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nd SRE][Issue]탄소중립 시대, '수소'가 해답될까

함정선 기자I 2021.11.18 06:52:34

탄소저감·친환경 등 환경경영 기업 필수요소
재생에너지 기반 약해…수소경제가 해법으로
활용 분야 집중하던 기업들, 생산과 운반 영역 진출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투자도 이어져야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앞으로 국내 산업계의 가장 큰 화두 중 하나를 손꼽으라면 단연 ‘탄소중립’이다. 세계적으로 탄소중립이 가속하며 친환경과 탄소저감 등 환경이슈는 기업 경영의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최근 기업이 참여하는 국제 입찰에서 기술력과 입찰비용만큼이나 중요한 요소가 얼마나 탄소를 저감하고 있는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를 서술하는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과 국내 기업들은 누구보다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할 상황이다. 그간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기후악당’으로 불릴 만큼 탄소중립 문제에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수소, 재생에너지 기반 약한 약점 보완 열쇠로

이 때문에 국내에서는 ‘수소경제’에 대한 관심이 무엇보다 크다. 제조업 중심의 산업 구조에 따라 탄소 배출은 많을 수밖에 없으나 지리적 여건상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충분하게 공급하기 어려운 불리한 여건에서 수소만한 대안 에너지가 없다는 판단이다.

수소는 연료로 사용할 때 효율성과 친환경성을 모두 갖춘 에너지원이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수소는 공기 중 산소와 결합하면서 1g당 2만8680㎈(칼로리)의 열을 낸다. 이는 같은 무게의 휘발유가 내는 에너지의 4배에 달한다. 그러면서도 연소 후엔 물과 극소량의 질소만 남고 온실가스나 미세먼지와 같은 유해 물질을 내지 않는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최태원 SK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 조현상 효성그룹 부회장, 허정석 일진홀딩스 부회장을 비롯한 내빈들이 8일 고양시 킨텍스 2전시장에서 개막한 “2021 수소모빌리티쇼”에 마련된 현대자동차 트레일러 드론을 살펴보고 있다.
다만, 수소는 자연 상태에서 순수한 상태로 존재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수소를 연료로 쓰기 위해선 물이나 메탄과 같은 수소화합물에 에너지를 가해 분해하는, 즉 수소를 생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문제는 수소 생산 과정에선 탄소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생산되는 수소 대부분은 이러한 문제를 안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2019년 발표한 보고서 ‘수소의 미래’에 따르면 연간 전 세계 수소 생산량 7000만여t 가운데 76%는 액화천연가스(LNG)에서 추출하는 ‘그레이수소’(개질수소)다. 고온의 수증기를 이용해 메탄, 메탄올, 천연가스에 있는 탄소 원자로부터 수소를 분리하는 방법인데, 이 과정을 거치면 수소 1㎏을 생산하는 동안 이산화탄소는 11㎏이 배출된다. 국내에서 생산하는 수소 역시 대부분 이 그레이수소다.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수소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포집하는 ‘블루수소’나 재생에너지에서 생산된 전기로 물을 전기 분해해 얻어 탄소 배출이 전혀 없는 ‘그린수소’를 생산해야 하지만 재생에너지 기반이 약한 태생적 한계를 넘기는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는 장기적으로 수소를 수입해 써야 하는 수입 의존국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의 탄소중립 시나리오만 봐도 2050년 국내 수소 수요는 약 3000만t에 이르나 이 중 80% 수준인 2200만~2400만t을 해외 수입 수소로 공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 수소 분야서 활발하게 투자 진행

현재 국내 수소 분야에서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경제주체는 기업이다. 지난 9월 민간 기업들이 모여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해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을 출범한 이후 국내 주요 기업들은 수소 관련 투자를 확대하고 기업 간 협약을 체결하며 동맹관계를 맺는 등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수소경제는 ‘생산-저장·운송-활용’의 밸류체인(가치사슬)으로 구성돼 있으나 국내의 경우 그간 기업들의 사업은 수소차와 연료전지 등 수소 활용 분야에 집중된 상태였다. 수소를 생산하고 저장한 후 소비자에게까지 운반하는 과정은 기술부족에 따른 고비용과 공급제약에 안전성 문제 등으로 기업이 매력을 느끼기 어려운 사업으로 손꼽혔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의 정책 지원 역시 수소차 확대와 수소 충전소 확충 등에 머물렀다.

그러나 탄소중립이 가속화하며 기업들의 상황도 바뀌었다. 수소 관련 기술을 도입해 탄소 배출을 줄이는 동시에 수소 사업을 기반으로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찾으려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다양한 기업들이 수소경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며 국내 수소산업도 활용뿐만 아니라 생산과 저장, 운송까지 확대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다만, 아직 기업들도 사업계획을 세우거나 연구개발(R&D)을 진행하는 수준에 머무는 경우가 많아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과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내기업도 그린수소 생산 계획 세워…아직 초기 단계

앞서 언급했듯 수소경제의 기본은 그린수소 생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SK그룹부터 두산, 한화그룹, 포스코, 현대중공업그룹과 롯데그룹 등 대부분의 기업들이 그린수소 분야 진출 계획을 밝히고 있다.

국내 생산 기반이 약한 상황이다 보니 해외 기업과 협력하거나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방식을 찾는 중이다.

다만, 아직 다수의 기업이 사업 기획 단계로, 그나마 합작법인 설립 등을 통해 한 발 앞선 곳은 SK그룹이다. 그룹 계열사인 SK E&S가 미국의 수소에너지 기업인 플러그파워와 합작법인을 세우고 수전해 설비 등을 세워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위해 SK와 SK E&S는 플러그파워에 약 1조6000억원을 투자해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한 바 있다.

특히 (주)SK는 메탄이 주성분인 천연가스를 고온의 반응기에 주입해 수소와 고체탄소를 분리하는 ‘청록수소’ 상업화에 성공한 미국 모놀리스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청록수소 시장 진출을 선언하기도 했다.

액화수소플랜트 설립 중…운송 분야 진출도 활발

일반적으로 수소는 기체상태에서 압축해 저장하지만 저장효율을 높이기 위해 액화하거나 메틸시클로핵산(MCH) 방법을 택해 저장한다. 이에 국내 기업들은 대부분 액화수소플랜트 구축 등을 통해 저장 분야에 진출하려는 계획이다.

효성중공업은 독일 린데와 조인트벤처를 설립해 2023년까지 연 1만3000t 규모의 액화수소플랜트를 신축하고 중장기적으로 액화수소 생산능력을 연 3만9000t까지 확장하기로 했다. 특히 효성그룹은 계열사인 효성첨단소재가 고압력 수소 저장용기의 소재가 되는 탄소섬유를 생산하고 있다.

SK그룹은 2023년까지 SK인천석유화학 단지 내 연 3만t 규모의 액화수소플랜트를 신축하기로 했다.

수소의 운송 분야에서는 포스코와 현대중공업그룹 등이 활발하게 나서고 있다. 포스코는 철강 생산 공정을 수소환원제철로 전환할 계획으로, 연 370만t의 대규모 수소를 필요로 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수소의 안정적인 도입과 함께 터미널과 탱크 등 수소 도입 인프라 구축에도 나설 전략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은 2027년을 목표로 액화수소 운송선의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2025년에는 암모니아 연료 선박, 2030년께는 수소연료전지 추진선 등을 상용화하는 것이 목표다.

활용분야서는 선도적 지위…정부의 정책적 보조 필요

국내 수소경제에서 상용화된 유일한 밸류체인이 활용 부분이다. 현대차그룹이 수소차와 연료전지 등 분야에서 20여년의 노하우와 기술을 축적하고 관련 분야를 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올해 상반기 기준 글로벌 수소차 시장에서 점유율 55%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가 수소 활용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글로벌 1위라고 언급하는 이유 중 하나다. 다만, 시장규모는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올해 8월까지 세계에 등록된 수소차는 1만2000대에 불과하다.

두산그룹은 발전용 수소 연료전지를 생산하며 국내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고 수소 혼소 기술 개발을 진행하며 활용 분야를 공략 중이다. 최근에는 한국남부발전과 그린수소를 활용한 수소터빈 실증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32회 SRE(Survey of credit Rating by Edaily) 책자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