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재난지원금 마케팅을 둘러싼 정부의 이중적 잣대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8일 신용카드사에 “재난지원금 관련 과열 마케팅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형식은 당부였지만 사실상 금지령이었다. 국가의 예산을 들인 재난지원금을 두고 민간 카드사들이 유치경쟁을 벌이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직후 카드사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이미 진행하던 마케팅마저 줄줄이 취소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소비자들은 불만이 폭주했다. 이벤트를 통해 다양한 선물을 줄 것처럼 선전해놓고 카드 회사 마음대로 취소했다는 이유에서다. 카드사들은 비난을 오롯이 감내해야 했다.
카드사는 심지어 일상적인 마케팅마저 몸을 사리고 있다. 자칫 금융당국에 ‘우회 마케팅’ 혹은 ‘눈치 마케팅’으로 찍혀 된서리를 맞을 수 있다고 걱정해서다. 최근 휴면고객과 일정 기간 무실적 회원을 대상으로 이벤트를 진행했던 롯데카드와 현대카드 등은 따가운 시선에 가시방석에 올라 있는 상황이란 게 카드업계의 시각이다.
반면 정부와 서울시가 주도한 간편결제 서비스인 제로페이는 이달 18일부터 정부 긴급재난지원금 ‘모바일 지역사랑상품권’ 신청을 받으며 대대적인 고객 이벤트를 진행하기로 했다. 목적은 재난지원금 유치를 확대하기 위해서다.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하루 2000명, 선착순 서울사랑상품권(서울시 지역사랑상품권) 1만원권 추가 지급(5월18일~22일)’한다. 서울시에서만 이번 주 5일간 총 1억원의 상품권을 제공한다. 전국으로 따지면 제로페이가 수억원의 돈을 뿌리는 명백한 ‘대국민 마케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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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보니 신용카드 업계에서는 정부의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카드사의 재난지원금 마케팅은 금지하고 제로페이는 묵인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특히 카드사는 수억원의 비용을 들여 재난지원금 신청용 온라인 시스템을 구축했다. 비용은 민간이 부담하게 하고 생색은 정부가 내느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정책성 자금을 두고 경쟁이 과열되는 것을 지양하자는 취지는 공감한다”면서도 “잣대 만큼은 공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카드사들이 본연의 마케팅과 영업 활동에도 제약이 걸리는 등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으로 민간의 자율이 침해될 수 있다”고 했다.