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주택 공급과잉 우려는 통계 착시"

양희동 기자I 2015.12.03 05:30:00
분양부터 입주까지 주택사업주기는 3년

최근 3년간 전국 분양승인 106만 가구

침체기였던 2010~2012년과 비슷한 수준

전문가들 “일부 지역 외엔 영향 크지 않다”

△올해 전국 주택 분양 물량이 2007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내년 이후 공급 과잉에 따른 시장 침체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주택 사업 주기(3년)을 고려할 때 올 한해만을 놓고 공급 과잉 위험을 거론하긴 어렵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게 나오고 있다. 경기 김포한강신도시 일대 아파트 단지. [사진=LH]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분양 물량이 46만 가구로 역대 최대였던 2007년 서울 성북구 길음동에서 공급된 ‘길음뉴타운 래미안 8단지’(1617가구) 전용면적 84.82㎡짜리 아파트 분양가는 4억 5000만원 안팎이었다. 2010년 6월 입주 당시 이 아파트 시세는 분양가보다 6000만원 정도 오른 5억 1000만원 선을 형성했다.

올해 전국 주택 분양 물량이 2007년 이후 가장 많은 42만 가구(분양승인 기준)를 넘어서자 향후 공급 과잉에 따른 시장 침체 우려감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미국발 금리 인상 가능성과 함께 당장 내년부터 늘어난 입주 물량이 악성으로 꼽히는 ‘준공 후 미분양’으로 전환되면서 집값이 큰 폭으로 하락할 것이란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분양에서 입주까지 통상 3년 정도가 걸리는 주택사업 주기를 감안할 때 올해만을 놓고 공급 과잉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내년 이후 입주할 최근 3년간(2013~2015년) 전국에서 분양된 주택은 총 106만 3762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시장 침체기였던 직전 같은 기간(2010~2012년)의 98만 3542가구보다 8.1% 늘어난 수준이다. 아직 통계에 잡히지 않은 올해 11~12월은 전통적인 분양 비수기라 최종 증가율은 10% 안팎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만 놓고 보면 분양 물량이 42만 24가구로 전년(34만 4887가구)보다 22% 가량 늘었지만 주택사업 주기인 3년을 놓고 보면 증가 폭이 크지 않다는 얘기다. 특히 신도시 등 공공택지가 많은 수도권과 달리 대규모 주택 공급이 어려운 서울의 경우 올해 분양 물량이 2만 9564가구로 전년 동기(2만 6205가구) 대비 12.8% 증가하는 그쳤다. 서울·수도권 공급 물량은 경기 김포·남양주·용인·평택 등 일부 지역에 집중된 것이다. 따라서 공급 과잉 여파로 전체 집값이 동반 하락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실제 공급 과잉 여파로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급증했던 2009~2010년 전국 아파트값은 오히려 상승세를 탔다. KB국민은행 자료를 보면 2009년과 2010년 전국 아파트 매매가는 각각 2.27%, 2.38% 올라 2년 연속 상승했다. 반면 분양 물량이 쏟아졌던 용인(-4.1%)·파주(-7.88%)·김포시(-7.58%)와 인천 청라지구(-4.99%) 등은 가격이 급락했다. 이들 지역을 빼면 공급 과잉의 영향이 미미했던 셈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엔 미분양이 16만 가구에 달했지만 당시 서울 강북 등 실수요 위주지역은 집값이 되려 올랐다”며 “현재는 미분양이 3만 가구 수준까지 떨어졌고 전세난 속에 실수요가 공급 물량을 충분히 흡수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경제연구실장은 “2007년 이후 늘어난 미분양은 거의 중대형 물량이었고 집값 하락은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거시경제 악화 영향이 더 컸다”며 “현재는 주택시장이 실수요자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어 국지적으로 공급 과잉 현상이 빚어질 수는 있겠지만 주택시장 전체가 위축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분양승인

건설사가 공급할 주택의 가격과 청약 일정, 입주 자격 등 자세한 분양 정보를 담은 ‘입주자모집공고’를 시장·군수·구청장 등에게 최종 승인받는 것을 말한다. 분양승인이 나면 건설사는 곧바로 모델하우스를 열고 분양에 나선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