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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하도급 불법파견 판결 증가에 기업 인력운용 부담 가중

피용익 기자I 2020.05.06 06:00:44

한경연, 2019년 사내하도급 주요 판결 분석

[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최근 사내하도급 근로자 소송에 대한 불법파견 판결 사례가 증가하면서 기업들의 인력 운용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6일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9년 주요 기업의 사내하도급 판결을 조사한 결과, 전체 사내하도급 관련 판결 13건 중 10건(76.9%)이 불법파견으로 판결이 났다.

기존에는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을 위주로 인정돼 온 불법파견 판결이 최근에는 생산공정과 연관성이 낮은 물류·운송 등 간접공정에 이르기까지 범위가 확대됐다고 한경연은 설명했다.

제조업 A사의 경우 법원은 하청 근로자들의 업무가 제조와 관련된 직접공정이 아닌 제조물을 운송하는 간접공정임을 인정함에도 불구하고, 원청이 하청업체 소속 관리자를 통해 지휘·명령을 했다는 이유로 불법파견으로 판결했다.

과거에 근로자 파견여부 판단에서 원·하청 근로자가 같은 공간에서 일하느냐가 중요한 기준이었으나, 지난해에는 사외 하청 근로자에게까지 불법파견 판결이 인정된 사례도 있었다.

제조업 B사의 경우 제품 포장을 담당한 하청 근로자들이 하청업체 소속 제3의 공장에서 근무했음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모바일 메신저로 업무 관련 지시를 주고받은 것에 대해 지휘·명령 행사의 근거로 보는 등 근로자 파견관계를 인정했다. 사외 하청 근로자에 대해 불법파견을 인정한 첫 사례다.

아울러 제조업을 중심으로 문제가 되던 근로자 파견이 비제조업 분야로 확대되고 계열사 간 이동도 불법파견으로 인정되고 있다고 한경연은 우려를 나타냈다.

서비스업 C사는 신규 사업 추진을 위해 전문성을 보유한 계열사의 직원을 본사로 전출시켜 본사 직원들과 함께 공동 작업을 추진했다. 법원은 본사가 계열사 직원들에게 지휘·명령·인사관리를 한 점, 계열사에서 장기간 대규모 인원을 지속·반복적으로 전출시킨 점에 근거해 불법파견으로 인정했다. 이는 계열사가 직원 전출을 통해 수수료 등의 이익을 취하지 않아 근로자파견으로 볼 수 없다는 1심의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계열사 간 전출에도 불법파견의 소지가 있음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향후 계열사간 이동에도 상당 부분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적법과 불법이 엇갈린 판결로 인해 사업장 혼란도 가중되고 있다. 지난해 사내하도급 소송 판결이 난 D사와 E사는 MES(Manufacturing Execution System) 전산시스템을 동일하게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법원의 판결이 엇갈렸다.

D사의 경우 소송을 제기한 근로자들은 원청이 작업해야 될 내용을 MES를 통해 전달해 사실상의 지휘·명령을 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MES를 통한 작업내용 전달에 대해 업무지시에 구속력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반면, E사는 원·하청 근로자들의 업무가 장소·시간·기능적으로 명확히 구별되고 있고, 구체적 지휘·명령을 하지 않았다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MES를 통해 공유된 작업방식을 임의로 변경할 수 없고, 실시간 지시를 보낸 점 등을 근거로 업무지시·관리를 했다고 판단했다.

한경연은 “국내 파견법은 전문지식ㆍ기술ㆍ업무의 성질 등을 고려해 32개 업무로 한정돼 있고, 파견기간도 최대 2년으로 한정돼 있어 도입취지와는 달리 고용 경직성을 오히려 높이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독일, 일본, 영국, 미국 등 주요 선진국들처럼 사실상 모든 업무에 파견 근로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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