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상장 줄고 거래도 뜸해…소외된 코넥스

박소영 기자I 2024.06.11 07:20:00

[악화일로 코넥스]③
현재는 투자사 엑시트에 적합치 못해
개인투자자 외면에…유동성 매말라
잇따른 활성화 대책 실패, 지원 축소

[이데일리 마켓in 박소영 기자] ‘엑시트(투자금 회수)’도 ‘이전상장(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도 쉽지 않다.

코넥스 시장의 현주소다. 신규 상장도 줄고 거래도 뜸해지면서 유명무실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벤처·중소기업을 위한 시장이라는 정체성이 코스닥시장과 일부 겹치는데다 정부의 지원 예산 삭감까지 더해지면서 제자리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오지 않는 이상 코넥스가 자생력을 읽을 것이란 우려 섞인 시선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 메마른 유동성, AC들 엑시트 난항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코넥스 신규 상장은 올들어 세븐브로이맥주 단 한 곳에 그쳤다. 전년 14곳에 비해 대폭 줄어든 것이다. 거래도 급감하는 추세다. 코넥스 시장 일평균 거래대금은 지난 2021년 74억1500만원까지 늘었지만 지난해 24억7000만원, 올들어 이날까지 22억3300만원에 그쳤다. 올해 코스닥 시장 일평균 거래대금이 10조1240억원인 것과 비교하면 턱없이 적은 규모다. 코스닥·코스피 시장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체급이 작은 기업에 투자해야 하다 보니 개인투자자들의 관심권에서 멀어진 탓으로 보인다.

상장 폐지 기업도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이전 상장이 아닌 코넥스 상폐 사례는 2021년 5건, 2022년 7건, 2023년 10곳에 달했다. 이들은 대개 상장사 유지 비용에 대한 부담과 코스닥 이전상장이 어려웠던 점을 들며 상폐를 진행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코넥스를 엑시트 창구로 삼을 수 있는 액셀러레이터(AC)들의 수심은 깊어져만 가고 있다. 투자시장의 혹한기가 지속된 지난 몇 년간 스타트업들은 코넥스에 상장해 재무 부담을 낮춘 뒤 코스닥으로 이전 상장하는 우회 방안을 택하기도 했다. 그러나 코넥스 시장의 장점인 이전상장도 갈수록 줄어드는 실정이라 최근에는 섣불리 포트폴리오사의 코넥스행을 지지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코스닥 시장으로 이전상장한 사례는 7건에 불과하다. 올해는 아직까지 한곳도 없고, 한중엔시에스가 이전상장을 준비 중이다.

◇ 활성화한다면서…갈수록 줄어드는 지원

코넥스 시장이 죽어가는 원인 중 하나로는 코스닥 시장으로의 진입 장벽이 낮아졌다는 점이 꼽힌다. 2017년 코스닥 시장 우회 상장 제도인 성장성 특례 상장과 테슬라 요건(이익미실현 특례상장)이 도입됨에 따라 바로 코스닥에 입성할 수 있는 활로가 개척됐다. 코스닥 문턱이 낮춰져 스타트업이 코넥스에 몰리지 않게 되니, 오히려 코스닥 입성에 대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업계는 토로한다. 이로 인해 초기 기업 육성을 업으로 삼는 액셀러레이터(AC)들이 벤처캐피털(VC)과 무한 경쟁 체계에 돌입하게 됐다.

정부 지원이 줄어든 영향도 무시 못한다. 지난 2020년 도입된 코넥스 시장 활성화 지원 사업 지원금은 올해 전액 삭감됐다. 해당 지원금으로 그동안 코넥스에 상장하는 기업들이 비용의 50%를 해결했지만 이제 받을 수 없다.

금융당국은 지난 2022년 코넥스 활성화 방안의 일환으로 코넥스 스케일업 펀드를 조성했다. 지난해 1000억원 규모의 1차 펀드가 결성돼 상장사와 상장 추진 기업에 자금이 지원됐다. 올해도 1차와 비슷한 규모의 2차 펀드가 조성됐지만 순탄치는 않았다. 출자자(LP) 모집으로 난항을 겪는 등 일정이 미뤄져 이제야 투자 대상 선정 작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설립 초기 취지에 의하면 투자사 입장에서는 포트폴리오사를 코넥스에 상장시켜 빠르게 엑시트하고 회수한 자금으로 새로운 초기 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게 이상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코넥스는 개장 초기부터 거래부진 현상으로 증권가 ‘애물단지’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던 시장”이라며 “지속 가능한 시장 체계를 갖출 수 있을지 지금으로서는 의문이라 확실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