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짝퉁` 휠라 본거지에 `진짜` 공장을 짓다

장영은 기자I 2010.08.15 12:00:00

휠라코리아, 중국 진장지역에 생산공장 가동
'안정적 해외소싱+짝퉁 근절'..두마리 토끼잡기
"2014년까지 `글로벌 톱4`에 들 것"

[중국 푸젠성 진장(晋江)·샤먼(廈門) =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중국 진장은 짝퉁으로 유명한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진짜 휠라 신발을 생산할 기회를 갖게 되면서 가짜를 생산하는 공장들이 자취를 감췄습니다"

▲ 윤윤수 휠라코리아 회장
중국 현지에서 만난 윤윤수(사진·66) 휠라코리아 회장은 `글로벌 휠라`로의 도약을 위한 첫번째 조건으로 안정적인 해외 생산공장을 꼽았다.

최상의 제품을 적절한 시기에 경쟁적인 가격으로 납품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한 첫 걸음을 내딛은 곳이 중국 푸젠성 진장시다.


◇중국 생산 거점으로 해외 생산 다각화 할 것

중국 대륙에서 대만을 가장 가까이 마주하고 있는 샤먼시. 샤먼 공항에서 버스로 한시간 반을 달리면 진장시가 나온다. 휠라코리아 신발 제품의 가장 큰 해외 생산 공장인 `화샤 공장`이 있다.

진장은 불과 2년여 전까지만 해도 `짝퉁` 휠라의 본거지였던 곳으로, 윤 회장의 골머리를 앓게 했던 지역이다.
 
그러나 윤 회장은 역발상 전략을 썼다. 진장의 지리적인 이점과 값싼 노동력을 고려해 이곳에 진짜 휠라 브랜드 신발의 생산을 맡기기로 결정한 것.
▲ 진장에 위치한 휠라 신발 생산공장(화샤:Hua Xia)
화샤 공장은 진장시에 있는 3000개의 신발 제작 공장 중에서 가장 크다. 이곳에서 휠라코리아에 납품하는 해외 수출용 신발은 1년에 100만켤레나 된다. 내년에는 200만켤레를 생산할 계획이다.

윤 회장은 "중국 현지에서도 경영 환경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며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등지로 생산공장을 다각화 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출산률 하락으로 인한 제조업 인력 감소와 위안화 절상, 무역 관세 장벽 등을 이유로 꼽았다.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른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의 경우 풍부한 노동인구와 중국대비 저렴한 임금, 관세 특혜 등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전체 해외 생산에서 80%를 차지하는 중국의 비중을 줄여 인도네시와 베트남에서의 생산 비중을 차츰 늘려 절반 수준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중국 1위 신발 업체 안타와 손잡고 대륙 시장 공략

윤 회장은 1년에 4번 정도는 중국을 방문해 생산 공장을 둘러보고 현지 스태프 및 휠라 중국 법인 경영진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 샤먼 시내의 휠라 매장


중국에는 진장을 비롯한 신발 생산공장 뿐 아니라 중국 내 1위 신발 업체인 안타(Anta)
사와의 조인트 벤처인 풀프로스펙트(Full Prospect)도 있기 때문이다.

풀프로스펙트는 휠라코리아가 글로벌 휠라를 인수하던 2007년 당시 부족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중국 라이센스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생겼다.

당시 윤 회장은 휠라 브랜드를 해외에서 반 영구적으로 라이센스하는 대신 앞으로 받을 로열티의 절반 가량을 한번에 받는 식으로 인수 자금을 모았다. 대신 라이센스를 인수한 업체에는 매년 받는 로열티를 절반 수준(3~4%)으로 낮춰주는 혜택을 줬다.

중국에서는 안타사의 운동화 전문 브랜드인 벨레(Belle)에 라이센스를 팔면서 5000만달러를 미리 받고 1200만달러는 풀프로스펙트에 투자하는 조건으로 계약이 이뤄졌다.

이에따라 안타사가 85%(6800만달러), 휠라코리아가 15%(1200만달러)를 투자해 휠라 중국 법인인 풀프로스펙트가 탄생했다. 저가 브랜드인 안타의 고가 라인을 대체하는 것이 목적이다.

휠라 중국 법인은 홍콩과 마카오의 고급 상권에 먼저 매장을 오픈했다. 현재 120개 매장이 중국내에서 엽업중이며 올해말까지 80여개의 매장을 추가로 열 계획이다.

◇나이키·아디다스 있는 곳에 다 간다

"나이키와 아디다스 매장이 들어가는 곳에는 휠라도 갈 겁니다"

윤 회장은 100년 역사를 가진 휠라가 시장에서 제대로 정착하지 못한 가장 큰 패인을 고급화 전략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나이키나 아디다스, 퓨마처럼 스포츠 브랜드는 그 차제의 브랜드 파워를 가지고 승부해야 하는데 고급샵이나 백화점 위주로만 승부하려고 하다보니 브랜드 인지도가 떨어진 거죠"

윤 회장은 보다 공격적인 마케팅을 구사하기로 했다. 시장 모멘텀만 있다면 소매판매점에서 할인매장까지 어디든 공략하는 전면전을 쓰기로 한것이다.

또한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는 기업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도 중요한 전략이다. 발가락의 움직임이 자유로운 운동화와 체형을 보정해주는 운동복 등 미국 시장에서 인증된 다양한 기능성 제품들이 국내 출시를 기다리고 있다.

이런한 새로운 전략을 바탕으로 윤 회장은 2014년까지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톱4 안에 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현재 이 위치에 있는 기업은 퓨마와 리복 정도이다. 
 
글로벌 톱 브랜드로 거듭나기 위해 휠라코리아가 해결해야 할 숙제가 또 있다. 바로 국내 주식 시장 상장이다. 이번달에 유가증권신고서를 내고 다음달 청약을 거쳐 9월 말에는 상장될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휠라코리아의 연결기준(IFRS) 상반기 순이익은 400억원대로 지난해 전체 순이익을 넘어설 전망이다. 또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14~15%, 영업이익(환율효과 포함)은 2배 정도 성장했다고 밝혔다.

회사측은 "지난 2007년 인수 이후 연속으로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미국 법인도 올 상반기에 거의 손익분기점에 도달했다"며 "올해는 턴어라운드 할 것"으로 기대했다.

휠라코리아는 지난해 연결 기준으로 매출액 5022억원, 영업이익 840억원, 순이익 384억원을 기록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