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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證 인수전 개막]⑤또 매물로 나온 대표 증권사의 영욕史

정병묵 기자I 2015.09.24 06:02:40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매각이 진행 중인 KDB대우증권(006800)의 역사는 국내 금융투자업계 영욕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부동의 1위 증권사에서 매물로 나와 갈팡질팡하다 다시 1위 자리를 되찾기까지, 한 편의 드라마다.

지난 1970년 설립된 동양증권을 1973년 대우실업이 계열사로 편입했다. 1983년에는 삼보증권과 동양증권을 합병, 대우증권으로 이름을 바꾸며 국내 초대형 증권사로 출발했다. 1998년 외환위기전까지 증권업계의 독보적인 1위였다. 홍성국 KDB대우증권 사장은 최근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1980년대 후반 대우증권 시가총액이 전체 4위로 삼성전자보다 높았다”고 말했는데 학생들이 당장 큰 회사를 선택하는데 급급하지 말고 멀리 보는 시각을 갖추라는 당부 차원이었지만 자타공인 ‘최고’였던 과거에 대한 자부심이 묻어났다.

그러나 1997년 한보와 삼미그룹 부도에 직접적인 피해를 입으며 휘청이기 시작했다. 대우증권은 두 회사에 지급보증해 물린 407억원 중 25%인 118억원을 그해 대손충당금으로 처리하기로 하는 등 위기를 맞았다. 당시 2위 LG증권(현 NH투자증권), 현대증권을 비롯해 소형사였던 삼성증권 등 재벌그룹 ‘빅3’ 증권사들이 대형 증권사로 도약, 1위를 빼앗기 위해 협공을 펼치고 있었다.

결국 1999년 대우그룹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대우증권은 매물로 나오게 됐다. 당시 시장점유율은 업계 5위 수준까지 떨어졌지만 대우그룹의 부채가 워낙 커 채권금융기관들은 그룹내 ‘알짜’ 기업인 대우증권을 팔아 손실을 일부 보전하기로 했던 것이다. 이듬해 5월 대우증권은 9개월 동안 매각 과정을 거쳐 결국 새 주인으로 산업은행을 맞게 된다. 이후 2001년 동경 등 해외사무소 폐쇄, 대우 체코리스 매각, 2002년 대우헝가리은행 매각, 2003년 루마니아 은행 매각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거치며 회사 체질을 개선했다.

구조조정 효과로 2004년 9월에는 브로커리지 점유율 1위를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탈환했으며 이후 리서치, 법인영업, 기업공개(IPO) 등도 1위 자리에 올랐다. 이어 2005년 7월 삼성증권을 제치고 시가총액 1위를 되찾는 기염을 토했다. 시총 1위에 오른 것은 1998년 11월 이후 6년8개월 만으로, 당시 고무된 손복조 전 사장은 전 직원 계좌로 현금 보너스를 지급하기도 했다.

이후 2010년까지 일본, 베트남, 중국 등 해외 사무소를 다시 개설했으며 구조조정 과정에서 매각했던 여의도 본사 사옥도 되찾았다. 2009년 산은금융그룹 출범 후 산은금융지주로 최대주주가 바뀌었고 산은금융그룹이 KDB로 통합 CI를 선포하면서 현재 KDB대우증권 이름을 달게 됐다. 지난해 NH농협증권이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하면서 증권업계 자기자본 1위 자리를 NH투자증권에 내줬다. 하지만 KDB대우증권은 지난 2분기 3000억원이 넘는 순영업수익을 기록하며 여전히 증권업계 수위권을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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