연구개발에서 생성된 모든 데이터를 비롯한 해외 전임상 및 임상자료가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어져야 한다. 이런 이유로 우리나라 바이오 벤처들의 연구개발에 투여되는 자금의 규모는 미국과 같은 바이오 선진국과 유사한 규모라 할 수 있다.  
 
미국과 전혀 다른 토양에서 바이오벤처가 생존하고 또 지속적인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양식으로 발전되어 나아가야 할까? 한국의 토양에서 자금 걱정 없이 일사천리로 신약 개발에 성공할 수 있었던 바이오벤처는 아직까지 없었다.
 
이러한 사실이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라는 논거는 되지 못하지만 최소한 당분간, 적어도 국내에서 바이오벤처의 성공스토리가 있을 때 까지는 그럴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는 신약개발과 같은 거대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한 수단인 자금의 조달이 바이오벤처기업에게는 새로운 목적으로 부상하게 마련이다. 그래야만 신약개발이라는 험난한 과정에서 기업이 살아남을 확률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바이오기업들은 초기에 벤처캐피탈이나 엔젤투자자 등을 통하여 자금을 조달할 수는 있으나 연구개발을 본격적으로 벌이기에는 부족하다. 때로는 국책연구과제에 의존할 수도 있겠으나 이도 제한적인 요소가 많을 뿐더러 선정되기가 만만치는 않다.
 
상장기업의 경우는 시장에서 증자를 통하여 직접 금융을 융통할 수도 있으나 이 자체가 악재로 작용하는 경우가 허다하여 증자를 통한 자금 조달도 그리 쉽지는 않다. 그렇다면 연구개발에 소요되는 비용을 효율적으로 충당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연구개발에 특화된 기업이라 하더라도 철저하게 세일즈에 대한 개념을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이다. 창립 초기부터 캐쉬카우(cash-cow)를 가지고 가는 것이 여러모로 주효해 보이는 방법이다. 
 
물론 이런 점에 대해 외부의 비아냥거림도 있을 수 있고, 내부에서 조차 벽에 부딪힐 가능성은 많다. 그러나 장기간 수차례에 걸쳐 대규모의 자금이 투여되는 나라가 아닌 환경에서 바이오벤처가 살아남기 위해서 우리는 우리의 역사를 새로 써야 한다.
 
연구개발의 중간단계라도 사업화할 수 있는 아이템을 발굴하고, 자금경색으로부터 오는 운영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연관되는 사업도 눈여겨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최종의 목표치를 조금 낮추어서라도 수익 창출을 우선시하는 양보도 초기 바이오벤처에는 필요한 사항일 것이다.
 
이러한 마음가짐은 연구원을 포함한 모든 조직원에게 경영 마인드를 갖게 할 뿐만 아니라 앞으로 있을 거대한 거래에 있어서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조직으로서의 역량을 강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연구개발은 연구부서에서 충실히 하고, 매출창출은 별도의 사업개발과 영업부서에서 영위하여 본래 기업의 목표가 흐트러짐이 없도록 하면 될 것이다. 
 
2007년 초 우여곡절을 겪은 후에 대학 실험실에서 시작한 오스코텍이 상장되었다. 어느 언론매체에서 요청한 인터뷰에서 향후 3년간 중요하게 할 일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골다공증과 관절염 분야에서 세계적인 신약을 만들어 오스코텍을 단번에 세계적인 바이오텍으로 키우겠다‘라는 시원한 말을 기존 주주님들은 원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큰 목표를 이루기 위해 요구되는 수단인 작은 목표를 성실히 수행해 나가겠다는 말이 솔직한 답이 될 성 싶었다. 그래서 “향후 지속적으로 증가할 해외 임상비용 충당을 위해 수익원 확보에 힘쓰겠습니다. 수익원 확보에...”라며 힘주어 대답했다. 
 
“목적을 위해 수단이 필요하다면, 그 수단은 새로운 작은 목적이 된다.”

 
김정근 대표
<약력>
서울대학교 치과대학 치의학사 / 생화학 박사
단국대학교 치과대학 생화학교실 주임교수
미국 하바드대학교 치과대학 구강생물학 교환교수
한국생체재료연구소 소장
국제원자력기구(IAEA) RCA project의 national coordinator
㈜오스코텍 대표이사 (현재)
오스코텍
1998.12 주식회사 오스코텍 설립
2000.03 과학기술부 국산신기술 (KT) 인증 
2001.12 과학기술부 21세기 프런티어사업 주관기업으로 선정
2003.06 치과용 뼈이식재 유럽 CE 인증 획득
2005.03 건강기능식품 OsteoPeak 시리즈 미국 GNC에 공급 계약 체결
2006.11 골다공증 신약후보물질 KT&G와 공동 연구 계약
2007.01 코스닥 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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