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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유의 웹툰파헤치기] ‘PTSD’의 현실… 투믹스 ‘용서해줘’

김정유 기자I 2018.10.27 02:00:00

해초파리 작가의 자전적 내용, PTSD 극복 이야기 그려
담담하지만 현실적으로 전개 “많은 이들에게 힘 주고파”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국내 웹툰시장이 최근 급격히 외형을 키우고 있다. 신생 웹툰 플랫폼이 대거 생기면서 기존의 포털 웹툰과는 다른 다양한 작품들이 독자들에게 소개되고 있다. 전연령이 보는 작품부터 성인용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갖고 있는 유료 웹툰들이 독자층도 점차 넓혀가고 있는 모습이다. 단순 만화를 넘어 문화로까지 확대될 수 있는 대표 콘텐츠, 국내 웹툰 작품들을 낱낱이 파헤쳐 본다.(주의:일부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그림=투믹스
◇투믹스 ‘용서해줘’

‘외상 후 스트레스성 장애’(PTSD)에 대해 깊게 생각해본 적 없었다. 그저 일부 사람들이 겪는 장애라는 생각만 했을 뿐이다. 자신의 일이 아닌만큼 큰 관심을 갖지 않았던 탓이다. 하지만 현재 많은 이들이 PTSD로 고통받고 있다. 현실이다. 언제든 누구한테든 올 수 있는 문제다. 투믹스 ‘용서해줘’는 이 같은 PTSD에 대해 깊숙히 묘사한다. 간접적으로나마 PTSD에 대해 알 수 있다. 작가의 자전적인 내용인만큼 어떤 웹툰보다 현실적이고 한 사람의 인격과 감정을 깊숙한 곳까지 들어간다.

해초파리 작가의 ‘용서해줘’ 최초 기획 의도로는 ‘유서’였다. 그만큼 어둡고 무겁다. 하지만 이 웹툰은 최대한 담담하게 내용을 풀어내려고 했다. 역설적이지만 내용 전개가 담담해 더 가슴 깊이 박힌다. 주인공 가람이는 어느 날 갑자기 초등학생 때부터 절친이었던 정이를 교통사고로 떠나 보낸다. 그 현장을 무심결에 지나친 가람은 죄책감에 빠진다. 학교 선생님들은 그저 친했다는 이유만으로 가람에게 죽은 친구의 자리를 치우게 하는 등 무심한 태도를 보인다. 이 과정에서 어른은 없었다. 비참한 상황에 빠진 가람은 점점 나락으로 빠져든다.

이후 가람은 군중 속에서 외로움을 느끼고 정이와 관련된 부분에 있어선 본능적으로 기피하게 된다. 몸무게가 52kg에서 38kg까지 떨어질 정도로 몸에 이상이 생겼다. 대학생이 된 가람은 참다못해 정신과를 찾는다. 그리고 연주라는 새로운 친구를 만나 조금씩 마음을 치유받는다. 웹툰은 이 과정을 너무나 담담하게 풀어낸다. 작화는 내용과 달리 상당히(?) 귀엽다. 귀엽지만 캐릭터들의 눈동자는 주제와 맞게끔 공허한 느낌이다. 작가는 이 같은 포인트로 전체적인 작화 분위기를 만들어나간다.

당초 ‘용서해줘’는 에세이 형식으로 작가의 SNS에서 처음 선보였다. 일종의 고백으로 시작했지만 우려와 다르게 많은 이들이 작가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응원했다. 많은 이들의 지지를 얻어 해초파리 작가는 정식 데뷔까지 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작가는 독자들에게 용기와 힘을 얻어 자기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다고 말한다.

해초파리 작가는 “우울증은 절대로 가벼운 병이 아니다. 사람을 갉아먹는 무서운 병이다. 꾸준한 치료와 간호가 필요하다”라며 “비슷한 감정으로 힘들어 하는 분들께 내 만화가 조금이라도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 이 만화를 보고 자기 자신을 너그럽고 애틋하게 바라보면서 자신의 힘으로 어쩔 수 없었던 상황을 용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림=투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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