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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멱칼럼]포퓰리즘病, 8가지 처방

조용석 기자I 2024.02.21 06:15:00

박진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총선을 앞두고 포퓰리즘 혹은 인기영합주의가 만발하고 있다. 포퓰리즘은 정치적 이득을 얻기 위해 국민의 환심을 사면서 국익을 훼손하는 정책을 말한다. 이를 막지 못한 그리스, 아르헨티나는 과거 위기를 겪기도 했다. 포퓰리즘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포퓰리즘을 유형별로 나누어 구체적 사례와 대응방안을 알아 보자.

첫째, 포퓰리즘의 대표적 폐해는 재정건전성 훼손이다. 여기엔 몇 가지 세부 유형이 있다. (1) 법안 포퓰리즘은 재정 소요 법안을 통해 특정 계층의 환심을 사는 유형이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그 예다. 이는 농민의 환심을 사지만 쌀 과잉공급을 부추겨 결국 국익에 반하는 법안이다. 이를 막으려면 법안 비용추계제도를 강화해야 한다. (2) 재원(財源) 포퓰리즘은 현 세대의 부담을 낮추며 미래 세대에 그 부담을 전가하는 유형이다. 적자인 국민연금, 낮은 전기요금이 그 예다. 정책결정은 현 세대만이 아니라 미래 세대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행정부나 국회의 연구기관이 정부정책에 대한 미래영향평가를 수행하길 권한다. (3) 예산 포퓰리즘은 일부의 환심을 사기 위해 성과가 낮은 예산을 편성하는 유형이다. 예컨대 사병월급 인상의 군 전력강화 효과는 의문이다. 같은 예산이라면 부사관의 월급을 올리는 것이 군의 전문성 확보에 도움이 된다. 인구 소멸지역에 대한 일자리 창출 예산도 이에 해당한다. 정부에 의한 군 단위내 일자리 창출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정책이다. 군 단위는 도시에서 일하면서 전원 생활을 꿈꾸는 사람의 거주 공간으로 만들면 된다. 예산에 대한 성과평가를 강화해야 이러한 포퓰리즘을 막을 수 있다.

둘째, 포퓰리즘은 사회의 신뢰와 질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여기에도 세부 유형이 있다. (4) 관대 포퓰리즘은 처벌 수준을 낮추어 국민의 환심을 사는 유형이다. 예컨대 우리의 공회전 과태료는 5만원인데 뉴욕시의 벌금은 350달러(46만원)이며 반복되면 2000달러(265만원)에 달한다. 외국과의 비교를 통해 처벌강화를 위한 국민적 공감을 얻을 필요가 있다. (5) 반면 희생양 포퓰리즘은 특정 계층에 대한 높은 수준의 처벌로 그 계층을 악마화하고 희생시켜 국민의 환심을 사는 유형이다. 작년 여름 사설학원에 대한 불시 세무조사로 수강료 인하를 유도한 것이 이에 해당한다. 이는 당장은 국민을 속 시원하게 하지만 세무조사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떨어트리고 정부 우위의 국가체제를 강화하는 포퓰리즘이다. 이를 극복하려면 우리 정부와 국민 모두 정부 만능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6) 의무 포퓰리즘은 의무사항을 일부 국민에 면제하여 환심을 사는 유형이다. 세무조사 면제 남발이 이에 해당한다. 또 자산 2조원 미만 상장사의 연결 내부회계 외부감사를 늦춘 것도 그런 예다. 노조회계 투명성을 요구하는 마당에 기업에 대한 요구를 약화시키면 기업개혁과 노동개혁을 모두 후퇴시킬 우려가 있다. 전문가들이 비판적 시각을 세워야 이런 일이 없어진다.

셋째, 기타 경제적 효율성을 훼손하는 포퓰리즘이다. (7) 국민불편 포퓰리즘은 일부 계층의 환심을 사면서 전 국민을 불편하게 한다. 큰 불편이 아니므로 국민이 반대하지 않는 점을 이용하는 유형이다. 대형마트 영업규제, 농산물 수입제한이 이에 해당한다. (8)지역 포퓰리즘은 특정 지역의 환심을 사기 위해 전국적 관점의 효율성을 훼손하는 유형이다. 김포시의 서울편입 제안이 그 예이다. 수도권 집중이 심화되고 있는데 김포시 편입은 이를 더 부추길 것이다.

이와 같이 포퓰리즘의 유형은 매우 다양하다. 정치권은 국민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포퓰리즘을 남발하는 경향이 있다. 전체 국민이 수혜자인 경우에는 이를 막기가 더 어렵다. 그러나 포퓰리즘은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다. 국민이 깨어 있어야 이를 극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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