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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비로 준 예산 출장비로 펑펑…'내맘대로' 경상운영비 13조로 급증

이명철 기자I 2020.08.11 05:00:00

예산처 경상운영비 분석, 작년 13조1430억으로 꾸준히 증가세
교육훈련 등 경상운영비 성격 사업에 다른 예산 편성·집행해
명확한 사용규정 없어 기관별 기준 달라, 부적정 집행도 나타나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지난해 한해동안 공공기관이 ‘경상운영비’로 사용한 금액이 13조원에 달했다. 경상운영비는 정부부처에서 사용하는 기본경비에 해당하지만 일반 경비와 달리 사용처가 명확하지 않아 임직원 복리후생비나 성과급 등으로 편법 전용해 사용하는 경우가 빈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상운영비 사용범위를 명확히 해 공공기관이 자의적으로 이를 전용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미지투데이 제공
경평 성과급에 활용, 직원-계약직 차별 두기도

10일 국회예산정책처의 ‘2019 회계연도 공공기관 결산 중점 분석’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전체 공공기관의 경상운영비 규모는 13조1430억으로 집계됐다.2015년 11조2730억원에서 4년만에 1조8700억원(16.6%)이나 늘었다. 전체 수입·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기간 1.7%에서 2.0%로 확대됐다.

유형별로는 시장형 공기업이 4조7430억원, 준시장형 공기업 1조3290억원, 기금관리형 준정부기관 9840억원,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 1조6990억원, 기타공공기관 4조3890억원 등이다.

공공기관의 경상운영비는 개념과 범위가 불명확하다. 경상운영비와 비슷한 개념인 정부 부처의 기본경비는 무기계약·기간제근로자 인건비나 일용임금 등 포함하는 경우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는 반면 공공기관은 명확한기준이 없어 기관별로 자의적인 기준으로 경상운영비 사용처를 정한다. 모호한 규정으로 인한 부적정 집행 사례도 빈발한다.

예정처에 따르면 한국수산자원공단은 공기업·준정부기관 대상 경영실적평가에 따른 성과급을 예비비로 편성해야 함에도 경상운영비로 3억7400만원을 집행했다. 성과급 등 인건비는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편성·집행해야 하지만 복리후생비 등으로 쓰이는 경상운영비를 전용해 사용한 것이다.

기관 임직원 대상으로 제공하는 관사·사택을 경상운영비 수입·지출에 포함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한국수산자원공단은 사택 매각·반환에서 발생하는 금액을 수입 예산에 반영하지 않았고 한국임업진흥원도 관사 매각·구입비용을 수입·지출 예산에 포함하지 않아 지침을 위반했다.

경상운영비 총량 관리해도 사업비 대체 활용

반면 경상운영비로 지출해야 할 항목에 사업비 등 다른 예산을 활용하는 공공기관들도 있다. 경상운영비의 경우 경영실적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으면 깎이는 등 총량을 통제하는데 모자란 부분에 사업비를 활용해 예산편성지침을 위반했다는 지적이다.

예정처에 따르면 한국철도시설공단의 경우 경상운영비 성격이 강한 혁신인재육성사업에 32억8000만원의 사업비를 편성·집행했고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은 기관 고유 사업비를 직원대상 국외 교육훈련비에 사용했다.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은 내부직원 교육 훈련비나 내부 행사비 등을 사업비로 집행하는 다수 기관이 사업비를 경상운영비로 활용했다.

과거 연구사업비를 경상운영비 성격의 경비로 집행하지 말라는 지적을 무시한 정부출연연구기관도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2017년 연구관련 사업비를 연구년 휴직 관련 체재비로 집행해 시정을 받은 적이 있다. 하지만 작년에는 또 다시 경상운영비 성격인 채용 경비, 미국 이사회 참석 경비 등에 쓴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도 내부 직원의 해외 이사 준비비, 생활보조금, 항공료 등을 기본연구사업비로 집행했다.

이동엽 예정처 예산분석관은 “정부의 기본경비와 유사하게 통제받는 경상경비의 범위도 명확하게 설정해 자의적인 편성·집행이 발생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며 “기재부는 공공기관 경상경비의 범위를 예시 등을 최소한 정부 부처의 기본경비 수준으로 구체화해 명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지난해 공공기관 복리후생비, 업무추진비 등 경상운영비가 13조1430억원을 기록했다. 단위=원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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