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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가 희망이다]①SK이노 “할 말 하는 회사 막내, 당일 반차써도 눈치 안봐요”

김미경 기자I 2018.10.01 06:00:00

일자리 우수기업(30) SK이노베이션
구성원 모두가 ‘할 말 하는’ 기업
한달에 1~2회 CEO가 직원들과 식사
여직원 비율 13%대, 경쟁사보다 높아
휴가 신청땐 상사 결재 없어도 'OK'
휴가 최장 14일 “회사일 생각마라”

올해 1월 입사한 SK이노베이션 소속 신입사원들이 최근 서울 종로구 SK본사 서린빌딩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SK이노베이션 자회사 SK루브리컨츠 윤활유사업본부 이상진 사원, SK이노베이션 자회사 SK종합화학 전략기획팀 심효정 사원, SK루브리컨츠 윤활유사업본부 김예은 사원, SK이노베이션 회계3팀 최창현 사원, SK이노베이션 세무2팀 이재연 사원(사진=신태현기자).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선배들이 의견을 자주 물어요. 질문하는 데 있어서 주저하지 않게 되더라고요.” “눈치 보지 않고, 자유롭게 토론하는 수평적 문화는 생각 이상이죠.”

최근 서울 서린동 SK본사에서 만난 김예은(SK루브리컨츠 윤활유사업본부·25), 심효정(SK종합화학 전략기획팀·25), 이상진(SK루브리컨츠 윤활유사업본부·27), 이재연(SK이노베이션 세무2팀·26), 최창현(SK이노베이션 회계3팀·27) 총 5명의 신입사원에게 회사의 강점을 묻자 돌아온 답변이다. 올 1월 SK그룹 에너지·석유화학사인 SK이노베이션(자회사 SK루브리컨츠·SK종합화학 포함)에 입사한 사회초년생들의 대답은 거침없었다. 이들은 “‘할 말 하는 사내 분위기’가 SK이노베이션의 원동력인 것 같다”며 입을 모았다.

이재연 사원은 “최근엔 업무상 개선사항이 있어 의견을 제시했는데 직접 맡아 해보라고 하더라. 연차가 어리다고 해서 의견이 묵살되는 법이 없다”며 “하나하나 진지하게 검토하고, 피드백을 준다. 업무를 통해 개인의 역량을 쌓고 성장할 수 있는 회사”라고 귀띔했다. 최창현 사원도 “유연한 기업 문화만 보고 주저 없이 택했다”며 “연봉도 중요하지만 (웃음)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직장”이라고 소개했다.

◇구성원 모두가 ‘할 말 하는 문화’

SK이노베이션은 업계 안팎에서도 ‘일 잘하고, 잘 노는 회사’로 유명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평소 강조해온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위해 일찌감치 다양한 시도를 해온 덕분이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2016년 12월 총괄사장에 취임한 이후 매월 한두 차례 사내 구성원들과 점심 또는 저녁 식사를 함께 하며 회사 생활의 고충을 묻는다. 구성원들로부터 직접 들은 이야기들은 단초가 돼 사내 문화의 변화를 이끈다고 회사 측은 전했다.

구성원 모두 ‘할 말 하는 문화’를 구축하자며 만든 ‘웰컴 데이’도 같은 맥락이다. 김준 사장은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며 신임과장, 워킹맘 등 소규모 단위의 자리를 만들며 소통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이 같은 소통 노력은 전통적 금녀(禁女) 산업으로 여겨지고 있는 에너지·화학 동종업계 대비 높은 여성 직원 비율을 자랑한다. 회사의 성장과 발전에 여성인력의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전제 아래 채용 확대부터 생애주기에 맞는 각종 제도를 시행해 꾸준히 힘쓴 결과다. 업계 평균 여성 구성원 비율이 10%대에 못미치는 반면 SK이노베이션 계열은 2016년 12.32%에서 2017년 12.82%, 2018년 13.22%로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사내 직원들의 만족도도 높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앱 블라인드가 최근 우리나라 직장인 8633명을 대상으로 한 ‘재직자 기업 만족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이 평균 94점으로 전체 기업 중 1위를 차지했다.

◇월급보다 삶의 질…“최장 14일 휴가 다녀오라”

상사 결재 없이 직원 스스로 휴가안을 승인할 수 있는 ‘휴가 신고제’ 역시 SK이노베이션의 대표 문화 중 하나다. 자기주도적, 선진적 휴가 문화 정착을 위해 지난 3월부터 도입했다.

이상진 사원은 “휴가를 원하는 직원은 직접 휴가안을 기안하고 승인하면 알림메일이 소속 팀장과 유관 부서 팀원에게 자동 전달될 뿐 상사의 결재 없이 휴가를 다녀올 수 있다”고 말했다. 반차 역시 자기신고제로, 따로 사유를 쓸 필요가 없단다. 김예은 사원은 “당일 반차를 쓰더라도 왜 가냐고 묻는 선배가 없다”면서 “다만 책임은 따른다. 본인 일만 계획대로 마무리하면 연차 사용에 제한이 없다”고 웃었다.

휴가 기간도 14일 이상을 장려한다. 이른바 ‘빅브레이크’ 제도다. 근무일 기준 5~10일(휴일 포함 최대 16일) 이상의 긴 휴가를 의미한다. 일할 때는 누구보다 치열하게, 단 휴가 땐 회사 일 생각 말고, 완벽한 재충전을 하자는 취지다.

심효정 사원은 “처음엔 주저하는 분위기도 있었지만 전사 차원에서 독려하다 보니 되레 휴가를 짧게 다녀오는 게 이상하다고 하더라. 사장·사원에 이르기까지 모든 업무의 기획 단계부터 업무의 혁신을 공유하고 회사의 철학과 사회적 가치 창출에 대해 고민한다”며 “이 같은 전사적 분위기가 SK이노베이션을 이끄는 힘 같다”고 말했다.

◇불필요한 제도 줄이고… 직원 능률↑

관습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 조성 노력은 매해 진행형이다. 형식적 문서 업무인 품의서와 통보서는 없앴다. 대신 이메일 보고승인을 활성화해 최소한의 증빙 문서만을 남길 수 있도록 했다. 또한 타 부서의 업무 협조를 받기 위해 작성하던 통보서도 사라졌다. 승인 절차를 거쳐 협조 부서에 전달하는 긴 과정을 생략, 절차 개선을 통해 부서 간 업무 협조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

2011년 이미 유연근무제를 도입해 출근 시간 오전 7시∼10시, 퇴근 시간은 오후 4시∼7시 사이에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올해로 3년째 실행 중인 ‘쿨 비즈 캐쥬얼’도 구성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업무에 몰입할 수만 있다면 티셔츠나 반바지도 업무용 복장으로 허용하겠다는 경영진의 파격 의사가 반영됐다.

최근엔 SK하이닉스·SK㈜ C&C 등 일부 조직을 대상으로 먼저 공유 좌석제를 시범 적용해 오고 있는 상태다. SK는 개방적인 오피스 환경 마련을 목표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일찌감치 해외 유명기업들의 사무 공간을 연구해 왔다. 미국 실리콘밸리 정보기술(IT)기업인 구글이나 페이스북 사무실처럼 구성원 개인의 지정 좌석과 칸막이를 없애고 협업과 공유 문화를 활성화하겠다는 전략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의사결정 간소화, 복장 자율화, 빅 브레이크 등의 조직 문화 혁신이 끝이 아니다”라며 “SK이노베이션은 앞으로도 미래 경영환경에서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기업문화를 획기적으로 바꿔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초 입사한 SK이노베이션 소속 신입사원들이 이야기를 나누며 웃고 있다(사진=신태현기자).
올초 SK이노베이션 소속 신입사원들이 최근 서울 종로구 SK본사 서린빌딩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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