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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보다 사람’…‘밑지는 장사’ 택한 착한 기업들

김무연 기자I 2021.02.15 05:00:00

CJ제일제당, PKU 환우 위한 ‘저단백밥’ 생산
매일유업, PKU·요소회로 질환 환우 위한 분유 제작
정식품, 그린비아로 식사 어려운 환자 도와

[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일반 제품을 사용하기 어려운 소비자를 위해 특수 상품을 만드는 업체들이 소비자로부터 ‘착한 기업’으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수요가 한정적인 특수 상품 생산으로 기업의 존재 의의인 ‘이윤 추구’를 포기한 덕분이다. 특수 상품 생산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ESG경영과도 맞물려 기업의 새로운 상생 방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페닐케톤뇨증 환자를 위한 ‘햇반 저단백밥’(사진=CJ제일제당)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2009년부터 페닐케톤뇨증(PKU) 환자를 위한 ‘저단백밥’을 내놓고 있다. PKU란 단백질 대사에 필요한 ‘페닐알라닌’이 분해되지 않고 체내에 쌓이는 선천성 희귀 질환이다. 신생아 6만 명당 한 명꼴로 이 질환을 갖고 태어나며, 정신지체나 신경학적 이상이 생길 수 있어 평생 페닐알라닌이 포함되지 않은 식단을 유지해야 한다.

CJ제일제당은 이 질환을 앓고 있는 자녀를 둔 직원의 건의로 2009년 3월 연구개발에 착수했다. 총 8억원을 투자해 7개월간 연구 끝에 독자적 기술과 제조 시설을 구축하고, 그 해 10월 말 ‘햇반 저단백밥’을 내놓았다. 다만 국내에 PKU 환자는 200여 명 남짓이라 사실상 저단백밥으로 수익을 거두긴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햇반 저단백밥은 일반 햇반과 비교해 단백질 분해 등 추가적인 공정을 거쳐야 해 제조 시간이 10배 이상 걸릴 뿐더러 비용도 더 많이 든다.

매일유업 또한 1999년 10월부터 선천성대사이상 유아를 위한 분유를 생산하고 있다. PKU 환아를 위한 ‘앱솔루트 PKU 포뮬러’, 요소회로 대사질환 환아를 위한 ‘앱솔루트 UCD 포뮬러’, 호모시스틴뇨증을 앓는 유아를 위한 ‘앱솔루트 메티오닌 프리 포뮬러’ 등을 선뵀으며 2017년에는 4세 이상 환아를 위해 영양분을 보충한 개선품을 추가로 마련했다. 현재는 8종 12개 선천성대사이상분유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평택공장에서 선천성대사이상용 특수분유에 라벨을 수작업으로 붙이는 직원들.(사진=매일유업)
매일유업은 1999년 강원도 춘천에서 열린 유전성대사질환학회(AEWIEM) 후원을 계기로 선천성대사이상 분유를 생산하게 됐다. 당시 후원사 자격으로 회의에 참여해 처음으로 국내 선천성 질환별 환아수와 출현 빈도 등 소수 환아들의 질환을 알게 됐다고 한다. 매일유업은 창업주인 고(故) 김복용 회장의 의지로 수차례 내부 협의를 진행했고, 선천성대사이상분유 제품을 생산하기로 결정했다.

선천선대사이상분유 제품은 만들수록 손해다. 별도 기계를 사용하기엔 생산량이 적어 기존 제품 생산 기계를 하룻동안 세정하는 등 8시간 이상 정비를 진행한다. 일반 조제분유를 생산한다면 약 4만 캔을 생산할 수 있는 시간이다. 또한 소수 환아를 위해 소량 생산을 하기 때문에 포장 및 라벨 부착도 수작업으로 진행한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평소 김복용 선대회장께선 단 한 명의 아이도 건강한 삶에서 소외돼서는 안 되며, 사업이란 이윤 창출과 함께 온 국민과 나아가 국가 발전에 기여하는 공익적인 무엇이 있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계셨다”라면서 “김복용 선대회장과 김정완 회장의 의지가 아니었다면 이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제품인 선천성대사이상 분유를 20여 년간 생산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특수식품을 생산해 사회에 기여하는 기업의 대표주자는 단연 정식품이다. 창업자인 고(故) 정재원 명예회장이 정식품을 세운 까닭도 소아과 의사 생활을 하면서 모유를 먹지 못해 죽어가는 아이들을 살리겠다는 목표 때문이었다. 유당불내증으로 모유나 우유를 먹지 못하는 아이를 위해 개발한 상품이 정식품의 대표상품인 ‘베지밀’이다.

그린비아(사진=정식품)
정식품은 1991년부터 국내 최초 특수 영양식 브랜드 ‘그린비아’를 생산 중이다. 당뇨, 신장 질환자부터 수술 환자를 비롯해 암 환자 등 특정 질환으로 일반적인 식사가 어려운 환자들을 위한 제품으로, 장을 자극할 수 있는 원재료와 영양성분을 배제하는데 중점을 뒀다.

정식품은 싼 가격과 한국인 체질에 맞지 않는 수입 경장영양식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환자들을 위해 한국인의 체질과 입맛, 영양요구량에 맞는 ‘그린비아’를 개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대인의 영양 불균형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어 현재는 환자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편리하게 음용할 수 있도록 ‘그린비아 프로틴밀’ 등 다양한 제품을 개발·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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