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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동형, 누더기 논란부터 사실상 유명무실 되기까지

유태환 기자I 2020.03.13 06:00:00

한국당 내부 패트 처리 전부터 비례정당론
패트원안 225:75 비율→기존 253:47석 유지
4+1 협상 과정서 '캡' 씌워 30석만 적용키로
심재철, 의총서 첫 "비례한국당" 공개 업급
與 13일 비례연합 참여 당원 투표 결과 발표

더불어민주당의 비례연합 참여 여부에 대한 온라인 투표가 실시된 12일 국회에서 한 민주당 권리당원이 스마트폰으로 온라인 투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유태환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비례연합정당 참여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당원투표 결과가 13일 발표된다. 의원총회와 최고위회의 참석자 다수가 비례연합정당 참여 필요성의 뜻을 나타낸 만큼 이변이 없는 한 찬성으로 결론 날 것이란 게 중론이다.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의 비례대표득표용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 이미 공천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집권여당인 민주당까지 비례연합정당에 발을 담근다면 득표율과 의석수 간 불(不)비례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취지로 도입한 연동형비례대표제는 사실상 유명무실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개특위 상정부터 통과까지 후퇴 연속

2018년 말 당시 손학규 바른미래당·이정미 정의당 대표의 단식투쟁으로 촉발된 연동형 도입 논의는 관련 법안이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 상정돼 본회의에서 통과될 때까지 후퇴의 연속이었다.

민주당은 자유한국당(통합당의 전신)을 제외한 바른미래당 당권파·민주평화당·정의당과 손을 잡고 지난해 4월 30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검경수사권조정법안과 함께 준(準) 연동형 도입을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대상안건)으로 지정했다. 패스트트랙 원안은 지역구 의석 225석과 비례대표 75석 비율에 연동률 50%를 적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후 선거법이 한국당의 반발 속에 정개특위에서 의결되고 법제사법위원회 체계자구심사 기간 90일을 거쳐 지난해 11월 27일 본회의에 부의된 것으로 간주될 때까지 여야 간 선거법 협상은 별다른 진척이 없었다. 민주당은 설마 설마 했지만 한국당 의원들은 이미 선거법이 본회의에 부의되기 전부터 사석에서 ‘비례한국당’ 창당론을 거침없이 얘기하고 있었다.

한국당과 협상 진척이 없는 동안 민주당은 4+1(민주당·바른미래당 당권파·평화당·정의당+대안신당) 협의체를 본격적으로 가동한다. 여당은 패스트트랙 선거법 원안은 지역구 의원들의 반발로 본회의 통과가 어렵다고 판단한 뒤 새로운 협상안을 가지고 야당과 접점 모색에 나섰다.

민주당을 제외한 3+1 야당들은 강하게 반발했지만 민주당은 지역구 250석과 비례대표 50석이 현실적인 본회의 통과 가능 선이라고 보고 이를 중심으로 논의를 이어갔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연동형을 50석 전체에 적용하는 것에 대해서 역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12월 초 의원총회에서는 20석에만 일명 캡(연동형 제한선)을 적용해야 한다는 얘기가 강하게 분출됐다.

결국 정의당을 제외한 4+1 실무진은 지난해 12월 13일 오찬에서 지역구 250석과 비례대표 50석(연동률 50%·캡 30석)에 잠정 합의했지만 바른미래당의 추인과 정의당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서 최종 합의에는 이르지 못한다. 하지만 군소 야당들이 석패율제(지역구 낙선 후보를 비례대표로 구제하는 제도)를 포기하고 지역구 253석과 비례대표 47석(연동율 50%·캡 30석)의 기존 의석 비율 유지에 동의하면서 선거법은 ‘누더기가 됐다’는 논란 속에 지난해 12월 27일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공적가치 훼손, 가만히 있어야 하는지 고민”

범여권의 패스트트랙 추진을 막지 못한 한국당은 심재철 원내대표가 의원총회에서 ‘비례한국당’을 첫 공식 언급하면서 창당에 박차를 가했다. 비록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비례OOO당이라는 명칭을 불허했지만 명칭을 미래한국당으로 바꾼 뒤 불출마를 선언했던 한선교 의원을 대표로 추대하면서 지난달 5일 창당했다.

민주당은 미래한국당을 위장정당이라고 비판하면서 황교안 통합당 대표와 한선교 대표 등을 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고발했지만 결국 ‘탄핵 세력에게 1당을 내줄 수는 없다’는 대의명분을 중심으로 비례연합정당 합류 논의를 시작했다.

정의당은 현재 대외적으로 명확하게 참여 불가 원칙론을 나타내고 있고, 민생당은 바른미래당·대안신당·평화당 등 계파에 따라 입장이 크게 엇갈리는 상황이다. 다만 민주당은 이날 나오는 당원투표 결과가 원내 진보정당들이 비례연합정당 논의에 참여하는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분위기다.

또 단순히 비례연합정당 참여에 대해 명분을 포기하고 실리를 취하는 것이라는 이분법적 시각으로 봐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수도권 지역의 한 민주당 의원은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하게 됐을 때 수도권 지역구 의원으로서 중도층 이반 부담감이 있다”면서도 “통합당 위성정당으로 연동형의 공적가치가 훼손되고 왜곡되는 결과를 뻔히 알면서 무조건 가만히 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잘못하면 연동형 취지도 훼손되고 1당도 내줄 수 있다”며 “우리는 비례연합정당에서도 7석을 넘게 요구하지 않으니 의석을 더 얻는 것도 아니다. 단순히 명분과 실리를 바꾸는 것으로 봐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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