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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도전' 박해미 "인간 내면 파고드는 매력에 빠졌죠"

장병호 기자I 2020.11.10 06:00:00

예술의전당 연극 '신의 아그네스' 출연
등퇴장 없는 닥터 리빙스턴 역으로 열연
"무대에 내동댕이…배우들 보며 힘 얻어"
코로나19 상황 속 기적처럼 무대 올라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이번 작품을 접하면서 인생의 마지막 도전을 해볼 만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배우 박해미는 지난 6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열린 연극 ‘신의 아그네스’ 전막 시연회에서 오랜만에 연극에 출연하는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박해미는 “20년 전쯤 ‘햄릿’의 거트루드 역으로 연극의 매력을 느꼈는데 뮤지컬, 방송을 주로 하다 오랜만에 다시 연극을 하게 됐다”며 “뮤지컬 ‘맘마미아!’를 만났을 때처럼 주체적으로 끌고 갈 수 있는 작품이라 또 다른 매력을 느낀다”고 말했다.

지난 6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열린 연극 ‘신의 아그네스’ 전막 시연회에서 닥터 리빙스턴 역의 배우 박해미가 주요 장면을 연기하고 있다(사진=예술의전당).
박해미가 말하는 연극의 매력은 “심도깊은 인간의 내면을 파헤치는” 과정에 있다. 그는 “뮤지컬은 쇼적인 것이라 인간적인 부분을 파고드는 매력은 연극보다 덜하다”며 “이번 연극을 계기로 내년에도 고전 연극을 또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고 말했다.

‘신의 아그네스’는 미국 희곡작가 존 필미어의 대표작으로 수녀원에서 일어난 영아 살해사건을 둘러싸고 아이를 낳은 아그네스 수녀, 그런 아그네스를 감싸는 원장 수녀, 이들 사이의 진실을 밝히려는 정신과 의사 닥터 리빙스턴의 심리 대결을 그린 작품이다. 서로 다른 상처를 가진 세 사람을 통해 기적과 소통, 그리고 치유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박해미는 닥터 리빙스턴 역을 맡았다. 극 중 화자 역할도 겸해 공연 시간 단 한 번도 등퇴장이 없을 정도로 쉽지 않은 배역이다. 박해미는 “오늘 시연에서도 순간 아차하는 부분이 있었을 정도로 힘든 작품”이라며 “나를 무대에 내동댕이쳐야 하지만 함께 연기하는 배우들과 눈을 마주치면 힘이 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1983년 윤석화와 고 윤소정이 각각 아그네스와 닥터 리빙스턴 역을 맡아 초연했다. 이후 신애라, 김혜수, 전미도 등 당대 최고 인기배우가 출연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2018년엔 윤소정의 딸 오지혜가 닥터 리빙스턴 역을 맡아 윤소정의 추모 무대를 빛내기도 했다.

이 같은 작품의 명성에 부담감도 컸을 터. 그러나 박해미는 “‘신의 아그네스’가 대선배들이 출연해온 유명한 작품이라는 사실은 알았지만 이전에 본 적은 없었다”며 “누군가는 선배들과 나를 비교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점에 개의치 않고 대본 안에서 스스로 캐릭터를 찾아 연기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선 제55회 동아연극상 연기상을 수상한 이수미가 원장 수녀 역을, 제41회 서울연극제 연기상을 받은 이지혜가 아그네스 역을 각각 맡아 박해미와 함께 호흡을 맞춘다. 두 배우는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공연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 곧 기적이다”라고 입을 모았다.

연출은 극단 청맥의 윤우영 대표가 맡았다. 윤 연출은 “극중 세 인물을 기존 공연에서 보여줬던 전형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우리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캐릭터로 보여주고자 했다”며 “이들이 보여주는 격렬한 토론이 관객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인간적인 이야기로 다가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신의 아그네스’는 오는 29일까지 공연한다.

지난 6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열린 연극 ‘신의 아그네스’ 전막 시연회에서 닥터 리빙스턴 역의 배우 박해미(왼쪽부터), 아그네스 역의 배우 이지혜, 원장수녀 역의 배우 이수미가 주요 장면을 연기하고 있다(사진=예술의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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